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3월 04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한 벤처캐피탈 대표 L씨와의 미팅이었다. 여러 이야기가 오가던 중 '인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펀드 운용인력으로 참여하던 한 직원이 얼마전 퇴사 의사를 밝혀 왔다. 다른 벤처캐피탈로 간다고 하면 설득이라도 해보겠지만 독립해서 자기 사업을 한다는 말에 응원밖에 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나마 펀드 의무투자기간이 끝났고, 운용역 변동은 처음이라 회사 입장에서는 페널티를 피한 게 위안거리였다.
L씨 회사는 비교적 선방했지만 많은 벤처캐피탈들은 인력 이탈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출자자의 돈을 운용하는 벤처캐피탈에게는 엄격한 관리감독 잣대가 적용된다. 의무투자기간을 채우지 않은 채 펀드 운용인력이 바뀌면 운용사에 페널티가 부과되기 마련이다. 안정적 수입원인 관리보수 삭감부터 후속 출자사업 제한까지 제재수위는 다양하다.
문제는 현재의 벤처캐피탈업계 구조를 보면 인력 문제가 고질적이라는 점이다.
벤처캐피탈 심사역은 업계 근속연수 등으로 전문성을 판가름하는 특수직군이다. 현재 등록된 전문 심사역은 약 1000여명. 제한된 인력 탓에 공백을 메우려면 다른 벤처캐피탈로 눈을 돌려야 한다. 벤처캐피탈간의 '인력 빼가기'가 성행하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출자자들에게도 돌아가기 마련이다.
상황이 이렇자 심사역에 대한 전문인력 제한에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당한 이유로 퇴사한 펀드 운용역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영입한 신입 심사역은 경력을 폭 넓게 인정해주자는 이야기다. 예컨대 벤처캐피탈 경력은 적더라도 산업계 경력이 이전 운용역과 동일하거나 보다 많다면 교체에 따른 면죄부가 달리는 셈이다.
벤처캐피탈에게 핵심 자산은 인력이다. 돈을 모으는 일부터 투자전략을 세우는 것까지 모두가 사람에 달려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꿔말하면 인력 관련 이슈는 영원히 부딪칠 수밖에 없는 문제다. 피할 수 없는 인력 문제에 대해 보다 유연하게 대처하는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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