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례적 사과문, 사태수습 나선 조원태이명희 고문에 사죄, '남매의 난' 확대 방지 목적
임경섭 기자공개 2019-12-31 09:35:03
이 기사는 2019년 12월 30일 13: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사과문을 냈다. 가족간 불화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사과문이다. 조 회장은 한진그룹 경영권을 위태롭게 하는 가족간 분쟁에 대해 즉시 봉합에 나섰다.한진그룹은 30일 조 회장과 이 고문의 성명이 담긴 사과문을 발표했다. 지난 25일 평창동에 위치한 이 고문의 자택에서 두 사람간 소동이 발생한지 5일 만의 사과문이다.
지난 25일 조 회장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어머니인 이 고문의 자택을 방문했다. 그 곳에서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고 조 회장이 과격한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고문이 한진그룹 관계자에게 사건을 전하면서 외부로 알려진 것으로 확인된다.
두 사람은 이례적으로 사과문을 내고 빠른 사태 수습에 나섰다. "지난 크리스마스에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집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죄드립니다"라고 말했다. 가족간에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빠르게 인정했다.
2014년 '땅콩 회항', 2018년 '물컵 갑질' 등 과거 한진그룹에서 오너일가 관련 사건이 벌어졌을 당시와는 다른 양상이다. 당시에는 고객 및 직원 등 오너일가 이외의 일반인 피해가 있었다. 때문에 사건 발생 이후 부정적인 여론이 거세졌고 시일이 지나서야 오너일가가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오너일가 집안에서 벌어진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5일만에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어 사과문에서는 "조원태 회장은 어머니인 이명희 고문께 곧바로 깊이 사죄를 하였고 이명희 고문은 이를 진심으로 수용하였습니다"라며 모자간 다툼이 봉합됐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빠른 대응에는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에 반기를 들며 불거진 '남매의 난'을 가족 전방위로 확대시키지 않으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조 회장-조 전 부사장의 구도가 가족 전체로 확대될 경우 한진그룹의 경영권 향방은 오리무중이 된다. 조 회장을 비롯한 3남매, 그리고 이 고문이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 지분은 서로 차이가 크지 않다.
조 회장 등 오너일가 4명은 고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의 상속재산을 법정상속비율대로 분할했다. 이 고문이 1.5의 비율을, 3남매는 각 1의 비율로 주식을 나눠가졌다. 한진칼 지분은 조 회장(6.52%), 조 전 부사장(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이 고문(5.31%) 순이다.
이미 조 전 부사장과 조 회장의 대결구도가 형성된 상황에 이 고문 및 조 전무 중 한 명이라도 등을 돌리면 한진가의 경영권 기반은 약화된다. 조 전 부사장을 제외한 오너일가 3인의 지분율 합계는 18.30%에 불과하다. 단일 최대주주인 KCGI와의 지분율 격차는 1.01%로 좁혀진다. 고 조 전 회장이 가족간 화합을 통한 공동 경영의 유지를 남겼던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23일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이 가족간 협의 없이 단독으로 경영상의 중요 사항들을 결정하는 등 부친의 공동 경영 유훈을 어기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단순한 문제제기를 넘어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며 행동에 나설 것임을 드러냈다.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KCGI와 델타항공, 반도그룹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됐다.
'다양한 주주'들이 오너일가의 내분에 가세할 경우 상황은 복잡해진다. KCGI는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에 반기를 든 지난 23일 한진칼 지분을 17.29%까지 늘렸다고 공시했다. 지난 5월 15.98%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이후 지분율 변동이 없었으나 이달 17일부터 20일까지 4일 동안 한진칼 보통주 77만4338주를 장내매수 했다. 한진그룹 남매간 경영권 분쟁을 틈타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KCGI 외에도 델타항공과 반도그룹은 각각 한진칼 지분 10%와 6.28%를 가지고 있어 이해당사자간 복잡한 역학관계가 형성됐다.
덧붙여 고 조 전 회장의 유훈에 따라 경영을 이어가겠다는 언급도 추가됐다. "저희 모자는 앞으로도 가족간의 화합을 통해 고 조양호 회장님의 유훈을 지켜 나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조 회장과 이 고문이 부친의 유훈에 따른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사과문에는 한진가 경영권 분쟁의 발단을 제공한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이야기는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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