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P엔터, 3대주주 청산에 지배구조 안갯속 [위기의 엔터테인먼트]①박진영, 우회상장·BW로 최대주주 자리 수성…미디어코프 5% 지분 행방 관심사
정미형 기자공개 2019-04-01 07:29:00
[편집자주]
'버닝썬 게이트'가 지핀 엔터테인먼트사에 대한 불신이 업계 전체로 번지고 있다. 엔터 업종에서만 몇천억 원에 이르던 시가총액이 하루아침에 증발하며 투자 심리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엔터 업체 대부분이 지난해 시장 추정치를 밑도는 실적을 기록하며 향후 모멘텀도 부재한 상태다. 대형 엔터테인먼트사들의 지배구조 및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예상치 못한 악재를 헤쳐나갈 수 있을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3월 28일 16: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엔터)는 2011년 우회상장을 발판으로 지금의 대형 기획사로 거듭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3대 주주 이슈가 발생하면서 그동안 구축해 온 탄탄한 지배구조에 찬물을 끼얹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JYP엔터는 가수 박진영이 1997년 세운 태홍기획에서 출발했다. 당시 가수 박지윤을 키워내며 프로듀서로 인정받은 그는 1999년 데뷔시킨 g.o.d로 크게 성공하며 2001년 지금의 JYP엔터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후 가수 비와 원더걸스 등 소속 가수들을 연달아 스타 반열에 올리며 SM, YG와 함께 3대 대형 엔터테인먼트 시장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현재 JYP엔터 최대주주는 박진영 사내이사다. 박 이사는 JYP엔터 지분 16.03%를 보유하고 있다. 박 이사는 실질적인 JYP엔터의 오너지만, 회장이나 대표이사직은 맡고 있지 않다. 대신 '창의성 총괄 책임자(CCO)'라는 직책을 맡으며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JYP엔터 지분구조의 특이한 점은 자사주 비중이 8.05%로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2013년 JYP엔터 주주였던 ㈜JYP와 합병하며 자기 주식이 생겼다. 3대 주주는 콘텐츠 업체인 미디어코프로 지분 5.11%를 확보하고 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도 투자 목적으로 5.75%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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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상장으로 자금조달 발판 마련
JYP엔터는 주식시장 입성을 기점으로 몸집을 불리기 시작했다. JYP엔터의 상장일은 2001년으로 나온다. 그러나 실제 '제이와이피엔터테인먼트'로 주식시장에 이름을 올린 건 2011년이다.
이 시차의 비밀은 '우회상장'에 있다. JYP엔터는 2010년 12월 상장사이자 당시 비의 소속사였던 제이튠엔터테인먼트(이하 제이튠엔터)를 인수하며 주식시장에 들어서게 된다. 박진영이 직접 제이튠엔터 지분 6.1%를 사들이고 JYP엔터가 10.9%를 인수하는 방식을 통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경영권 확보 후 JYP엔터는 기존의 JYP엔터 사명을 ㈜JYP로 변경했다. 이듬해 2011년에는 제이튠엔터의 사명을 JYP엔터테인먼트로 바꿨다. 이후 JYP엔터가 2013년 6월 비상장사인 ㈜JYP를 흡수합병하며 둘로 나누어져 있던 엔터 사업을 일원화했다.
◇BW로 지배력 강화·자산 증식 '1석2조'
박 이사가 JYP엔터의 지배력을 높일 수 있었던 열쇠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있다. JYP엔터는 2011년 제이튠엔터테인먼트 지분 확보로 우회상장에 성공한 이듬해 60억원 규모의 분리형 BW를 발행하게 된다. 여기에는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회장과 에이티넘팬아시아조합, 아주아이비나우 그로쓰캐피탈 사모투자 전문회사가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했다. 이들은 유상증자를 통해 60억원의 투자도 단행했다.
외부 자금 유입으로 지분 희석이 불가피해지자 박 이사는 이때 FI의 신주인수권 일부를 따로 사들였다. 지금은 발행이 금지됐지만, 당시 분리형 BW는 신주인수권과 사채로 분리가 가능했다. 당시 박 이사는 1주당 5393원인 신주인수권을 주당 216원, 총 1억2000만원에 사들였다. 이때 사들인 신주인수권 규모는 30억원이다.
박 이사는 지난해 11월 23일 신주인수권 행사기간 만료를 앞두고 신주인수권 행사에 나섰다. 당시 박 이사는 주가 하락으로 신주인수권 행사가액이 낮아지며 주당 4311원씩, 69만5894주의 신주를 취득할 수 있었다. 박 이사는 이를 통해 180억원가량의 평가 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박 이사는 우회상장을 통해 마련한 발판을 통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며 'BW 발행-신주인수권 행사'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구축한 셈이다. 덕분에 2011년 6.14%에 불과했던 박 이사 지분은 2013년 (주)JYP 흡수합병으로 16.89%로 늘고, 신주인수권 행사로 17.8%까지 증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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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주주 미디어코프 '유령주주'로
JYP엔터 지배구조상 가장 큰 허점은 3대 주주인 미디어코프다. 그동안 JYP엔터의 최대주주 지분이 20% 미만으로 다른 업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제외하면 지배구조 상 문제 될 게 없었다.
하지만 2017년 JYP엔터 3대 주주인 미디어코프가 청산되면서 '유령 주주'로 전락했다. 미디어코프는 1987년 영진출판사로 출범해 2002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미디어코프는 JYP엔터가 장외시장에 있을 때인 2006년 35억원을 투자해 지분 20.98%를 확보했다. 이후 JYP엔터가 제이튠엔터를 활용해 우회상장하게 되면 지분율은 5.11%로 줄어들었다.
문제는 2009년 미디어코프가 감사의견 거절로 코스닥시장에서 상장 폐지되면서 벌어졌다. JYP엔터 지분 소유권을 둘러싸고 분쟁이 일면서, 결과적으로 청산된 미디어코프에 JYP엔터 지분 5.11%가 남게 됐다. 최근 주가로 3만원으로 계산하면 지분 가치는 약 530억원대에 이른다.
법적으로는 권리관계가 남아있어 채권자나 미디어코프 소액주주들에게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디어코프의 채무가 남아있는 상태로 JYP엔터 지분이 제대로 된 주인을 찾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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