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업 리포트]'허진규 뚝심' 일진머티리얼즈, 그룹을 일으킨다④2025년 11.3배 성장, 수요 대비 캐파 증설 '착착'
구태우 기자공개 2019-07-03 07:45:41
[편집자주]
환경오염 규제가 강화되고, 전기차 기술이 발달하면서 전기차와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2차전지 시장은 '배터리 전쟁'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다. 배터리 소재업체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최근 SK그룹이 동박업체 KCF테크놀로지스(KCFT) 인수를 발표한 이유다. 주식시장에서 밸류에이션도 고공행진이다. 더벨이 2차전지 시장의 흐름과 대그룹들의 전략, 그리고 2차전지 소재 업체들의 현황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7월 02일 15시4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차전지는 리튬이온을 흡수·방출하면서 작동되는 구조다. 리튬이온은 충전할 때 음극으로 옮겨가고, 전기에너지를 사용할 때 양극으로 옮겨간다. 양극과 음극은 리튬이온의 저장소 역할을 한다. 전기전도체인 동박은 음극에 삽입되는 얇은 박이다. 두께는 3~100 마이크로미터(㎛)인데, 얇고 넓고 길게 만드는 게 관건이다. 동박이 얇아야 적재 가능한 리튬이온이 많아져 에너지 밀도가 높아진다. 전기차 배터리 원가는 에너지 밀도와 반비례한다.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지용 동박의 수요도 늘고 있다.2차전지용 동박 제조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가 일진그룹의 성장을 견인하는 자회사로 부상하고 있다. 동박 매출이 늘면서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일진그룹은 주요 자회사의 전방산업이 부진해지면서 성장이 둔화됐다. 일진그룹은 전지용 동박을 생산한 지 17년 만에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일진그룹은 '전기차 붐'이 형성되면서 일진머티리얼즈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2017년 말레이시아에 동박 생산공장을 짓기 위해 2000억원을 투자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투자금을 확보했고, 지난 3월 3000억원을 투자해 말레이시아 공장 증설을 추진 중이다. 3년 동안 해외 생산거점 확보에 들어가는 자금만 5000억원에 달한다. 일진머티리얼즈의 연결 기준 매출액(2018년 5020억원)에 맞먹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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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머티리얼즈의 동박 생산능력은 증설 후 연산 4만5000톤으로 증가한다. 현재 2만5000톤(국내 1만5000톤)인데, 캐파가 80% 늘어난다. 전기차용 배터리에 들어가는 동박은 약 37kg(1KWh 당 동박 0.61kg)으로 증설 후 전기차 121만6216대(현재 67만5675대)의 물량을 소화할 수 있다. 향후 말레이시아 공장은 2차전지용 동박 위주로 생산하고, 국내 공장은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과 PCB 회로용 동박 위주로 생산할 방침이다. 일진머티리얼즈는 PCB용 동박의 비중을 줄이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의 동박 제품은 삼성SDI와 LG화학, 중국 BYD 등 국내외 전지업체에 납품된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전기차 수요 증가에 대비해 캐파를 늘린 만큼 안정적인 매출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전지용 동박 수요는 2018년 3만4000톤에서 2025년 38만5000톤으로 11.3배 증가한다.
전지업계에 따르면 2차전지 소재 중 동박은 여타 소재와 비교해 안정적인 제품이다. 동박의 원재료는 구리인데, 2차전지 주요 소재인 양극재(니켈·코발트·망간 등) 원료와 비교해 가격 변동성이 적다. 전기차에 납품 가능한 동박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세계 6곳밖에 없다. 중국의 장춘(CCP·12.5%)이 세계 점유율 1위, 일진머티리얼즈(10.6%)와 KCF테크놀로지스(KCFT·9.8%)가 각각 2위, 3위다. SK그룹 자회사인 SKC는 KCFT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동박은 진입장벽이 높은 제품이다. 동박은 제조공정에서 청정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티끌 크기의 불순물이 섞여도 수백 미터의 동박이 불량품으로 처리된다. 동박은 회전 드럼에 구리를 입혀 말아내는 방법으로 제조되는 데 1미터 폭 제품의 오차는 0.015㎛다.
일진머티리얼즈의 동박 부문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전지용 동박 매출액은 2191억원으로 2016년(1499억원)보다 46.1% 증가했다. 2020년 4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박 부문의 빠른 성장은 일진그룹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일진그룹의 전체 매출은 2조3000억원 가량인데, 이중 9.5%를 전지용 동박이 차지하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의 전지용 동박 매출은 그룹 핵심 계열사인 일진전기의 매출을 뒤쫓고 있다. 말레이시아 동박 공장 증설이 끝나면 일진전기와 매출 격차는 상당히 좁혀질 전망이다.
일진그룹은 1976년 동복강선(구리로 코팅한 선)을 개발하면서 외형을 키웠다. 일진그룹의 모태는 일진전기인데, 전방산업인 조선업과 건설업 부진으로 성장이 둔화됐다. 전지용 동박 수요에 힘입어 일진그룹은 외형 성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업계는 일진머티리얼즈의 동박 사업이 20여년의 기다림 끝에 빛을 보고 있다는 분위기다. 일진그룹 창업주 허진규 회장은 1978년부터 동박 국산화를 추진했다. 대규모 자금을 투자했지만, 불량률이 높아 상용화하는데 실패했다. 그러다 1988년 불량률이 낮고, 가격경쟁력이 높은 PCB용 동박 생산에 성공했다. 2001년 기술력 바탕으로 전지용 동박 상용화를 추진했다.
일진그룹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면서 핵심 소재를 공급하는 일진머티리얼즈가 성장하고 있다"며 "친환경 자동차 시장의 핵심 소재를 선점한 만큼 향후 그룹의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사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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