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업 리포트]에넥스, 오너 2세 경영 키워드 '실리'⑥ 조직 내 '자금' 인사 강화…내실화 작업 본격화
양용비 기자공개 2019-08-07 08:37:00
[편집자주]
가구·인테리어업계가 불황에 접어들고 있다. 주택 매매 경기가 경색되면서 가구공룡 이케아가 불러온 '메기효과'도 점점 사그라들고 있다. 이에 가구·인테리어업계는 사업적 변화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각오다. 업체별 기존 사업 및 지배구조, 미래 성장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19년 08월 01일 15: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넥스의 창업자 박유재 전 회장은 올해 회장 직함 앞에 '명예'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1971년 에넥스의 모태인 서일공업사 창업 이후 50년을 이끌어 온 박 명예회장은 올해 3월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장남인 박진규 부회장은 회장으로 승진했다.에넥스에 본격적인 오너 2세 경영 시대가 열리면서 서서히 변화의 미동이 감지되고 있다. 박 명예회장이 에넥스를 국내 뿐 아니라 중국·베트남·카자흐스탄까지 확장한 '글로벌 에넥스' 시대를 열었다면, 박 회장은 부친이 해왔던 사업들을 내실화하는 '건강한 에넥스'의 시대를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건강한 에넥스를 만들기 위한 변화는 조직과 사업 부문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수 년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카자흐스탄 사업은 점진적으로 축소하기로 했고, 조직 내부적으론 '돈'의 흐름을 관리하는 부서도 신설해 실리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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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매출 성장의 그림자…영업이익률 '0%' 대
최근 5년간 에넥스의 매출 성장은 눈부시다. 2014년 2619억원이었던 매출은 4457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0년 박 회장이 대표이사로 부임하면서 B2C(소비자 거래) 부문의 비중을 높인 게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 회장은 에넥스 사업 부문 가운데 B2C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리면서 이에 따른 유통망도 확대했다. 이동형 전시 차량까지 운영하면서 공격적으로 지역 판촉을 강화해 주방가구·수납패키지의 판매가 늘어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
다만 이같은 매출 성장은 실속이 없었다. 많이 팔아도 남는 게 없었다. 에넥스는 2016년부터 영업이익률 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00만원 짜리 제품을 팔면 남는 돈은 몇 천원 수준인 셈이다.
영업이익률 하락으로 현금창출력이 떨어지다보니 2016년부터 빌린 돈을 갚기 위해 또 다른 차입금을 늘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영업이익률이 2.63%에서 0.6%까지 감소한 2016년 에넥스의 단기차입금은 전년 110억원에서 622억원으로 불어났다.
2016년 차입금 상환을 위한 차입금이 늘어나면서 이듬해 부채비율도 전년 158.98%에서 184.5%까지 높아졌다. 차입금 증가에 따른 부채 부담이 커지자 지난해부터 에넥스는 차입금 상환의 액수를 늘려 부채비율을 낮췄다. 지난해 에넥스가 차입한 금액은 627억원, 상환한 금액은 587억원으로 부채비율은 161.38%로 낮아졌다.
박 대표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내실 다지기'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불필요한 투자는 줄이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수주는 과감하게 포기하는 전략을 택하는 것은 현금창출 능력을 높여 재무안정화를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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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실 다지기 방안, 철저한 자금 관리
에넥스는 올해 상반기 조직 내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에넥스 내에서 재무통으로 정평이 난 송성수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박 회장과 함께 각자 대표이사에 올랐다. 재무 담당인 송 전무가 대표이사 자리를 꿰찬 것은 에넥스가 박 회장이 승진한 올해를 내실 강화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송 대표는 에넥스에서 35년 간 근무해 내부 사정을 속속히 알고 있고 재무 사정에도 밝은 재무통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영지원실 내에는 자금부가 신설됐다. 이 또한 에넥스의 자금 흐름을 철저하게 감시해 불필요한 지출을 방지해 재무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한 복안으로 풀이된다. 에넥스에서 자금부가 생긴 건 2014년 경영지원부가 경영지원실로 승격한 뒤 처음이다. 그만큼 박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자금 관리에 얼마나 무게를 두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에넥스는 내실 강화 방안 가운데 하나로 영업력이 없는 해외사업은 과감하게 축소키로 했다. 현지 상황에 따라 수주가 힘들어진 해외법인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잘 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기 위함이다.
에넥스가 진출한 해외법인 가운데 점진적인 철수가 결정된 곳은 카자흐스탄이다. 에넥스는 2007년 주택 건설 호황을 누렸던 카자흐스탄에 진출했다. 당시 국내 건설사인 동일하이빌과 프로젝트로 사업을 진행했지만 카자흐스탄 프로젝트가 완료 단계에 이르면서 추가 수주가 전무해졌다. 에넥스가 카자흐스탄 법인의 점진적 축소를 선언한 이유다.
에넥스 관계자는 "경쟁 업체 진출·건설 경기 침체로 인해 영업이익이 저조한 상황"이라며 "당분간은 외형 성장보다 내실 강화에 힘쓰기 위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수주는 과감히 포기하고, 원가 구조·비즈니스 프로세스 개선 등을 통해 이익 개선에 나서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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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스터마이징 주방·친환경 가구 '승부수'
에넥스는 사업 구조 변화와 신사업 추진으로 수익성 제고에 나설 예정이다. 여전히 에넥스에서 사업 비중이 높은 B2B 부문은 건설사 수주 사업인 탓에 규모는 크지만 수익성이 낮다. 통상 건설사들은 최저가 입찰을 통해 수주를 따낸다. 건설사들은 최저가 입찰에 따른 원가절감을 위해 가구 납품가 인하를 가구업체에 전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 회장이 대표이사가 된 후 B2C의 비중을 늘린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B2C 사업의 경우에도 부동산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고, 경쟁 심화에 따른 판촉 증가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에넥스가 인테리어 사업 진출을 고려하는 것도 부동산 경기가 악화해 주택 거래 매매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리모델링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에넥스가 업계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내세우는 사업은 '커스터마이징 주방'이다. 고객 맞춤형 주방은 업계 최초라는 게 에넥스의 설명이다. 에넥스는 주방가구와 붙박이장 전 제품 몸체에 물로 만든 도료 ‘워터본'을 적용하는 등 친환경 가구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에넥스 관계자는 "1인 가구를 위해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합리적인 가격, 우수한 디자인과 품질을 갖춘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며 "향후 온오프라인 유통망 채널 확장, A/S 서비스 향상 등을 통해 전사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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