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2월 25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90년대 탄생한 회원제 골프장은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대부분 금융권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회원 분양대금으로 건설된 까닭이다. 속된 말로 땡전 한 푼 없어도 어엿한 골프장 사업주가 될 수 있었던 시절,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로 부실화된 골프장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이들은 법원의 관리·감독 하에 입회보증금을 감면받고 대중제로 전환하기 위해 회생을 선택했다. 회생은 생존을 위한 일종의 바이블로 여겨졌다. 특히 영업현금흐름이 좋은 대중제로 바꿔 생존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다만 회원들을 배제한 채 대중제 전환을 위한 수단으로 회생절차가 악용될 수 있다는 부작용도 포착됐다.
법정관리 4수생인 버드우드CC는 회생계획안 인가 결정에 불복한 385명의 회원들과 항고심을 진행중이다. 지난 1월 법정에서 만난 회원들은 턱없이 낮은 변제금액(채권액의 20%)보다도 골프장 사업자가 오래전부터 회원들을 배제한 채 대중제 전환을 치밀하게 준비해 왔다는 점에 분통을 터트렸다.
출자전환을 거쳐 버드우드CC 1인주주가 되는 일광레저개발은 2011년 골프장 주소지에 설립된 후 신용카드 단말기를 설치해 그린피 매출액을 대신 올려온 회사다. 회생을 신청한 장본인이기도 한 일광레저개발은 과거 농협으로부터 매입한 대량의 신탁채권을 앞세워 수백명 회원들의 반발을 가볍게 누르고 회생계획안을 인가받았다.
생존의 갈림길에 선 회원제 골프장에게 회생을 통한 대중제 전환은 어쩌면 마지막 희망일 수 있다. 다만 회원들과 충분한 교감 없이 대중제 전환에만 급급해 이뤄지는 회생절차는 분명 지양돼야 한다. 회원들의 분양금으로 골프장을 건설했던 과거는 모른 척 하고, 이제 와서 입회보증금을 골칫덩어리로만 여기는 것은 올바른 구조조정의 예가 아니다.
최근엔 일광레저개발이 회원들과 항고심을 진행하는 와중에 라미드그룹에 채권을 모두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일광레저개발 등기부등본엔 이미 라미드그룹 사장과 문병욱 라미드그룹 회장의 자녀로 추정되는 두 명의 이사가 새롭게 등재됐다. 공교롭게도 문 회장은 작년에 양평TPC골프클럽을 운영하는 ㈜대지개발을 회생에 넣어 대중제로 전환시켰다.
㈜대지개발은 2013년부터 과도한 유동부채로 계속기업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음에도 자산을 임의로 매각해 반환 요청이 들어온 입회보증금이 아닌 특수관계인 차입금 상환에 우선 사용해 논란을 야기했다. 당시 조사보고서엔 회사가 ㈜썬바이오와 ㈜한올 주식을 문병욱 회장에 매각하고 그의 차입금부터 상계 처리했다는 내용이 밝혀졌다.
버드우드CC와 양평TPC골프클럽은 수많은 의혹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중제로 전환해 영업을 재개했다. 자본잠식에 빠진 회사가 대중제 전환을 모색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회원들과의 적절한 타협과 논의가 전제돼야 모범선례가 만들어지고, 다른 골프장에도 잡음 없는 구조조정 방안을 제시해 줄 수 있다는 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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