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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참치왕국' 이끈 가신집단은 누구? [동원그룹 세대교체]④박인구 부회장·박문서 사장…김남정 부회장, 내년 지주 대표이사·의장직 승계하나

박상희 기자공개 2019-04-30 11:37:00

[편집자주]

약 20여 년 전인 2001년 선제적으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그룹이 있다. 2003년엔 계열분리를 통해 경영권 승계도 마무리했다. '참치왕국' 동원그룹 이야기다. 1969년 설립 이후 동원그룹 성장 신화를 써 온 김재철 회장은 계열분리 16년 뒤 창립 50주년을 맞아 퇴진했다. 경영권 분쟁이나 후계구도를 둘러싼 잡음은 없었다. 2000년대 초반 지주사 전환과 계열분리를 마무리 한 덕분이다. 동원그룹의 지배구조 변곡점과 남은 과제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26일 07: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퇴진 의사를 밝혔지만 아들 김남정 부회장이 곧바로 그룹 수장 자리에 오르진 않았다. 그룹 지배구조 상 최고 정점에 있는 지주사 동원엔터프라이즈 대표이사 및 이사회 의장은 김 회장의 매제이자 김 부회장의 고모부인 박인구 부회장(사진)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이 곧바로 회장 직을 승계하지 않은 것도 박 부회장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박 부회장의 임기는 2020년 3월까지다. 그룹 안팎에서는 박 부회장이 물러나면 김 부회장이 동원엔터프라이즈 대표이사 및 의장 자리를 승계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동원엔터프라이즈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면서 김 부회장으로의 지분권 승계는 이미 이뤄졌다. 김 부회장이 동원엔터프라이즈 CEO에 오르면 아버지 김 회장에 이은 아들 김 부회장의 '2세대 경영'은 완성된다.

◇박인구, 김재철 회장 '조력자'·김남정 부회장 '멘토'…2003년부터 지주사 CEO

동원그룹 창립자인 김 회장은 지주사 동원엔터프라이즈 대표이사를 초기(2001~2002년)에만 맡았다. 박 부회장이 2003년부터 현재까지 장기간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동원엔터프라이즈 대표이사는 이사회 의장도 겸직한다. 이사회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서의 권한을 갖는다. 김 회장은 이사회 상근이사로 이름을 올렸지만 대표이사 및 의장 자리는 직접 맡지 않고 박 부회장에게 넘겼다.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동원그룹 지주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룹 경영을 전반적으로 총괄하는 역할을 박 부회장이 맡은 셈이다. 이사회 의사결정 구조 상 박 부회장이 가장 꼭대기에 있다. 박 부회장이 동원그룹 가신집단 핵심으로 불리는 이유다.

박인구 축소
*박인구 부회장
박 부회장은 김 회장의 여동생인 김숙희 씨의 남편이다. 김 회장과 박 부회장은 매제 관계다. 김 부회장에게는 고모부다. 넓게 보면 박 부회장 역시 오너 일가로 볼수 있지만 김 회장과 직계존속 관계는 아니다.

무엇보다 박 부회장은 동원엔터프라이즈를 비롯한 동원그룹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김 부회장으로 지분 승계가 이뤄진 뒤 동원엔터프라이즈 대표이사에 올랐다.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다. 박 부회장이 사심 없이 김 회장을 도와 그룹을 이끌 수 있었던 배경으로 풀이된다.

박 부회장은 공식적으로 동원그룹이 출범한 1996년 합류했다. 지주사 전환과 계열분리 등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김 회장이 박 부회장에게 경영을 도와 달라고 요청한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박 부회장은 2001년 지주사 전환 이후 신설된 동원F&B 초대 대표이사를 지냈다. 2003년부터 17년째 동원엔터프라이즈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박 부회장은 2008년 미국 참치브랜드 스타키스트, 2011년에는 세네갈의 통조림 회사 SNCDS(현 S.C.A.SA) 인수를 주도하는 등 그룹 외형 확장에 힘을 쏟았다. 처조카인 김 부회장의 경영 수업을 옆에서 도우며 멘토로 활약했다. 김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결심을 한데는 박 부회장의 존재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인구, 내년 임기 만료…30년 그룹 재무통 박문서 사장 역할 커질듯

동원엔터프라이즈 이사회는 4인으로 구성된다. 김재철 회장, 박인구 부회장(대표이사), 김남정 부회장, 박문서 사장(사진) 등이다. 김 부회장은 경영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박 사장은 경영지원 본부장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퇴진 의사는 밝혔지만 아직 등기이사 사임은 이뤄지지 않았다. 동원엔터프라이즈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는 3인 이상의 사내이사로 구성된다. 김 회장이 등기이사 직에서 사임한 이후 이사회 구성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미정이다.

동원지주 이사회

동원그룹 관계자는 "이사회 사내이사는 3인 이상이면 되기 때문에 김 회장이 등기이사에서 빠져도 큰 문제는 없다"면서 "3인 체제로 유지될 지, 새로운 사내이사를 선임할지는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을 비롯해 4인의 등기이사 임기는 모두 내년 3월까지다. 2세 경영본격화 차원에서 박 부회장이 내년에 물러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1946년 생인 박 부회장은 내년 75세가 된다. 희수(喜壽)를 앞두고 있다.

다만 박문서 사장은 김 부회장을 도와 이사직을 연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사장은 그룹의 '금고지기' 역할을 해왔다. 박 부회장과 더불어 가신집단의 핵심 인물이다.

박문서 축소
*박문서 사장
1958년 생인 박 사장은 중소기업은행 출신이다. 1987년 동원산업 자금팀으로 입사해 자금팀장, 경영관리실 팀장 등을 거쳤다. 지주사 출범 이후 동원엔터프라이즈 경영관리실 팀장, 실장을 거쳐 2008년 경영지원본부장에 올랐다. 지난해 1월 동원엔터프라이즈 사장으로 승진했다.

박 사장은 입사 이후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룹의 모태인 동원산업과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에서 자금 및 경영관리 조직에서만 일해왔다. 그룹에서 손꼽히는 재무통이자 그룹의 CFO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젊은 시절부터 김 회장을 가까이에서 보필한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박인구 부회장과 박문서 사장은 김재철 회장과 김남정 부회장의 핵심 가신집단"이라면서 "박 부회장은 내년 지주사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점쳐지는 반면 재무통인 박 사장은 계속해서 김 부회장을 보좌하면서 그룹 재무를 챙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룹 안팎에서는 박 부회장과 박 사장 이외에 각 계열사 대표이사 사장도 가신그룹에 속한다고 보고 있다. 사장단에 속한 대표이사 대부분이 30년 넘게 '동원맨'으로 재직했다.10년 안팎의 대표이사 경력을 보유한 장수 CEO도 많다.

신영수 동원홈푸드 사장은 1985년 동원그룹에 입사했다. 올해로 재직 35년차다. 2007년 삼조셀텍 대표이사 사장에 올라 2012년부터 동원홈푸드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동원홈푸드 대표이사만 7년차다. 대표이사 경력은 13년차에 이르는 장수 CEO다.

김재옥 동원F&B 사장은 1989년 동원산업 판매관리부 과장으로 입사해 약 20년 만인 2011년 동원데어리푸드 대표이사에 올랐다. 2016년부터 동원F&B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1959년 생인 조정근 동원시스템즈 대표이사는 2011년 동원시스템즈 정밀부문 대표이사 부사장에 올랐다. 올해로 대표이사 9년차다. 2013년 동원시스템즈 사장으로 승진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1959년 생인 김종성 동부익스프레스 사장은 1982년 동원산업에 입사했다. 2017년부터 동부익스프레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대표이사 사장 직급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이명우 동원산업 사장이 비(非)동원 출신이다. 1954년생인 이 사장은 삼성전자 출신이다. 동원산업과는 2014년 처음 연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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