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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금융그룹을 움직이는 사람들]'학구파' 황성엽 부사장…IB '숨은 강자' 만들다④채권→IB→경영 '팔색조' 변신…끈끈한 인연 강조, '따뜻한' 기업금융 표방

김진현 기자공개 2019-12-05 13:00:00

[편집자주]

신영금융그룹은 신영증권이 중심이다. 신영증권은 지난 2016년 환갑을 넘긴 한국 증시와 함께 성장한 3대 장수 증권사 중 하나다. 무리한 사세 확장보다는 보수적 성장을 추구했고 오너와 전문 경영인의 장점을 결합시켜 내실있는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안정 속에서도 변화를 추구하는 신영금융그룹은 최근 강력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부동산신탁업 예비인가까지 획득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신즉근영(信則根榮)' 철학아래 신영금융그룹의 조용한 성장을 이끌고 있는 핵심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5일 15: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정됨_황성엽'학구파'. 황성엽 신영증권 경영총괄(COO·사진) 부사장에 대한 대내외적 평가다. 독서를 좋아한다는 그는 입사 후에도 끊임없이 공부하며 다방면에서 성과를 낸 덕분에 경영총괄 자리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그가 투자은행(IB) 부문을 이끌 당시 성과들을 볼 때 경영총괄 자리를 맡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고 평가한다.

신영증권의 IB부문을 '조용한 강자'로 만든 그는 처음부터 IB 전문가는 아니었다. 입사후 오랜 기간 채권 투자로 경력을 쌓던 그는 돌연 "공부를 더 하고 싶다"며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 안주하지 않는 '노력형'…후배에겐 따뜻한 '선배'

채권 투자로 꾸준히 성과를 쌓아 부장 자리에 오른 그는 자신의 위치에 안주하지 않았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7년 신영증권에 입사한 그는 묵묵히 채권부에서 성과를 쌓아 14년만에 부장 자리에 올랐다. 채권부 부장을 지내던 그는 2004년 돌연 일리노이주립대 재무학 석사과정(Master of Finance·MSF)을 밟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한 분야에서 10년 이상 갈고 닦은 '채권 전문가'였던 그가 갑작스레 유학길에 오른 건 타고 난 학구열 때문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신영증권은 그의 유학을 적극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성과를 꾸준히 내오던 개인이 유학 의사를 밝히면 만류하는 경우도 있지만 신영증권은 달랐다. 원국희 신영증권 회장은 '조직은 개인보다 그 자체로서 작동해야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잘 나가던 '채권맨' 황성엽이 잠깐 공부를 하고 온다고 해서 신영증권에 큰 위기가 오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 적극 지원해주는 게 원 회장의 스타일이다. 오히려 그의 유학을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보고 부장 황성엽에게 넓은 세상에서 배울 수 있게 배려해 준 셈이다.

그는 학구파라는 외부의 평가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소문난 독서광으로 알려져 있다. 10년 넘게 이어져오는 신영증권의 독서클럽 창립 맴버 중 한 사람이 황성엽 부사장이다. 그는 최근까지도 독서 모임에 참석하며 후배들과 함께 책을 읽고 소통하는 따뜻한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후배들은 독서클럽에서 단순히 책을 읽고 의견을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직장생활의 어려움이나 자신이 맡은 분야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 부사장 또한 후배들을 살뜰히 챙기기로 유명하다. 그가 최근 신영부동산신탁 출범식에 대표로 참석한 건 단순히 경영총괄이란 직책 때문만은 아니다. 함께 근무했던 아끼는 후배인 박순문 신영부동산신탁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바쁜 일정 속에서도 출범식을 직접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 신뢰 기반, '따뜻한' 기업금융 표방…숨은 IB 강자 탄생 '주역'

신영증권의 고유재산 운용으로 꾸준히 성과를 쌓아온 그는 이후 경영지원부, 법인사업부 등 담당 임원 자리를 거쳐 IB부문에 발을 들이게 된다. 그는 빠른 속도로 조직에 적응하며 성과를 쌓았고 신영증권을 '숨은 IB 강자'라는 평가를 받게 만들었다. 후배들에게도 따뜻한 손을 내밀었던 그는 기업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손을 건냈다. 기업이 어렵더라도 배신하지 않는 버팀목이 될 수 있는 회사가 되자는 게 그의 접근법이었다.

이는 신영증권의 철학과도 일치했다. 신영증권은 인연을 소중히 하는 회사로 유명하다. 한번 연을 맺은 회사는 웬만하면 등지는 일이 없다.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게 두산과의 인연이다. 신영증권은 10년 넘게 두산의 우산이 되어주면서 연을 맺어왔다. 2007년 두산밥캣이 인수금융을 나설 당시 신영증권은 발벗고 나서 금리를 낮추고 직접 고유재산을 투자하는 등 도움을 줬다. 황 부사장이 IB부문장에 오른 뒤 신영증권이 두산밥캣의 기업공개(IPO) 주관사로 나선 것도 한번 내민 손은 거두지 않는 다는 그의 생각과 신영증권의 철학이 일치한 결과였다.

황 부사장이 IB부문을 맡으면서 주관한 딜의 상당수는 두산그룹과 관련이 있다. 업계에서는 "한번 연을 맺은 기업이라도 이렇게 꾸준히 인연이 이어지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며 황 부사장을 치켜세운다. 두산건설 신주인수권부사채(BW)·전환사채(CB) 발행 대표주관, 두산중공업 BW 발행 공동주관 등 신영증권이 대형 딜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도 황 부사장이 꾸준히 기업과 소통하며 신뢰를 쌓은 덕분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한라그룹과 오랜 인연도 눈길을 끈다. 한라그룹의 주요 계열사의 회사채 발행 주관사로 신영증권이 꾸준히 참여해왔다. 한라홀딩스에서 분할한 만도의 첫 회사채 주관사도 신영증권이 맡았다. 이런 두터운 신뢰는 대형IB들 사이에서 살아남는 신영증권의 강점이 되고 있다. NH투자증권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던 CJ그룹이 2016년 이후 신영증권을 통해서도 회사채 발행물량을 늘린 것도 황 부사장의 '신뢰 금융' 덕이라는 평가다.

또 황성엽 부사장은 좀처럼 외부 인력 영입에 적극적이지 않는 사풍을 가진 신영증권에서 적극적으로 인재를 발탁하는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IB부문장에 오른 뒤 삼정KPMG회계법인에서 기업금융자문을 담당하던 박찬용 전무(전략투자본부 본부장)을 영입한 게 대표적이다. 내부 육성도 중요하지만 전문적인 영역에서 잘하는 인물이 있다면 안팎을 가릴 필요가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업계에서는 황 부사장이 외부 인력 영입에 개방적인 입장을 취한 이후 외부 인력이 신영증권으로 가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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