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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웨어 리포트]시장 성장 속 도태되는 '토종업체', 종착역은최근 5년간 성장률 15.3% 달해…빅4 매출 지속 감소, 적자전환도 속출

박상희 기자공개 2019-11-01 07:37:00

[편집자주]

국내 언더웨어 시장은 BYC, 트라이, 비비안, 비너스 등 소수 브랜드가 오랜 기간 권세를 누려온 독과점 구조였다. 2010년대 들어 유니클로를 필두로 비전문 언더웨어 업체들이 잇따라 사업에 뛰어들면서 시장 지형이 바뀌었다. 시장 변화와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한 토종 업체는 도태 위기에 몰렸다. 62년 역사를 자랑하는 남영비비안이 시장에 매물로 출현한 건 토종 언더웨어 업계 위기를 대변한다. 쌍방울이 남영비비안 인수를 선언한 가운데 언더웨어 시장에 미칠 영향과 판도 변화를 가늠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0월 29일 16: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첫 월급을 타면 부모님께 '빨간 내복'을 선물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런 토종 언더웨어 업체들의 전성기는 이제 아득한 추억 속 옛 이야기다. SPA(패스트패션) 브랜드, 스포츠업체, 유통업체의 시장 침투 속에 토종 언더웨어(내의)브랜드는 트렌드에 뒤처지면서 노후화된 이미지로 전락했다. BYC, 쌍방울, 남영비비안 등 업계 강자로 군림하던 토종 언더웨어 업체 전성시대도 막을 내린걸까.

1957년 설립돼 62년 역사를 자랑하는 남영비비안이 M&A(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등장한 건 토종 언더웨어 업체의 위기감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과거 10여년 전 개그맨 출신 사업가 주병진 씨가 설립한 '좋은 사람들'이 외형을 키워 M&A에 성공한 사례와는 결이 다르다. 남영비비안은 시장점유율 감소와 적자전환 등 경영 악화 속에서 M&A 시장으로 내몰렸다.

◇유니클로가 불지핀 언더웨어 성장…올 시장규모 2.4조 육박

산업통상자원부와 섬유산업연합회가 발간한 '코리아 패션 마켓 트렌드 2019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언더웨어 시장 크기는 2조2070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대비 3.0% 상승했다. 올해 언더웨어 시장은 8.1%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패션시장 전체 성장률이 지난해 1.8%를 기록했고, 올해 2.7%를 예상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성장세라고 볼 수 있다.

언더웨어 시장은 피부의 오염을 방지하고 보온의 구실을 하는 위생적인 속옷과 겉옷의 모양을 정리하고 체형의 결점을 보정하는 실용적인 파운데이션 종류, 장식을 겸한 란제리 등을 이른다. 기타 잠옷이나 홈웨어 등도 포함된다.

복종별 5개년 연평균 성장률을 비교해봐도 언더웨어의 성장세는 확연하다. 지난 5년 간 내의업종은15.3% 성장했다. 같은 기간 캐쥬얼(5.5%), 아동복(4.3%), 가방(3.7%) 성장률을 뛰어넘는다. 신발 (-1.2%), 남성복(-4%), 여성복(-5.3%)은 역신장했다.

내의 시장규모
*출처: 코리아 패션 마켓 트렌드 2019 상반기 보고서

이렇게만 보면 언더웨어 시장과 '불황'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주목할 점은 언더웨어 시장이 2013년까지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다 2014년부터 두 자리 수의 초고속 성장을 지속했다는 점이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연평균 성장률 16.8%를 기록했다.

2014년을 전후로 내의 시장은 유니클로 '히트텍'이 신드롬을 일으키며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내의=히트텍', 내의가 히트텍으로 동일어로 통용되다시피 할 정도였다. 히트텍 인기에 힘입어 삼성물산(옛 제일모직)과 이랜드 미쏘 등 SPA 업체가 잇따라 언더웨어 시장에 진출했다. 사실상 언더웨어 시장 성장은 토종 업체의 시장 점유율 확대보다는 SPA 및 타복종 업체의 언더웨어 시장 진출이 견인했다. BYC와 쌍방울 등 토종 언더웨어 강자를 위협하는 신흥강호들이 생겨난 셈이다.

◇SPA·스포츠·유통업체 언더웨어 시장 진출 '공세'…토종업체 매출 내리막길

토종 언더웨어 업체들에게 '위기는 기회'가 되지 못했다. 신생 업체들이 브랜드 가치를 활용하며 홈쇼핑과 온라인 유통채널을 통해 급성장한 반면 토종 언더웨어 업체 성장은 눈에 띄게 둔화됐다.

최근 5년 간 언더웨어 업종이 연평균 16.8% 성장하는 동안 매출 기준 1위 업체 BYC의 연평균 성장률은 1.5%에 그쳤다. BYC는 그나마 선방한 편이다. 같은 기간 좋은사람들(-2.5%), 쌍방울(-5.4%), 신영와코루(1.8%) 등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시장 입지가 축소됐다.

BYC의 시장 점유율은 2013년 7.5%에서 지난해 5.5%로 하락했다. 남영비비안 점유율도 같은 기간 3.5%에서 2.7%로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유니클로의 이너웨어 점유율은 2.2%에서 3.1%로 상승했다. 미국 언더웨어 브랜드인 원더브라 점유율은 1.4%에서 4.4%로 뛰어올랐다.

국내 토종 속옷 브랜드
*국내 토종 언더웨어 브랜드

△원더브라, 캘빈클라인 등 해외브랜드 유입 △ 유니클로, 오이쇼 같은 SPA 및 휠라 등 스포츠웨어 브랜드의 시장 진출 △ 자주 등 유통업체의 자체브랜드 PB(자체 제작상품) 출시 등 위협 속에 토종 언더웨어 업체는 속수무책인 모양새다. 중저가 속옷을 대량으로 판매해 이익을 남기던 토종 언더웨어 업체 영향력은 급격히 감소했다.

토종 언더웨어 업체는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체질 개선에 착수했다. 외형 경쟁을 멈추고 효율 중심으로 선회하는 전략을 썼다. 쌍방울, BYC 등 유력 언더웨어 업체들은 이미 지난해 초 7~29% 인력을 감축했다. 주요 16개 브랜드 중 13개 브랜드가 올해 매출 목표 보합 내지 3% 이내로 정했고, 유통망도 확대보다는 정비에 주력했다. 그럼에도 과거와 같은 영광을 재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남영비비안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등장한 것은 막다른 길에 내몰린 토종 언더웨어 업체의 위기감을 보여준 사례다. 변화하는 시장과 언더웨어 업계 트렌드를 선도하지 못하면서 토종업체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쌍방울은 최근 남영비비안 인수대상협상자로 선정됐다. 토종 언더웨어 업계 이합집산이 시작됐다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토종 언더웨어 업체 5~6개가 경쟁하던 구도가 지속되면 SPA 업체와 비전문 언더웨어 업체에 시장을 모두 내주고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면서 "쌍방울과 남영비비안의 M&A를 시작으로 언더웨어 시장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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