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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권, IPO인력 중용…NH·미래와 '온도차' ECM조직에서 신설 IB그룹장 배출, 성과·CEO성향 작용

이경주 기자공개 2019-12-19 07:30:30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7일 16: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B(투자은행) 부문은 최근 수년 새 명실상부 대형 증권사들의 핵심수익원이자 미래동력이 됐다. 회사 대표이사 역시 줄줄이 IB부문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하지만 빅하우스 별로 중용하는 인력엔 차이가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ECM(주식자본시장) 조직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3대 IB본부를 총괄하는 IB그룹을 3년 만에 부활시키며 수장으로 IPO(기업공개) 전문가를 낙점했다. 반면 다른 빅하우스들인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는 DCM(채권자본시장) 전문가를 IB대표로 두고 있다. 업계에선 실적 기여도와 CEO 성향에 따른 결과로 분석했다.

◇IB그룹장에 IPO 전문가 배영규 상무 선임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6일 신임 그룹장과 본부장 13명 선임을 내용으로 하는 정기 임원인사를 내년 1월1일자로 단행한다고 밝혔다. IB부문에 굵직한 조직개편과 인사가 있었다. IB그룹을 신설해 그동안 IB1본부, IB2본부, IB3본부 등으로 나뉘어 각개 전투를 벌이던 3대 본부를 한데 묶었다. IB조직 강화와 본부 간 시너지 창출이 목적이다.

IB1본부는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 메자닌 등 ECM(주식자본시장) 딜을 수행하며, IB2본부는 대기업을 상대로 회사채 등 DCM(채권자본시장) 딜을 수행하는 커버지리 조직이다. IB3본부는 M&A(인수합병)나 대체투자를 담당하는 곳이다.

IB그룹장을 배출한 곳은 IB1본부다. 기존 IB1본부장이던 배영규 상무가 그룹장이 됐다. 배 상무는 25년 경력의 IPO 베테랑이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투자증권의 전신인 1996년 동원증권 기업금융본부로 입사해 줄곧 IB영역에서만 경력을 쌓았다. IB1본부장이 된 것은 2016년이다.

특히 배 상무(1969년생)는 본부장들 가운데 가장 후배였다. 나이나 근속년수 순서로 그룹장이 된 것이 아니다. 후배가 IB조직을 총괄하는 그룹장이 된 탓에 IB2본부장이었던 박종길 상무(1965년생)와 IB3본부장 조양훈 상무(1967년생)는 다른 조직으로 배치됐다. 이번 인사로 한국투자증권은 IPO 인력을 중용하는 기조를 선명히 드러냈다.

다른 빅하우스들과는 상반된다. NH투자증권은 IB1사업부(한국증권 IB그룹 격)를 커버리지 전문가인 윤병운 대표가 이끌고 있다. 2006년 국내 최초 김치본드 주관을 포함해 굵직굵직한 메자닌, 회사채 업무를 도맡았다.

미래에셋대우도 IB1부문(한국증권 IB그룹 격)을 사내에서 손꼽히는 커버리지 전문가인 강성범 대표가 이끌고 있다. 강 대표는 구 대우증권 출신으로 미래에셋대우에선 기업투자금융본부장과 기업금융본부장을 지냈다.

대기업 영업 최일선에서 고객 니즈를 파악하는 커버리지가 각종 딜 수임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커버리지 조직의 대기업 자문 역량이 업계 최고 수준이다. 현대차그룹과 롯데그룹 지주사전환을 도왔으며 덕분에 현대차와 롯데그룹 딜은 NH투자증권이 대다수 떠맡고 있다.

◇견조한 IPO 주관실적 배경…정일문 사장도 IPO 전문가

한국투자증권의 상반된 인사가 주목되는 배경이다. 뛰어난 IPO 실적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수년 간 안정적으로 선두권 지위를 유지해왔다. 한국투자증권은 2016년 IPO 대표주관 1위(1조3600억원)이었으며 2017년 4위(6400억원), 지난해 3위(3669억원), 올해는 2위(7270억원)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조단위 대어급 딜을 연거푸 수임해내며 미래 먹거리도 확보해 놨다. SK바이오팜 공동주관사, 태광실업 대표주관사, CJ헬스케어 공동대표주관사로 선정됐다.

대표이사인 정일문 사장이 IPO 전문가라는 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정일문 사장은 1998년 동원증권에 입사해 27년 동안 IPO 실무를 주로 맡다가 IB그룹장을 역임한 뒤 올해부터 CEO임기를 시작했다.

정일문 사장은 IPO 딜 수임 기반이 된 진우회를 결성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2004년 정 사장 주도로 만든 진우회는 비상장사 최고경영자 모임이다. 올해로 15년째로 총 회원은 350여명에 이른다. 한국투자증권은 진우회 회원사 가운데 80개사를 상장시켰다.

IB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은 다른 빅하우스들과 달리 IPO 조직 입김이 강한 조직”이라며 “전체 IB회식 같은 사내 중요 행사도 IB1본부가 기획해 임원 자리 등을 배치한다. 다른 빅하우스들은 DCM조직이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일문 사장 주특기도 IPO이고, 기존 CEO들도 IPO 전문가가 많았던 영향으로 보인다”며 “이번 인사에서도 색채가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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