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3월 21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조업계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좋지 않아요. 상조업체에 다닌다고 하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분들이 더러 있습니다."얼마 전 만난 모 상조업계 관계자는 상조업체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과거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부정적 인식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상조업계는 소비자들이 매달 내는 선수금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할부거래업자다. 그러다 보니 부실경영으로 이 자금을 이른바 '먹튀'하는 업체가 나오고 이로 인해 상조업계 전체 이미지가 훼손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년간 총 85개의 상조업체가 폐업해 발생한 피해자만 31만명에 이른다.
대부업계가 명칭 공모전을 실시한 게 생각나 상조 명칭을 바꿔보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해 한국대부금융협회는 대부업에 대한 인식 개선과 사채와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명칭 공모전을 실시하고, 대상으로 ‘생활금융'을 선정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과 같은 기업형 상조 서비스는 일본에서 들어오긴 했지만 상조라는 이름은 서로 돕는다는 '상부상조'의 의미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는 명칭보다도 상조업계 전체 신뢰도를 갉아먹는 몇몇 업체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납입금 환급을 거절하거나 계약을 중도해지 해도 납입금을 돌려주지 않는 등의 피해 사례들이 업계 전체의 문제처럼 비춰진다는 것이다. 차라리 상조업체의 진입장벽이 높아져 잘됐다고 했다. 올해 초부터 할부거래법 개정에 따라 자본금 15억원 미만의 상조업체는 영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후죽순 생겨나던 상조업체들에 제동이 걸렸다. 올해 들어 선불식 할부거래사업자로 등록한 업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또 재정 상태가 부실해 자본금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곳은 현재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처음 업계 안팎에서 '상조 대란'을 우려했던 것과 달리 자본금 요건을 갖추지 못한 업체는 15개사에 불과했다. 가입자로만 치면 7800여명 정도다. 할부거래법 개정이 상조업계 재편에 계기가 된 셈이다.
그러나 상조업계가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도 적지 않아 보인다. 우선 선불식 할부거래업자 규제가 강화되면서 부작용으로 후불제 상조업체가 등장하며 피해가 예상된다. 후불제 상조업체는 법망을 벗어나 있어 이를 규제할 마땅한 법적 근거나 기관도 없는 상태다. 업계를 대변하고 조정할 협회도 아직 없다. 업계 스스로 소비자 피해를 줄이거나 부실 경영을 방지하는 등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협회의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결국 재편된 상조업계가 지금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기 위해선 관련 부처와 업계 모두 적체된 과제를 해결하고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이 달 문 닫는 15개 업체 7800여명의 피해자 구제에서 시작돼야 한다. 공정위가 마련한 권리 구제 절차에 더해 상조업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를 잘 마무리 지었을 때 비로소 건실하고 신뢰할만한 상조업계로 성장할 수 있다. 상조업계 2.0시대가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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