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실적·재무부담 이중고…AA+ 흔들릴까 [Earnings & Credit]3분기 실적도 급감, 하향 트리거 일부 충족…투자성과 관건
피혜림 기자공개 2019-11-01 09:04:35
이 기사는 2019년 10월 31일 07: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화학(AA+, 안정적)의 실적 둔화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올들어 뚜렷한 하향세를 보여온 LG화학 실적은 올 3분기에도 전년 대비 대거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다. 공격적인 투자로 실적 부진에 재무부담이 가중되자 LG화학은 일부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를 충족하는 상태에 도달했다.크레딧 업계에서는 LG화학의 실적 둔화보다 재무부담에 더 큰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업황 여건 상 실적 하락세는 피할 수 없는 결과라는 설명이다. 다만 전지 사업 부문에 대한 과중한 투자가 수익 개선을 이끌 효자로 거듭날 지를 주시하고 있다. 전지 사업에 대한 수익 가시화에는 오랜 시일이 예상되는 만큼 해당 부분이 분명해질 때까지 현재 신용도에 크게 영향을 미치진 못할 것이란 의견도 제기된다.
◇실적 둔화, 재무 압력 심화…하향 트리거 충족
LG화학은 지난 25일 잠정 실적 공시를 통해 올 1~3분기 연결기준 923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1조 9565억원) 대비 52%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은 21조 1638억원, 432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20조 8403억원)은 1% 증가했지만 당기순익(1조 3927억원)은 68% 급감했다.
석유화학 부문의 시황 악화가 LG화학의 실적 하락세가 가속화 시켰다. 석유화학 제품의 스프레드가 축소된 탓에 해당 사업부문의 실적 감소를 피하지 못 했다. 투자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전지 사업 역시 아직 초기단계인 탓에 본업 석유화학 부문의 부진을 만회할 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올 3분기 전지 부문이 71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흑자로 전환되긴 했으나 전체 실적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실적 둔화와 더불어 재무부담 또한 심화되고 있다. 전지 사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결과 전체 차입금은 올해 3분기 말 연결 기준 약 8조 95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말 차입금이 5조 3000억원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1년 새 3조원 이상 불어난 셈이다.
문제는 LG화학의 일부 재무지표가 신용등급 하락 트리거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2017년까지 0.1배 안팎이었던 LG화학의 연결기준 순차입금/EBITDA 지표는 지난해 말 0.7배로 뛰어오른 데 이어 올 상반기 말 2.1배로 급증했다. 올 3분기에도 LG화학의 차입금 증가와 실적 둔화가 심화된 탓에 해당 지표는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가 '순차입금/EBITDA 1.5배 초과 지속'와 'EBITDA마진 11% 이하'를 등급 하향 검토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EBITDA마진 역시 올 상반기말 10.2%로 떨어져 등급 하향 트리거를 모두 충족한 상태다.
◇투자 실현 장기화, 전지 사업 관건…전망 지켜봐야
크레딧 업계는 LG화학의 실적 둔화와 재무부담의 이중고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황 여건 상 석유화학 부문의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지 않는 데다 사업 초기 단계인 전지 부문 투자가 향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는 실적 둔화보다는 재무부담을 높이고 있는 전지 사업 투자의 성과에 관심을 두는 모습이다. 최근 LG화학을 포함해 2차 전지 사업에 뛰어든 국내 기업들이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곤 있지만 투자가 수익성으로 확인될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은 전체 투자의 절반 이상을 전지 부문에 할애할 정도로 2차전지 사업에 몰두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을 지에 대해선 불확실성이 있다"며 "자동차에 대한 환경규제에서 전기차가 출발한 만큼 규제 이슈가 얽혀있는 데다 케파 투자와 관련해서도 해외 시장에서 누가 승기를 잡을지 확언할 수 없는 상황이라 크레딧 측면에서도 전기차 산업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지 사업 등을 감안했을 때 등급 하향 트리거 도달이 곧바로 등급 저하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지 사업 성과에 대한 뚜렷한 전망이 드러나지 않은 채로 크레딧을 움직이기엔 신용평가사 또한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올해 LG화학 케팩스 투자가 늘어났다는 점에서 내년 지표 역시 대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자동차 기업들의 크레딧도 3년여를 고심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쟁력을 인정하는 시각도 많은 전지 사업에 대한 확실성 없이 올해 실적만으로 크레딧을 움직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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