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VC, 빅히트 엑시트…지배구조 '요동' [데카콘 넘보는 유니콘]④방 대표 400억·최유정 160억 회수…넷마블·스틱, 지분 싹쓸이
박창현 기자공개 2019-04-12 08:27:00
[편집자주]
유니콘 기업은 새로운 산업 시대를 여는 첨병들이다. 벤처기업에서 혁신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신영역을 개척하고 기존에 없었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벤처캐피탈 또한 유니콘 기업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투입하며 자본이익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벤처 생태계의 성장동력이 된 유니콘들은 다시 새로운 도전 앞에 놓여있다. 데스밸리에서 살아남아 데카콘으로 진화해야만 한다. 유니콘의 성장 원천과 강점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더 나아가 데카콘 도약 가능성도 함께 짚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10일 16: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니콘 기업은 급격한 지배구조 재편 시기를 겪기 마련이다. 기업가치가 급격하게 올라감에 따라 투자 차익을 얻기 위한 거래들이 활발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특히 창업자들이 오랜 기간 지분을 보유하고 있거나, 재무적투자자(FI)들이 많은 기업일수록 재편 폭이 더 크다.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 또한 정확하게 그 시기를 지나고 있다. 특히 지난해를 기점으로 FI간 손바뀜이 활발하게 진행됐고, 빅히트의 실질적 오너인 방시혁 대표와 '개국공신' 최유정 고문의 자금 회수 거래도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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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말 기준으로 빅히트 주주는 12곳에 달했다. 방 대표가 가장 많은 50.88%의 지분을 들고 있고, 최 고문이 6.97%로 뒤를 따랐다. 나머지 지분은 LB인베스트먼트와 SV인베스트먼트, 중국 레전드캐피탈, 네오플럭스, 농협은행 등 FI들이 나눠갖고 있었다. 성장 단계에서 여러 금융사들로부터 추가 출자를 받으면서 다소 복잡한 지분 구도가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방 대표와 최 고문이 과반 이상의 지분을 유지하면서 중심을 잡았다.
다만 이 지배구조도 오래가지 않았다. 불과 1년만에 판이 바뀌었다. SV인베스트먼트 등 초기 투자에 나섰던 벤처캐피탈(VC)들이 펀드 만기 탓에 자금 회수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업체 '넷마블'이 빅히트 지분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넷마블이 지분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떠올랐고, 결국 작년 4월 빅히트 지분 44만 5882주(25.71%)를 총 2014억원에 취득했다. SV인베스트먼트, LB프라이빗에쿼티, 네오플럭스 등이 보유 지분을 넘겼다. 넷마블은 빅히트 기업가치(100% 기준)를 8000억원, 주당 가격은 약 45만원으로 평가했다.
넷마블과 빅히트는 과거부터 사업 제휴 관계를 맺고 있었다. 넷마블은 방탄소년단을 주인공으로 제작한 모바일 게임 'BTS월드'의 퍼블리싱을 맡았다. 넷마블의 투자는 'IP 확보'와 '글로벌 시장 확대'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됐다.
빅히트 최대주주와 2대주주인 방 대표와 최 고문이 해당 거래에 참여해 투자금 회수에 나섰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당시 방 대표는 보유 지분의 10%에 해당하는 8만8543주를 팔았다. 최 고문 또한 보유 지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3만5417주를 처분했다. 넷마블 매입 단가를 적용할 경우 방 대표와 최 고문은 각각 400억원, 160억원의 현금을 손에 쥔 것으로 관측된다. 에누리 없이 금액이 맞아떨어지는 것으로 비춰봤을 때, 미리 현금화할 금액을 산정해두고 딱 그 만큼의 지분만 넘겼을 가능성이 높다.
지분 매각 후에도 방 대표는 76만1327주(43.06%)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 고문도 아직 8만936주의 지분(4.58%)을 갖고 있다. 빅히트는 최대주주 측 지분 변동과 관련해 "주주들의 개인적인 일로 지분 매각 사실과 금액 등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섯달 뒤에는 스틱인베스트먼트가 빅히트 지분을 쓸어모았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VC들의 빅히트 잔여 지분 21만6430주(12.24%)를 사들였다. 주당 48만원 씩, 총 1040억원이 투입됐다.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책정한 빅히트 기업가치는 약 8500억원이었다. 넷마블 취득가와 비교했을 때, 불과 몇 달새 기업가치가 500억원 가량 더 커졌다.
대대적인 지분 재편 결과, 작년 말 현재 주주 수는 8곳으로 줄었다. 자금 회수에 나선 VC 지분을 넷마블과 스틱인베스트먼트 두 곳이 빨아들인 결과다. 초기 투자자인 레전드캐피탈과 LB인베스트먼트는 여전히 지분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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