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5월 27일 16: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차기 여신금융협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자가 10명에 달하면서 후보자간 유불리가 강조되고 있다. 금융당국과 협상할 수 있는 힘 있는 '관(官)' 출신을 내세우는가 하면, 업계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민간 출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처음으로 여신금융협회(여신협회) 내부 출신이 대표자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10명이 출마한 이번 차기 여신협회장 선거는 크게 관 출신의 유불리, 민간 금융지주 간의 보이지 않는 대결, 그리고 여신협회 내부 출신이 다크호스로 떠오르는지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관 출신 '선호' 유리…전 정부 활동 경력 '부담'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가 지난 24일 12대 회장 후보 지원 접수를 마감한 결과, 총 10명이 입후보등록서를 냈다. 관 출신은 김교식 전 여성가족부 차관, 김주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 최규연 전 저축은행중앙회 회장, 이기연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등록했다.

업권 규제가 강해지는 현 정부의 기류를 고려하면 관 출신이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행정고시 동기(25회)인 김주현 전 사장과 행시 23회인 김교식 전 차관이 관 출신에선 유력한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앞서 저축은행중앙회장 선거에서도 최 위원장과 한 기수 후배인 박재식 회장이 '관 출신'을 내세워 당선됐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고금리 인하, 가계대출 규제 등 업권 환경이 어려워지자 금융당국과 협상력이 있는 관 출신을 선호했다"고 말했다. 최근 규제 강화로 여신금융업계 역시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점에서 협상력을 갖춘 후보가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일부 후보는 전 정부와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약점도 부각되고 있다. 김교식 전 차관은 지난 2014년 차기 '손해보험협회장' 내정설이 나왔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 논란이 커지면서 무산됐다. 이런 이력 때문에 전 정부와 가깝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김주현 전 사장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씨와 고등학교 동기라는 점이 다소 부담으로 다가온다. 지난 2017년 국정감사에서 일부 여당 의원들이 이런 관계를 제기하며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때문에 현 정부 인사들과 협상을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이런 의혹들을 불식시키는 게 승패를 가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민간 출신, 금융지주 '대리전' 부각

민간에서는 금융지주 출신 인사들이 다소 포진해있다. 고태순 전 NH캐피탈 사장, 이상진 전 IBK캐피탈 사장, 정해붕·정수진 전 하나카드 사장 등이 후보로 나섰다. 각각의 모회사에서 알게 모르게 출신 후보들을 지원사격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금융지주간의 자존심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수진 전 사장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적극 추천해 출마했다는 후문이다. KB국민카드 사장을 지낸 김덕수 현 여신금융협회장이 KB금융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해 이번엔 하나금융에서 회장을 내야 한다는 명분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해붕 전 사장까지 출사표를 던지면서 하나금융 출신 중 누가 숏리스트(압축 후보군)에 오를지 관심이 쏠린다.

이상진 전 사장은 민관을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IBK기업은행에서도 우회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캐피탈을 우량 회사로 키워낸 고태순 전 사장 역시 전문 역량을 바탕으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첫 타이틀 쥐려는 내부 출신 후보, 다크호스 떠오르나

그동안 여신협회장은 주로 관 출신이 맡아왔다. 민간기업 출신으로는 김덕수 현 회장이 처음이다. 이런 여신협회장 선거에 여신협회 내부출신과 학계 출신이 출사표를 던졌다. 여전협회 출신의 임유 전 상무와 학계 출신의 이명식 신용카드학회장이 각각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그중 임 전 상무가 유력한 다크호스라는 평가가 나온다.

임 전 상무는 옛 한일리스 출신으로 리스업계 노조위원장을 지냈다. 이때부터 현 여당의 인사들과 교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인연으로 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을 지냈으며, 현 여당 인사들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현 여당과 인연이 있는 임 전 상무가 유리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여기에 여신협회 상무이사를 거치며 내부 출신 인사라는 강점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의 규제 기조를 고려할 때 정부와 여당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후보가 유리할 수 있다"며 "이런 점에서 임 전 상무의 경력은 나름의 강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의 개입 여부가 마지막 변수로 꼽힌다. 저축은행중앙회선거와 달리 금융당국이 적격후보를 추려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 전달했다는 후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사무금융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여신금융협회장으로 관료출신 낙하산인사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개입이 이뤄지면 민간출신 후보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진다.

여신금융협회는 오는 30일 1차 회추위를 열어 3명 이내로 숏리스트를 작성할 예정이다. 이어 다음달 7일 최종 후보를 투표로 결정한다. 회추위는 카드사 7명, 캐피털사 7명 등 기존 이사회 이사 14명과 감사 1명 등 15명으로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