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2월 11일 10: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에서 한진칼에 대한 KCGI의 행동주의가 관심의 대상인 동안 해외에서는 세계 최대의 가공식품회사이자 스위스 최대 기업인 네슬레가 계속해서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고 있다.네슬레 사례는 행동주의의 표적이 되는 회사에는 규모에 따른 차등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로펌 심슨대처의 자료에 따르면 공격 대상기업의 3분의 1 이상이 시총 20억 달러 이상이라고 한다. 시총 100억 달러 이상인 대상기업의 수도 2013년에 이미 42개였다.
네스퀵과 네스카페로 가장 잘 알려진 네슬레는 1867년에 창업자의 이름을 따서 회사를 설립하고 출범했다. 정작 창업자는 1875년에 회사를 매각했다. 지금은 전세계 189개국에 진출해서 32만 명을 고용하는 거대 다국적 기업이다. 식품업계에서 경쟁회사 펩시와 유니레버를 멀찌감치 따돌린 강자다. 음료, 동물사료, 건강식품에도 큰 비중을 둔다.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는 2000개가 넘는다.
네슬레는 일련의 M&A를 통해 성장했다. 1992년에 페리에, 1998년에 산펠레그리노, 2001년에 랄스톤퓨리나, 2002년에 하겐다즈를 인수했는데 2000년에서 2018년 사이에 매년 평균 5건의 M&A를 성사시켰다.
이사회는 주로 미국인, 벨기에인 이사들로 구성되어 있고 2016년에 취임한 CEO 마크 슈나이더(Mark Schneider)는 미국과 독일 이중국적을 가지고 있는데 스위스에서 교육을 받은 후 하버드경영대에서 MBA를 한 사람이다. 1922년 이래 처음으로 외부인 출신 CEO다.
네슬레의 소유는 널리 분산되어 있다. 최대 주주 뱅가드그룹이 2.72%로 가장 지분이 많다. 그런데 1.31%로 6대 주주인 헤지펀드 서드포인트(Third Point)가 최근 네슬레에 행동주의를 표방하고 공격을 개시했다. AUM이 약 100억 달러다.
서드포인트는 대니엘 러브(Daniel Loeb)가 오너다.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의 유복한 집 출신으로 버클리와 컬럼비아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대학교 때 주식투자로 12만 달러를 벌었는데 한 회사에 전부 재투자했다가 모두 잃은 경험이 있다. 워버그, 씨티그룹을 거쳐 1995년에 서드포인트를 창업했고 이후 연평균 수익률 16.2%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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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는 7% 지분을 사들인 소니에 엔터테인먼트사업과 전자사업을 분리할 것을 요구했다. 소니는 모건스탠리와 씨티그룹에 이 제안의 검토를 의뢰했다. 소니와 계약이 있던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가 서드포인트의 제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기도 했다. 서드포인트는 이듬해 소니의 실적이 하락하자 지분을 처분하고 철수한다.
서드포인트의 네슬레 공격 취지는 네슬레가 급변하는 소비자들의 요청에 민첩하게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교과서적인 서론에 이어 네슬레가 로레알에 23%나 되는 과도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회사의 내부 조직을 3개의 사업부로 재편하라는 요구, 매출의 15% 정도를 커버하는 일부 자산의 매각 등이다. 이 요구가 관철되면 2022년까지 EPS를 두 배로 올리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로레알 지분을 처분해서 M&A에 사용하거나 자사주 취득에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네슬레는 서드포인트의 행동주의가 개시되자 200억 스위스프랑(약 23조8300억원) 규모의 3년에 걸친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네슬레는 장기적인 기업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을 이행하고 있고 성과가 나고 있다는 교과서적인 대응에 중점을 둔다. 시장도 서드포인트의 취지에 어느 정도 공감하면서 관망세다. CEO가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네슬레는 장기적인 관점의 경영을 하고 있으며 서드포인트의 지분율이 낮다는 점 등이 이유다.
작년 12월에 네슬레는 로레알 지분 처분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드포인트가 추천하는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영입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했다.
최근 서구에서는 행동주의 펀드들이 최고경영자 교체나 나아가 적대적 인수까지 시도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연전에 소버린이 SK의 회장 퇴진을 요구하는 행동주의를 선보인 적이 있고 KCGI의 한진칼에 대한 행동주의도 사실상 오너 일가의 퇴진을 요구하는 모양새라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이 아무리 전략적인 제안을 내놓고 기업지배구조에 관여한다 해도 결국 궁극적인 목적은 투자수익의 시현이다. 이 점은 헤지펀드의 강점인 동시에 한계라고 할 수 있다. 단기적인 전략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회사는 장기적인 관점을 내세울 수 있고 그로써 사회적인 가치 창출이라는 명분을 얻는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일부 펀드들이 장기적인 투자를 표방하고 나서기도 한다. KCGI도 장기적인 기업가치를 지향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서드포인트도 허브라이프에서 장기투자를 표방하다가 16일 만에 철수한 전례가 있다.
행동주의가 전반적으로 대상기업의 실적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법률적으로 한 가지 생각할 점이 남는다. 상법은 주식회사 이사의 책임을 규정하는 동시에 주주총회와 이사회의 권한에 관해 다양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 활동주의 펀드는 주주로서 이사회의 권한에 해당하는 결정을 사실상 내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사의 손을 빌린다. 대개 주주총회조차 필요치 않은 사안들이 많다. 이는 소유와 경영을 따로 취급하는 법체계에서는 새로운 현상이고 연구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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