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PE 애뉴얼 리포트]능력 입증 IMM, 토종 대형 바이아웃펀드 반열 올랐다투자 회수 난제 할리스·대한전선·DICC에 주목
노아름 기자공개 2019-12-11 13:55:17
[편집자주]
기해년, 황금돼지의 해가 이제 서서히 저물고 있다. 다양한 활동을 펼친 사모투자펀드 운용사들도 한해를 마무리 하고 다가올 경자년 새해를 준비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운용사들의 올해 농사는 어땠을까. 더벨은 PE 하우스별로 투자와 회수, 펀딩, 그리고 내년도에 꼭 풀어야 할 과제를 다각도로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0일 15: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기관투자자(LP) 풀(pool)을 보유한 1세대 토종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송인준 대표이사가 이끄는 IMM프라이빗에쿼티(PE)에는 '최다수 LP', '1세대 운용사', '토종 대형 펀드' 등 수식어가 빠짐없이 따라 붙는다. 명성에 걸맞게 2019년 한 동안 IMM PE는 그야말로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펀딩이 순탄하게 진행돼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 결성을 눈앞에 뒀으며, 투자나 엑시트(Exit) 측면에서 활발했던 터라 전천후 활약을 펼쳤다는 평가다. 특히 투자와 회수 모두 대형 바이아웃 펀드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 빅딜들이었던 만큼 시장에 IMM PE의 이름을 다시 새길 수 있었던 사례로 주목할 만하다.
다만 투자금 회수를 비롯해 해묵은 과제 해결은 내년으로 미뤄둔 상태로, IMM PE가 외부변수를 딛고 탈출구를 찾을 수 있을지 여부에 인수·합병(M&A) 업계의 이목이 모인다.
◇에어퍼스트·신한금융지주 등 굵직한 빅딜로 시장 각인
IMM PE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제조업부터 식음료, 해운, 콘텐츠, 이커머스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쳐있다. 송 대표의 지휘 아래 투자 1~3부문에서 김영호 수석부사장, 손동한 부문대표, 이해준 부문대표 등이 딜 소싱부터 벨류에이션 제고 작업까지 유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 IMM PE가 조단위 바이아웃(buyout)을 성사시키고 2조원의 블라인드 펀드 'IMM로즈골드4호' 결성을 앞둘 수 있었던 이유는 탄탄한 조직력과 운용역 개개인의 역량이 뒷받침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이외에 끊임없는 소통으로 조직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 펀딩·투자·엑시트 삼박자가 고루 갖춰진 하우스로 주목받는다.
2019년은 어느 때보다 과실이 많았다. 지난 4월 IMM PE는 맥쿼리그룹과 경합 끝에 산업가스업체 에어퍼스트(옛 린데코리아) 경영권을 1조3000억원에 인수해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비딩 딜에서 승리하는 쾌거를 이뤄, 수의계약(Private Deal) 뿐만 아니라 공개경쟁입찰(Auction Deal)에서도 경쟁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IMM PE는 로즈골드3호와 로즈골드4호 비히클(vehicle) 두 개를 활용, 설립 이후 가장 큰 규모였던 조단위 ‘랜드마크’ 딜을 성사시키고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용가스 시장에 발 들일 수 있게 됐다.
상반기에는 유독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IMM PE는 투자 타이밍과 규모, 펀딩 시점을 규칙적으로 지켜왔던 PEF 운용사로, 로즈골드1호~3호를 활용 매년 20~30%씩 투자를 집행해와 안정성을 꾀했다. 반면 올해 상반기에는 잇단 투자 결정으로 과감한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에어퍼스트로 첫 조단위 딜을 성사시킨 이후 IMM PE는 지난 5월 신한금융지주가 7500억원 규모로 단행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교보생명(2호펀드, 2012년), 우리금융지주(3호펀드, 2016년), 케이뱅크(3호펀드, 2018년)에 이어 또 한 차례 금융사에 투자했다.
◇태림포장·티브로드 엑시트 함박웃음…투자회수 합격점
IMM PE는 지난 10월 세아상역과 태림포장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며 대규모 자금 회수를 눈앞에 두고 있기도 하다. 매각가는 7300억원으로 인수금융 및 배당금 액수를 감안하면 IMM PE는 태림포장 투자원금 대비 2.3배(머니멀티플)의 차익을 거두게 될 것으로 보인다. 로즈골드2·3호의 드라이파우더 총 2800억원을 태림포장 인수용 특수목적회사(SPC)에 출자한 IMM PE는 700억원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해 2015년 7월 총 3490억원에 태림포장을 인수한 바 있다. 오는 1월경 세아상역이 잔금납입을 거쳐 딜 클로징이 예상되는 가운데 투자수익률(IRR)로는 22.3%를 기록할 것으로 보여 성과가 주목된다.
태림포장은 수익률 이외에도 IMM PE가 바이아웃한 기업 중 처음으로 수천억원대 엑시트를 성사시켰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있다. 앞서 지난 2017년 IMM PE는 SK폴리텍의 자회사 엔피디와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SG PE 컨소시엄에 캐프 지분 51%를 매각하면서 투자회수를 마무리했지만 당시 매각가는 420억원으로 태림포장(7300억원)에 비해서는 사이즈가 턱없이 작다. 따라서 IMM PE에게 태림포장은 대형 바이아웃 펀드로서 성공적인 엑시트 사례를 보여준 포트폴리오 기업으로 각인될 전망이다. 태림포장(2·3호 펀드, 2015년)은 IMM PE가 △캐프(1호 펀드, 2010년) △할리스커피(2호 펀드, 2013년) △현대LNG해운(2호 펀드, 2014년) △대한전선(2호 펀드, 2014년) 등에 이어 경영권을 확보한 기업이다.
티브로드(2호펀드, 2014년) 엑시트 또한 올 상반기 빼놓을 수 없는 이벤트다.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합병을 앞두고 티브로드는 재무적 투자자(FI) IMM PE-JNT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보유하던 티브로드 지분을 자사주로 매입해 FI를 엑시트시켰다. 상장전지분투자(pre-IPO)에 나섰던 IMM PE 컨소시엄은 티브로드 상장이 좌절되자 지난해 태광그룹에 콜옵션을 행사할 것을 요구, 지난 6월 티브로드는 컨소시엄의 보유지분 20.13%를 3000억원에 되사갔다. FI 측은 IRR 약 17%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외부변수에 고심…대한전선·할리스커피·쏘카에 쏠리는 눈
투자 차익을 실현해야하는 PEF 운용사 입장에서는 통제가 불가능한 외부변수가 발생하면 엑시트 셈법이 복잡해진다. 해외 원매자 물색이 어려워진 대한전선(2호펀드, 2015년)이나 식음료(F&B) 업황 둔화로 마땅한 매입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할리스커피(2호펀드, 2013년), 그리고 이른바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돼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어려워진 쏘카(3호펀드, 2018년)가 IMM PE의 대표적인 골칫거리다.
IMM PE는 2015년 대한전선 지분 67.14%를 3000억원에 사들였다. 이후 중간회수를 거쳐 현재 지분을 61.3%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국가핵심기술이 엑시트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초고압 전력케이블 제조·설계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새롭게 지정했다. 이에 따라 기술유출 부담이 생긴 대한전선을 중국계 전선업체 등 해외 기업으로 매각할 수 있는 길이 막혔다는 평가다. 국내 전략적 투자자(SI) 중에서는 LS전선이 대한전선 인수 잠재후보로 거론되지만 독과점 이슈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 허들을 넘기 어렵다는 진단이 있다. 이에 따라 엑시트를 위한 IMM PE의 셈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대한전선과 동일한 펀드에서 투자가 집행된 할리스커피는 2016년 매각에 실패한 경험이 있어, IMM PE가 재차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시 도이치증권을 할리스커피 매각주관사에 선정해 해외 원매자 두 곳과 협상을 벌였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무산됐다. 이후 UBS가 사실상 매각주관사 역할을 맡고 지난해부터 매입처를 물색하고 있으나 매도자의 눈높이를 맞출 마땅한 인수후보가 나타나지는 않는 상황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UBS 이외의 제3의 글로벌 자문사가 나서 할리스커피 매각작업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도 심심찮게 언급된다. 다만 할리스커피는 M&A 자문의 난이도가 높다는 게 투자은행(IB)업계의 중론으로, 엑시트 성사 여부를 가늠하기는 아직 어렵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맨데이트를 부여받길 원하는 자문사의 경우 통상 선제적으로 매각 구조를 짜거나 잠재적 원매자를 확보한 후 매도자에 접촉하는 경우가 많다”며 “할리스커피의 경우 한 차례 매각 실패의 아픔을 겪었을 뿐만 아니라 에비타 멀티플 약 8배 이상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진 매도자 눈높이와 이보다 낮은 가격을 원하는 시장 사이의 괴리가 커 선뜻 매입의향을 밝히는 곳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타다' 운영사 VCNC는 렌터카를 활용한 승합차 호출 서비스로 국내 모빌리티 업계에 반향을 일으킨 회사다. IMM PE는 VCNC의 모회사 쏘카 지분 9.9%를 보유한 5대 주주로, 지난해 4월 IMM PE가 쏘카에 600억원을 투입할 때만 하더라도 영업활동에 제동이 걸릴만한 이슈가 예상되진 않았다. 현재 발의된 운수사업법 개정안은 관광 목적으로 11~15인승 이하 승합차를 빌리는 경우 등에만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고, 승합차 대여 시간(6시간 이상) 및 대여반납 장소(공항·항만)에 제한을 두는 것을 골자로 한다. 때문에 쏘카 경영진은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며 강경발언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DICC·교보생명 엑시트도 숙제…미샤 턴어라운드도 예의주시
이외에 IMM PE는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3심 결과와 교보생명 중재 결과를 내년 받아들 것으로 전망돼 새해에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화장품브랜드 ‘미샤’로 유명한 에이블씨엔씨의 턴어라운드 과제 또한 남았다.
DICC와 교보생명은 투자회수 시기 난항을 겪어 IMM PE가 법원 및 국제상업회의소(ICC)의 문을 두드리게 된 대표적 사례로 알려졌다. 2011년 IMM PE를 비롯한 하나금융투자PE·미래에셋자산운용PE 등 FI 컨소시엄은 DICC 상장전지분투자(pre-IPO)를 단행했다. 이후 두산그룹이 약속했던 DICC 기업공개(IPO)가 실패로 돌아가자 공개매각을 시도했고,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FI 컨소시엄은 두산그룹이 협조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두산그룹이 승소했지만 2심은 FI의 손을 들어줬다. 2심 판결에 불복한 두산그룹이 상고해 현재는 대법원의 판단을 앞뒀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FI 컨소시엄의 중재재판의 최종 결론은 내년 말쯤에서야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ICC는 2020년 9월 둘째주로 양측의 최종 변론기일을 확정했으며, 최종 결론은 변론 이후 이르면 2개월 뒤에 내려질 예정이다. 신 회장과 FI의 사전교감 및 화해가 없다면 연말까지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를 비롯한 IMM PE 등 FI 컨소시엄은 지난해 10월 보유하고 있는 교보생명 지분을 신 회장이 다시 매수하라는 풋옵션을 행사 했으나, 신 회장이 이에 응하지 않자 지난 3월 ICC에 중재 재판을 신청한 바 있다.
이외에 에이블씨엔씨(3호펀드, 2017년)의 실적개선은 IMM PE의 해묵은 과제다. 지난해 영업손실 173억원을 기록해 적자로 전환한 에이블씨엔씨는 온·오프라인에서 규모의 경제를 꾀하는 모습이다. 최근 여러 브랜드를 한 공간에 모아 판매하는 멀티숍 눙크(Nunc) 개점을 본격화했으며, 이라크 등 중동지역에 매장을 내며 해외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앞서 IMM PE는 1700억원을 투입, 미팩토리·지엠홀딩스·제아H&B 등 세 곳을 연달아 인수해 볼트온 전략을 꾀했던 것으로도 익히 알려져 운용사가 보여줄 에이블씨엔씨 턴어라운드 전략에 시장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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