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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순당·배상면주가, 형제 '전통주' 위기 [비틀거리는 주류업]①4년째 영업손실, 상폐 거론…바닥난 곳간 '자본잠식'

이충희 기자공개 2019-02-28 08:21:00

[편집자주]

2019년 국내 주류업계는 거센 변화 흐름에 직면했다. 술자리 문화의 변화 속에서 다양한 브랜드들이 넘쳐나면서 업체 간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지고 있다. 생존경쟁을 펼치고 있는 국내 주류업체들의 현 상황과 각사의 신사업 전략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2월 25일 16: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대부분 주류 회사들이 치열한 생존 경쟁에 내몰리고 있지만 이중 가장 큰 충격파를 흡수하고 있는 곳으로 전통주 업계가 꼽힌다. 한때 매출 1000억원을 가뿐히 넘으며 백세주 열풍을 일으켰던 국순당은 최근 코스닥 상장 폐지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형제 기업 배상면주가도 사정은 비슷하다. 산사춘, 민들레대포 등 대부분 보유 브랜드들이 소주나 수입 와인 등에 설자리를 내주며 회사가 계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자본잠식도 수년 째 이어지면서 회사 곳간은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는 중이다.

◇추락하는 전통주 매출

국순당은 지난해 매출액 615억원, 영업손실 30억원, 당기순손실 3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4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면서 거래소로부터 관리종목으로 지정됐고 상장적격성 심사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순당의 실적 하락은 2010년대 들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11년까지만 해도 매출 약 1300억원, 영업이익은 50억원 이상을 내며 승승장구 했지만, 전통주 소비가 줄면서 실적이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5년 영업손실 82억원 기록한 이래 4년 간 좀체 흑자로 전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순당 실적
단위 : 억원.

배중호 국산당 사장의 친동생 배영호 사장이 이끄는 배상면주가 사정은 더 어렵다. 매출이 매년 150억원 내외에서 횡보하면서 회사가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13년 1억2000여만원의 반짝 영업이익을 낸 이후 2017년까지 3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지난해에도 영업적자는 지속됐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배상면주가 실적
단위 : 억원.

◇국순당, 재무 여건은 양호…배상면주가 완전자본잠식 경고등

나란히 경영 위기를 거론할 만큼 사업이 침체되고 있는 두 회사지만, 재무 건전성 측면에서는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국순당은 본 사업에서 잃고 있는 손실 이상을 금융투자를 통해 벌어들이는 등 회사 곳간을 넉넉히 비축해두고 있다.

국순당은 특히 2017년 영업손실 43억원을 냈지만 비상장주식 투자 등 금융수익으로만 267억원을 벌어들이며 당기순이익 97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말 기준 회사의 연결 자본총계는 2157억원, 부채총계는 226억원으로 부채비율이 10.50%에 불과하다. 이처럼 극히 낮은 10% 내외 부채비율은 2008년부터 10년 동안 이어져오고 있다.

반면 배상면주가는 본 사업 침체 외에 다른 분야에서도 이렇다할 수익이 없어 계속 자본잠식이 진행되고 있다. 2017년 말 기준 부채는 약 90억원, 자본은 약 36억원으로 부채비율이 250%에 달한다. 전년 대비 운영자금 명목 단기차입을 40억원 이상 늘리면서 낮아진 자본금 대비 부채 비율이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배상면주가는 1999년 설립 후 수차례 유상증자를 거쳐 총 납입 완료된 자본금만 300억원이었다. 그러나 매년 영업 손실을 내면서 이제는 자본금이 모두 바닥나는 완전자본잠식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연평균 20억원 안팎 당기순손실을 고려하면 자본금이 완전히 바닥나는 시간은 2년이 채 남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전통주
국순당 : 2018년 말 기준.
배상면주가 : 2017년 말 기준.

◇전통주, 소주·와인과 경쟁서 패배 평가

전통주 시장이 침체되는 이유는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이전보다 훨씬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기존 백세주, 산사춘 등은 도수를 낮춘 소주에 시장을 잠식당했고 막걸리도 수입 와인 등으로 소비가 대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때 일본에서 막걸리 열풍을 일으키며 수출길까지 열었던 전통주 업체들이었지만, 최근에는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마케팅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을 이끌어가야 할 선두 기업이 본업 외에 다른 분야에서 수익을 추구하고 있는 것도 시장 전체 영업력을 키우지 못하는 원인으로 거론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과실주, 곡물주 시장에서는 종류도 많고 가격도 저렴해진 수입 와인이 점차 대세로 굳혀지는 상황"이라며 "전통주들은 이들에 맞설 만한 브랜드 파워를 갖추지 못하게 되면서 영업력이 쇠퇴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한때 위기를 겪었던 소주 업체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도수를 낮추면서 시장을 개척했고 '영(young) 모델'들을 앞세운 광고도 적극 활용했다"며 "전통주 업체들은 전성기 때 이런 방식으로 시장을 더 확장하지 못한 게 지금의 경영 환경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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