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칩스, 전장 1등의 멍에…차세대 먹거리 '골몰' [팹리스 리포트]①현대기아차 수요 일변도에 이익률 5%…디지털콕핏·AI로 R&D 확대
윤필호 기자공개 2019-04-30 08:21:55
[편집자주]
메모리반도체에 치우친 국내 반도체 업계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비메모리반도체에 대한 중요도가 커지며 팹리스, 파운드리 업종도 부활의 몸짓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공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팹리스 업체들의 현주소를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29일 07: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텔레칩스는 팹리스(fabless) 업계 국내 2위 회사다. 과거 MP3 플레이어로 시작해 카오디오 등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 뛰어들어 성장을 거듭했고 이제는 국내를 대표하는 전장 반도체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자동차 전장 부품은 전자 회사들도 뛰어들도 있는 신시장이다. 다만 현대기아차로 수요처가 한정돼 있어 가격 경쟁력이 약하다는 한계가 있다. 텔레칩스는 시장 점유율은 높지만 이익률은 낮은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텔레칩스는 꾸준한 연구개발(R&D)로 기술력을 확보하는 한편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 분야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육성 분위기에 따른 수혜 기대감도 크다.
◇인포테인먼트에서 콕핏으로
자동차 인포테인먼트(Car Infotainment)인 AVN 반도체를 설계하는 텔레칩스는 그동안 관련 시장의 확장세에 힘입어 성장을 거듭했다.
인포테인먼트는 자동차에 탑재되는 오디오와 비디오, 내비게이션 시스템인 AVN(Audio·Video·Navigation) 등을 지칭한다. 텔레칩스는 이 같은 시스템에 사용되는 반도체를 설계·판매한다. 전체 매출에서 AVN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90%를 넘는다. 텔레칩스는 국내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해외 벤츠, 도요타, 아우디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현대·기아자동차에 탑재되는 AVN의 점유율은 2017년 기준으로 73.6%를 기록했다. 세계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장 점유율도 12.3%를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 전장 반도체 설계는 텔레칩스에게 든든한 먹거리이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지난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은 24%를 기록했다. 이 같은 환경에서 텔레칩스는 국내 1위 차량용 반도체 설계회사로 거듭났다. 회사는 이 밖에 주행정보를 유리창에 띄우는 헤드업디스플레이(HUD)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무선통신 기능을 활용해 외부와 연결하는 텔레매틱스(Telematics) 분야에서도 사업을 진행 중이다.
시장 확장의 영향으로 실적도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498% 증가한 9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각각 2.8%, 28.7% 증가한 1661억원, 82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이익률이 한계다. 수요처가 현대기아차로 집중되면서 가격 협상력이 낮다. 통신 칩이나 이미지센서 등을 다루는 팹리스업체들은 두자릿수 이상의 높은 이익률을 자랑한다. 텔레칩스의 이익률은 5%대에 불과하다. 텔레칩스 입장에선 양적으로 질적으로 변신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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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칩스는 새로운 먹거리로 차량용 '콕핏'(Cockpit) 시스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콕핏 시스템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돌핀플러스를 선보였고, 올해 1월 콕핏 시스템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솔루션을 공개했다. 콕핏 시스템은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하나의 시스템온칩(SOC)으로 구현한다. 구조적으로 '돌핀플러스' 칩셋 두 개로 구성된 프로세스로 각각 인포테인먼트와 디지털계기판을 지원한다. 회사 관계자는 "콕핏의 원래 의미는 비행기 조종석인데 자동차 업계에서는 운전자 보조 기능을 말한다"며 "비행기 조정석에 보조 장치처럼 운전을 보조해주는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셋톱박스 SoC 사업에도 도전한다. 해외 시장에는 이미 진출했고 국내 시장에도 진입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저전력 셋톱박스 SoC를 개발했고 수신제한시스템(CAS) 지원 환경도 갖췄다.
자회사를 정리해 신사업에도 진출한다. 텔레칩스는 지난해 자회사인 티에스디반도체를 청산하고 신규 자회사로 마인드인테크를 설립했다. 티에스디반도체는 미국 시그마디자인(Sigma Design)사와 셋탑박스용 반도체를 공동개발하고 프로모션 하기 위한 일종의 브랜드 관리회사였다.
대신 인공지능(AI) 반도체 R&D를 목적으로 마인드인테크를 새로 설립했다. 마인드인테크는 컴퓨터 비전 분야의 AI 기반 객체 검출과 인식 기술과 에이다스 인식 칩과 솔루션을 제공을 추진하는 회사다. 아울러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공급업체인 오토실리콘의 지분 50%를 취득했다. 이 역시 신규 사업 진출 차원이다. 문석용 마인드인테크 대표는 미국 워싱턴 주립대에서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AI 분야 권위자로 알려졌다. 회사는 딥러닝을 활용해 음성과 영상을 인식하는 AI 엔진과 칩을 2020년까지 상용화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마인드인테크에서는 운전자 보조기능에 필요한 AI 알고리즘을 연구하는 회사다"며 "주행자의 음성을 인식하고 계기판 등의 해상도를 끌어올리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아직 상용화는 안 됐다"고 소개했다.
한편 텔레칩스는 최근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 정책에 수혜가 기대된다. 정부는 조만간 시스템 반도체산업 육성 종합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도 2030년까지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 R&D와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텔레칩스는 국내 팹리스 업체 가운데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를 개방하는 일부 회사로서 수혜 기대감이 높다. 다만 회사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은 아직 없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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