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11월 12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딱히 안내할 게 없네요. 거의 다 손놓고 있을걸요" 최근 증권사나 은행 내 상품팀 취재원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이들 중에는 사모펀드에 드라이브를 걸지 않겠다며 '운용사 출입금지'까지 내세웠던 곳들도 있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이들은 하루에 2~3곳 이상의 운용사를 만나며 판매할 상품을 고민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몇달만에 분위기가 완전 뒤바뀐 셈이다.판매사들이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간 이유는 사모펀드 시장에서 있었던 일련의 사고 때문이다. 환매 연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라임자산운용 뿐 아니라 독일·영국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 호주 부동산펀드 등 연이어 문제가 생겼다. 유형도 채권형, 파생형, 대체투자형 등 전방위적이다. 판매사들은 내년에 위험해질 운용사 리스트를 거론하며 자금을 빼기에 여념이 없다.
재미있는 건 이들의 반응이다. 이들은 사태의 원인으로 운용사들의 모럴해저드와 금융당국의 불완전한 정책을 꼽았다. 사모펀드 시장 진입 문턱이 낮아진 뒤 검증 받지 못한 곳들이 생겨났고, 이들이 투자자 보호를 도외시한 채 상품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외부에서 원인을 찾는 동안 '능력이 없어서' 사모펀드를 팔지 못했던 하우스는 졸지에 리스크 관리를 잘한 곳으로 변모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비판의 화살이 판매사 스스로를 향하지 않고 있음은 우스운 일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많은 판매사 관계자들은 사모펀드를 입에 달고 살았다. 공모펀드 시대는 갔으니 유망한 사모펀드를 통해 수익을 올리겠다는 얘기였다. 이들 중 일부는 운용사에 대한 검증보다는 아는 사람이 차린 곳이어서, 다른 판매사가 잘한다고 하니 판매한 케이스도 있었다.
과연 판매사의 일조 없이 사모펀드 사태가 일어날 수 있었을까. 고객을 쥐고 있는 판매사들이 운용사를 만나 주문자제조(OEM)펀드나 시리즈펀드 설정을 요청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올해 문제가 된 사모펀드들 또한 이 연장선상에서 비롯됐다. 운용사들의 속도조절 요청에 판매를 밀어붙인 것도 이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일 우려되는 건 투자자들이다. 고객들을 만나는건 판매사인데 이들은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다른 곳으로 미루고 있다. 사모펀드가 이러니 다시 공모펀드로 눈길을 돌린다는 얘기도 심심치않게 들린다. 이런 상황이라면 언제든 올해와 같은 사태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아보인다. 판매사들의 자기반성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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