thebell

전체기사

[김화진의 글로벌 오토게임]르노-닛산-미쓰비시 제휴의 파국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19-05-07 17:06:52

이 기사는 2019년 02월 25일 10: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프랑스의 르노(Renault)와 일본의 닛산(Nissan)은 1999년에 네덜란드에 제휴회사를 설립했다. 각각 50%의 지분을 가진다. 동시에 르노는 닛산에 43.4%의 지분투자를 했고 닛산은 르노에 15% 지분투자를 했다. 닛산의 르노 지분에 의결권은 없다. 닛산은 미쓰비시에 34%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 제휴의 목적은 비용절감과 시너지를 통한 글로벌 시장 확장이다. 실제로 이 제휴를 통해 2017년 한 해 모두 65억 달러가 절약되었다. 3사를 단순 합계하면 2017년의 경우 토요타를 추월해서 폭스바겐이 이은 세계 2위의 자동차 생산자가 된다.

지분구조로만 보면 닛산이 미쓰비시를 통제하고 르노가 닛산을 통제하기 때문에 르노가 주도하는 제휴다. 그러나 각사는 모두 독립적인 법인이고 4개의 이사회가 병존한다.

이 제휴의 중심에는 르노의 카를로스 곤(Carlos Ghosn) 전 회장이 있다. 이 제휴를 탄생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사실 약 20년 전에 일본 2위인 닛산이 곤경에 처했을 때 프랑스 정부가 통제하던 르노가 과감한 투자로 닛산을 구해 주었다. 제휴 이후 닛산은 성장 가도를 달려서 제휴에 대한 기여도가 보통 50%를 넘었다. 중국에서도 닛산이 압도적인 존재감을 가진다.

수익성이 탁월한 닛산은 르노 시가총액의 거의 2배가 되는 대형 회사로 변모했다. 그러자 닛산은 르노에 가지고 있는 지분에 의결권이 없는 점이 슬슬 못마땅해졌고 15% 주주인 프랑스 정부의 입김도 불편해졌다. 일본 회사법에 의하면 닛산이 르노 지분의 25%를 취득하는 순간 르노의 닛산 지분에는 의결권이 없어진다는 점도 머릿속을 맴돌았다. 곤 회장은 20년 장기 집권인 데다가 가혹한 구조조정으로 일본에서 별로 인기가 없었다. 별명도 ‘Mr. Fix It'이다.

clip20190222135112
새로 닛산의 총수가 된 사이카와 회장은 르노가 지분을 낮출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르노는 거절하면서 18% 이상은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겠으며 닛산 이사회 구성에도 관여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곤 회장은 심기가 불편해져서 아예 닛산을 인수해 버릴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프랑스 정부는 기분이 좋아졌다. 닛산과 미쓰비시는 달갑지 않았으나 침묵을 지켰다. 이 대목에서 파국이 잉태된 듯하다.

2018년 11월에 곤 회장이 하네다 공항에서 전격 체포된다. 자신의 보수를 축소 신고했다는 혐의인데 일본에서는 그것이 범죄다. 곤 회장은 닛산이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혐의를 날조했다고 무죄를 주장했지만 곤 회장과 측근들은 닛산과 미쓰비시에서 축출되었다. 프랑스 정부는 일본 정부에 항의했다. 그러나 사이카와는 건재했고 훨씬 더 입지가 좋아졌다. 프랑스 정부는 법원판결까지 기다리자는 입장이었는데 2019년 1월 곤이 르노에서 사임했다.

현재 르노와 닛산 양쪽에서 경영진 교체와 지배구조 재편이 진행되고 있는 동시에 르노의 닛산 인수 계획은 유보된 상태다. 누가 제휴의 중심이 될지도 논의되고 있고 공동지휘체제도 옵션에 있다.

M&A든 제휴든 성사된 시점에서의 상황이 있다. 세월이 흘러 상황이 변하면 그에 맞추어 지배구조는 재편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사건에서는 지배구조가 상황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고 그 때문에 갈등이 생긴 것이다. 사람이든 기업이든 신세는 잊지 말아야 하지만 한 번 진 신세가 영원히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는 과거이고 현재의 능력과 기여도는 정당하게 평가해서 보상해야 한다. 또 기업은 정체성을 유지하더라도 그 안의 사람들은 바뀐다. 과거는 기업의 과거이지 꼭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과거는 아니다.

이번 사건에서 일본 측의 대응이 과했고 특히 곤 회장에 대한 처우는 매우 가혹했지만 개방적인 것 같으면서도 실은 매우 배타적인 일본이라는 특이한 나라에서 르노와 곤 회장도 그간 과히 현명하게 처신했던 것 같지는 않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