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의 글로벌 오토게임]미국 자동차 3사 금융위기 탈출기(1): 크라이슬러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19-06-03 07:39:23
이 기사는 2019년 05월 27일 10: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8년에 미국 3대 자동차 회사 포드(Ford), GM, 크라이슬러(Chrysler)가 위기를 맞았던 가장 직접적 원인은 2003~2008년에 발생한 유가 상승이다. 종업원들의 근무연수도 점차 높아졌고 퇴직연금 부담도 늘어났다. 거기에 금융위기가 겹쳤다.그 기간 동안 연료비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환경보호 의식의 고조로 자동차 연비도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원래 미국은 워낙 나라가 크고 모든 것이 풍부해서 에너지 절약, 자원 절약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던 나라다. 그래서 자동차 회사들은 SUV나 픽업 같은 대형차를 선호해서 생산했다. 3%까지 떨어지는 일반 승용차 마진에 비해 15~20% 고마진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8년에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돌파하고 금융위기까지 발생하자 미국인들은 SUV와 트럭의 구매를 거짓말같이 중단해 버렸다. 소비자들의 변심은 자동차 회사들이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자동차 3사의 시련은 거기서 출발했다.
금융위기 때 3사 중 가장 먼저 위기를 맞았던 회사는 상용차 주력회사 크라이슬러다. 크라이슬러는 1998년에 독일의 다임러와 합병한 후 거의 10년의 시간을 어렵게 보냈는데 2007년에 결국 사모펀드에 매각되는 등 집중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금융위기를 맞았다. 2009년 4월 30일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제출했다. 동시에 크라이슬러는 이탈리아의 피아트와 제휴할 계획이 있다고 공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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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정부는 이 거래를 지원하기 위해 크라이슬러에 총 205억 달러를 지원했다. 그 중 80억 달러는 21% 이자를 받는 직접 지원이었고 나머지는 주식 인수다. 연방정부(재무부)는 새 크라이슬러 지분의 8%를 보유했고 자동차산업노총 UAW(United Automobile Workers)가 55%, 캐나다 정부가 2%를 각각 보유했다. 회사는 피아트가 경영하기로 했다. 조합원 39만인 UAW는 AFL-CIO(조합원 1300백만)와 함께 미국의 양대 노총이다.
그러나 크라이슬러 지배구조는 지분과 비례하지 않게 구성되었다. 8인의 이사로 구성된 이사회에 미국 재무부가 4인을 지명할 수 있는 권리를 가졌고 피아트는 3인의 이사 지명권을 가졌다. UAW는 이사 1인 지명권을 가졌지만 다수의견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게 되었다.
세르지오 마르치오네(Sergio Marchionne)가 CEO로 투입되었다. 마르치오네는 이탈리아 태생인데 13세에 캐나다로 이민 온 사람이다. 2004년부터 피아트 CEO였다. 고전하던 피아트를 정상화시켰고 서구 언론에서 통찰력 있고 대담성을 보유한 탁월한 경영자로 평가받는다. 페라리와 마세라티 CEO도 겸했다. CEO로 부임한 마르치오네는 ‘World Class Manufacturing'을 기치로 대대적인 품질개선 캠페인을 벌였다. 21개월 이내에 11개의 모델을 개량했고 SUV 그랜드 체로키가 히트를 쳤다.
크라이슬러는 2011년 5월에 계획보다 5년이나 이르게 연방정부 부채 중 76억 달러를 갚았다. 정부는 7월에 피아트에 주식을 처분해 112억을 회수했으니 13억 정도 손실을 시현한 셈이다. 피아트는 지분을 늘리는 동시에 크라이슬러의 부채비율도 낮추어 갔고 2014년에 크라이슬러는 피아트의 자회사로 편입되었다. 상호도 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빌스(FCA US LLC)로 변경되었다.
2018년 마르치오네가 건강이 악화되어 사임하고(같은 해 사망) 약 10년간 지프 부문 사장이었던 영국인 맨리(Manley)가 승계했다. FCA는 2018년에 총 480만 대를 판매하는 좋은 실적을 냈다.
현재 FCA의 최대주주는 이탈리아의 케네디가로 불리는 아그넬리패밀리의 사모펀드 엑소르(Exor)다. 지분 29%를 보유한다. 네덜란드에 적을 두고 있는 엑소르는 약 240억 달러 규모의 투자회사로 FCA 외에도 페라리, 유벤투스구단, 이코노미스트 등을 가지고 있다.
2019년 5월 말 FCA는 프랑스의 르노에 50:50의 합병을 전격 제안했다. 성사되면 FCA-르노-닛산의 거대 얼라이언스가 탄생하고 합병회사는 폭스바겐과 도요타에 이은 연 870만 대 생산 규모 글로벌 3위로 부상한다. 이 소식에 FCA와 르노 주가는 각각 13%, 11.5% 급등했다. 투자자들이 긍정적으로 보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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