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D, 차량용OLED조명 사업 남겨둔 까닭은 글로벌 납품사와 장기 계약…일반OLED조명만 단계적 축소
김장환 기자공개 2019-04-24 08:15:19
이 기사는 2019년 04월 23일 1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디스플레이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조명 사업 철수를 결정하면서 차량용 OLED 조명 사업은 남겨두기로 해 관심을 끈다. 2015년 사업 시작 후 적자만 지속해 사업 철수를 결정하면서도 매출 비중과 성장 전망이 높지 않은 차량용 OLED 조명 사업만큼은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LG그룹은 미래 사업 육성을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입장이지만 실제로는 LG디스플레이와 납품사의 계약관계 때문에 차량용 OLED 조명 사업을 접을 수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글로벌 굴지 자동차 납품사들이 LG디스플레이 OLED 조명 사업 철수시 소송까지 단행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올 들어 본격적으로 검토를 벌여왔던 OLED 조명 사업 철수 방안을 최근 확정했다. 일반 OLED 조명은 철수하고 차량용 OLED 조명 사업 부문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일반 OLED 조명 부문은 올해부터 단계적인 철수 절차가 시작된다. 관련 설비를 외부 업체에 매각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LG디스플레이가 OLED 조명 사업을 처음 시작한 건 약 4년 전이다. LG화학에서 이끌고 있던 OLED 조명 사업을 2015년 영업양수도 방식으로 이양받았다. 당시 영업양수도로 LG화학에 지출한 자금은 1600억원 규모다. LG디스플레이는 이후 1400억원을 들여 경북 구미 디스플레이 공장에 5세대(1000㎜*1200㎜) 조명용 OLED 라인을 깔았다. 월 1만5000장 양산 능력을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 OLED 조명 생산 설비였다. OLED 조명 사업에만 도합 3000억원대 자금을 투입했다.
LG디스플레이 품에 안긴 이후 OLED 조명 사업은 지속해 적자만 냈다. 지난해까지 3년 동안 OLED 조명 사업에서 발생한 적자가 수백억원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주 물량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작은 규모로 시작해 시장 동향을 살펴본 뒤 확대했어야 할 사업을 두고 처음부터 과잉투자를 해 낭패를 본 것이란 내부 지적이 나온다.
LG그룹은 지난해 6월 구광모 회장 부임 후 계열사 전반의 각종 사업을 정리하거나 새롭게 시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8월 그룹 사상 최대 규모라고 할 수 있는 1조4000억원대 자금을 들여 차량용 헤드램프 기업 ZKW를 인수한 일이나 LG전자의 최근 연료전지 사업 정리, LG유플러스의 PG사업 철수 검토 등도 모두 그룹 차원에서 구상해 단행된 일들이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OLED 조명 사업 정리도 그 일환으로 풀이된다. OLED 조명은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애착을 보였던 사업이다. 한 부회장은 지난해 1월 CES 2018 자리에서 실무진에게 소리나는 조명 개발을 조언하는가 하면 OLED 조명을 핵심 성장 사업으로 삼겠다는 포부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룹 차원에서 사업의 선택과 집중을 단행하고 있는 와중에 적자가 확대 중인 OLED 조명 사업을 지속해 밀어붙이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정작 LG디스플레이가 매출 규모로 볼 때 일반 조명의 반에도 못 미치는 차량용 OLED 조명 사업을 남겨두기로 한 건 아우디, 폭스바겐 등 차량용 OLED 조명을 납품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조명 사업 철수를 위해 이들 기업과 꾸준히 협상을 진행해왔다. 장기 납품 계약이 맺어져 있어 사업 철수를 위해서는 이들의 동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최종적으로 이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업계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조명 사업 부문을 축소해야 한다는 내부 판단에 따라 OLED 조명 철수를 결정하게 된 것"이라며 "납품사들의 반발 때문에 차량용 OLED 조명 사업은 남겨두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과 장기 계약 관계가 끝나는 시점에 차량용 OLED 조명 사업 역시 철수를 결정할 가능성도 아직 열려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차량용 OLED 조명은 백라이트와 계기판, 실내 조명 등이다. 헤드라이트 등 조명과 달리 사업 확대 여지가 그리 크지 않은 분야란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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