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5월 21일 07: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장심사 기조가 불과 수개월만에 정반대로 바뀌다보니 준비하는 입장에서도 혼선이 큽니다. 차라리 정량적 요건을 강화해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코스닥시장 상장심사 과정에 대한 증권업계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 연초부터 다수 기업이 심사 철회를 선택한 가운데 차일피일 대기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증권사 기업공개(IPO) 부서에선 예심 승인까지 8~9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적체 상황이 정량적으로 드러나진 않고 있다. 코스닥 신규 상장 기업은 5월 중순까지 19개사로, 전년(22개사) 대비 소폭 감소한 수준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는 오히려 많다. 다만 실무자들이 체감하는 심사 난이도는 역대 어느 때보다 어렵다는 전언이다.
특히 불안감이 큰 곳은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이다. 특례상장 제도는 최근 몇 년 사이 급성장하며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도운 대표적인 제도로 꼽힌다. 파두 사태 이후론 입지가 정반대로 바뀌었다. 심사 기조 역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이 됐다.
국내 상장심사 과정은 본래부터 순환적 성격이 있다. 증시가 침체하면 문턱을 낮추지만 호황기가 지나갈 무렵엔 다시 입구를 좁힌다. 예비심사 난이도를 조정해 적정 시장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상장폐지 기업이 극단적으로 적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런 구조가 기형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코스닥 시장 거래 종목은 1600여개를 넘어선다. 일부는 심사를 대기 중인 예비 상장사들보다 상태가 악화된 '좀비 기업'이다. 그럼에도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이 아니라면 상장폐지 대상이 되는 일이 드물다.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과정은 기자들 사이에서도 악명이 높은 편이다. 세세한 부분까지 따져보면 총 19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심사 단계마다 개선기간이 부여되기에 길게는 3년 이상이 소요된다. 절차가 워낙 복잡하다 보니 상장폐지가 기삿거리가 될 때면 매번 관련 안내자료를 배포한다.
코스닥시장 벤치마크 대상인 나스닥은 어떨까. 입성 난이도는 오히려 쉽다. 단 상장 유지 비용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다. 시장가치 요건이 있어 상장폐지도 빈번한 편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최소입찰요건(Minimum Bid Rule)'이 대표적이다. 한국도 시가총액 요건 등이 존재하지만 적용 사례는 거의 없다.
코스닥시장은 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을 위해 출범했다. 취지를 고려하면 상장도, 폐지도 ‘좁은 문’인 상황은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혁신 기업의 성장을 돕겠다면 반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거래소가 시장 참여자들에 앞서 예비 상장사의 미래를 예단하진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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