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솥업체 쿠첸, 모회사 부방과 포괄적 주식교환 단행 상장 유지 실익없다 판단…지주사·M&A 역할 강화 포석
진현우 기자공개 2019-06-14 17:42:10
이 기사는 2019년 06월 14일 17: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방그룹이 종속회사로 두고 있던 프리미엄 주방가전 브랜드 ‘쿠첸'을 다시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특별결의 안건을 이사회에서 통과시켰다. 부방이 쿠첸을 분할·독립시킨 지 4년 만에 다시 자회사로 불러들인 배경엔 가전사업 위축으로 인한 돌파구 마련과 지주회사 역할을 강화하고자 하는 전략적 셈법이 담긴 포석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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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설립된 부방은 지난 2015년 8월 리빙사업부와 유통·전자부품사업부를 각각 인적분할과 물적분할 방법으로 떼어냈다. 이는 부방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연장선상에서 진행됐다. 당시 분할작업을 거친 리빙사업부와 유통·전자부품사업부는 각각 ‘밥솥업체' 쿠첸과 이마트 안양점을 운영하는 그룹의 캐시카우(Cash Cow) 부방유통이다.
부방이 쿠첸과 포괄적 주식교환을 결정하게 된 배경으론 여러 복합적인 원인이 꼽힌다. 우선 쿠첸이 영위하고 있는 소형 밥솥시장의 성장성이 높지 않아 주가가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내부 의사결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쿠첸은 밥솥 외에도 인덕션 사업을 선도했지만, 현재 LG전자를 비롯한 대기업들에 밀려 유의미한 시장점유율을 올리지는 못하고 있다.
향후에도 신규 사업을 진행하겠지만 사실 소형 가전을 제외한 다른 사업영역으로 진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신규 사업은 지주회사인 부방을 통해서도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상장유지 관리비용에 대한 부담은 지속됐다. 가령 금전적인 비용으로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개최하는데 드는 비용과 각종 공시비용이 거론된다. 특히 쿠첸은 코스닥 상장사인 만큼 3년마다 사업연도 개시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외부감사인을 선임해야 한다.
부방은 매 3년마다 도래하는 쿠첸의 감사인을 선임할 때, 의결 정족수가 부족해 일일이 소액주주들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 절차에 따른 번거로움뿐만 아니라 제반절차 비용에 대한 고민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감사위원을 뽑기 위해선 발행주식의 25%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지만,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은 '3%룰'에 따라 최대 3%까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감사를 선임하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여러 조치들이 수반돼 따라 온다"며 "결국 주주의결권 위임 대행업체에 용역을 맡길 수밖에 없는데, 이는 안건 하나당 약 1억원 가량의 비용이 소요돼 쿠첸은 주주들의 동의를 일일이 묻고 취합해 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포괄적 주식교환에 따라 쿠첸의 상장폐지가 확정되면, 부방 입장에선 소액주주 보호문제와 공개매수비용(주식매수청구권) 등의 부담이 자연스레 따라온다. 상장 혜택이 별로 없다고 판단해 상장폐지를 선택하는 것도 그만큼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혜택이 없는데다 상장유지비용이 과중한 부담으로 작용한다면, 이번 부방그룹의 포괄적 주식교환 의사결정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다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인적분할한지 3년도 채 되지 않아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번 포괄적 주식교환은 부방의 지주회사(Holding Company)로서의 역할 강화 측면에서 진행됐을 가능성도 대두된다. 부방그룹은 최근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내부 공감대를 어느 정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부방은 올해 1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쓰리원이알피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시켰고, 저가항공사(LCC)인 에어로케이의 소수지분(Minority) 투자에도 참여했다.
이밖에 LG전자가 매각하고 있는 하이엔텍과 엘지히타치워터솔루션 인수를 위한 입찰경쟁도 참여하고 있다. 예비 적격후보(숏리스트)로 선정된 부방그룹은 자회사인 테크로스를 인수 주체로 내세워 딜을 진행 중이다. 현재 경영진 인터뷰(MP·Management Presentation)를 마치고 다음 주 중순으로 예정된 본입찰 참여 여부를 저울질 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소액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이 10% 이상 들어오면 포괄적 주식교환은 법적으로 무효화된다"며 "다만 성장성이 정체된 쿠첸보다 최근 M&A를 통해 활발하게 투자활동을 벌이고 있는 부방의 주식을 받는 것에 대해 쿠첸 주주들의 셈법이 복잡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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