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 10대그룹 지주사 중 자산규모 가장 적은 이유 [지배력 변경 회계처리 점검]GS칼텍스 관계기업 분류, 2대주주 '쉐브론' 의식…'사실상 지배력 없다' 판단
최은진 기자공개 2019-03-08 10:20:53
[편집자주]
국제회계기준은 경제적 실질을 반영하는 원칙 중심의 회계다. 경영자의 재량권을 폭넓게 허용하면서도 회사의 경제적 실질을 충실하게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지분율과 함께 고려되는 '사실상 지배력'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은 기업들마다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 지배력 변경 회계처리 논란의 핫이슈가 된 이래 기업들의 지배력 판단이 이전보다 엄격해졌다. 연결종속회사와 관계회사에 대한 기업들의 판단과 그 변화를 더벨이 확인해 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3월 06일 16: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GS그룹의 핵심계열사인 GS칼텍스는 지주사인 ㈜GS의 재무회계상 종속기업이 아닌 관계기업으로 분류한다. GS칼텍스의 자산규모가 22조원, ㈜GS가 23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GS칼텍스를 종속기업으로 분류했다면 ㈜GS는 자산규모를 두배 이상 키울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국내 10대 재벌그룹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SK그룹의 지주사인 SK㈜와 한화그룹의 지주사인 ㈜한화의 자산총계가 각각 100조원을 넘어선다는 점을 감안하면 ㈜GS의 덩치가 매우 작다고 볼 수 있다.GS칼텍스의 최대주주는 ㈜GS가 100% 보유한 GS에너지로, 지분율은 50%다. 회계기준상 종속기업으로 분류할 충분한 요건을 갖췄다. 그러나 GS칼텍스의 또 다른 주요주주인 다국적 석유회사 쉐브론이 동률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종속기업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GS그룹의 인력들이 대표이사를 비롯한 요직을 차지하고 있어 상당한 영향력을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2대주주 측 인력이 이사회에 대거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영향력을 갖췄다고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분율 50% 여부로 종속기업 분류…IFRS 원칙 보수적 해석
GS그룹의 지주사인 ㈜GS는 재무회계상 51개 기업을 종속기업으로 거느리고 있다. 모두 ㈜GS가 지분율 50% 이상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들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GS의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되야 할 의무가 있어, 자산 및 부채,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이 한몸처럼 평가된다. 반면 지분법 손익에 당기순이익만 반영되는 관계기업 및 종속기업은 총 25개다. 대부분 지분율이 50% 미만인 회사들로, 해외법인이나 국내 발전소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GS가 종속기업과 관계기업을 나누는 근거는 매우 간명하다. ㈜GS가 보유한 지분율이 50%를 넘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 이는 IFRS의 기본 원칙을 충실히 따른 결정이다. IFRS는 종속기업과 관계기업을 나누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으로 지분율이 50%를 초과하는지 여부를 내세운다. 지분율이 50%를 초과해야 주주총회에서 독자적으로 정책을 좌우할 지배력을 갖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상 지배력(De Facto Control)'이란 개념으로 지분율이 50%를 초과하지 않더라도 주요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지배력이 충분하다고 인정되는 때엔 종속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SK㈜가 이 개념을 활용해 20~30%대 지분율을 보유한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 핵심 주력 계열사를 종속기업으로 분류했다. 지주사 덩치를 키우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는 게 회계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GS 역시 사실상 지배력 개념을 활용하면 과반 미만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를 종속기업으로 편입할 수 있다. GS홈쇼핑의 경우 ㈜GS가 36.1%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사회를 장악하는 등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충분히 종속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음에도 관계기업으로 설정해 놓고 있다. IFRS의 기본 원칙에 충실하며 어떤 꼼수도 쓰지 않으려는 GS그룹 오너일가의 세심함과 원칙주의 철학이 엿보인다.
이같은 GS그룹의 원칙 탓에 2011년 IFRS가 도입되면서 ㈜GS의 연결기준 자산총계는 급감했다. 2010년 말 기준 IFRS 도입 전 ㈜GS의 연결기준 자산은 28조원에 달했으나 IFRS 도입 후에는 9조원대로 급감했다. 규모가 가장 큰 핵심 계열사인 GS칼텍스, GS홈쇼핑을 비롯해 그의 종속기업들이 대거 빠진 데 따른 결과다. 이러한 기조는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며 10대그룹 지주사 중 자산규모가 가장 작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2018 회계연도 기준 ㈜GS의 자산총계는 22조 6310억원으로, 10년 전 수준을 하회하고 있다.
◇GS칼텍스 이사회 절반 쉐브론, 지배력 없다고 판단
GS그룹의 관계기업 중 눈에 띄는 계열사는 GS칼텍스다. 그룹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으며 지주사인 ㈜GS가 만들어진 기본목적이기도 하다. ㈜GS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회사 개요에 대해 '2004년 7월 1일에 GS칼텍스, GS리테일, GS홈쇼핑 및 GS스포츠에 대한 지주회사로 설립됐다'고 명시하고 있다.
더욱이 GS칼텍스에 대해 ㈜GS가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지분율로 따지면 50%로, IFRS의 기본원칙상 종속기업으로 편입할 수 있다. 그럼에도 ㈜GS는 이를 관계기업과 같은 공동기업으로 설정하고 있다. 왜일까. 이는 2대 주주의 눈치를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GS칼텍스의 최대주주는 ㈜GS가 100% 지분을 보유한 GS에너지로, 총 50% 지분율을 확보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다국적 석유기업인 쉐브론의 계열사들이 각각 나눠갖고 있다. 쉐브론 홀딩스(Chevron (Overseas) Holdings Ltd)가 40%, 쉐브론 글로벌 에너지(Chevron Global Energy Inc.)가 10%다. 쉐브론은 글로벌 석유기업으로, 매출기준으로 세계 4위권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상당한 큰 손으로 꼽힌다.
쉐브론은 한국 시장 진출을 목적으로 GS그룹과 손 잡고 GS칼텍스의 공동설립자로 나섰다. 현재까지 GS칼텍스는 원재료인 원유 및 납사 일정부분을 쉐브론 측에 구매하고 있다. 쉐브론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한 동시에 한국 정유시장에서의 영향력도 취한 셈이다.
쉐브론은 GS칼텍스의 이사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GS칼텍스 이사회 구성원 총 10명 중 절반인 5명이 쉐브론 임원이다. 전반적인 경영은 GS그룹이 하고 있지만 주요 의사결정은 쉐브론 인력들과 함께 논의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상 지배력을 판단할 때는 이사회 구성원 수 등도 고려 대상이 된다. 동률의 이사가 이사회를 구성한다는 것은 완전한 지배력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며, 관계기업으로 편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GS그룹 관계자는 "GS칼텍스는 공동기업으로 쉐브론과의 지분관계가 얽혀 있어 재무회계상 관계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며 "IFRS에 따른 원칙과 분류 기준을 따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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