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증권 인수 트리니티운용, 과거 명성 되찾을까 대체투자로 사업영역 확대 시도...'롱바이어스드 강자' 하우스 색깔 변화 가능성
이효범 기자공개 2020-01-03 13:03:03
이 기사는 2020년 01월 02일 14: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트리니티자산운용이 SK증권을 등에 업고 재기할지 주목된다. 2017년 상승장에서 '100%'를 웃도는 수익률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 하락장에서는 부진을 면치못했다. 운용자산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대체투자로 사업영역 확대를 시도했다. 그럼에도 이렇다 할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결국 독자생존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SK증권의 계열사가 되는 길을 택했다.◇운용자산 감소세…실적 부진 지속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트리니티자산운용의 전체 운용자산은 2019년말 기준으로 2999억원으로 나타났다. 연말 기준 운용자산이 3000억원 밑으로 떨어진 건 3년만에 처음이다. 전성기라고 볼 수 있는 2017년말 기준 운용자산 5513억원에 비해서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특히 주식에 투자하는 규모는 같은기간 4169억원에서 1369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트리니티자산운용은 더벨 헤지펀드 리그테이블 전략별 분류상 롱바이어스드 전략의 강자 중 하나였다. 헤지펀드 시장에 뛰어든 이듬해인 2017년 대표펀드인 '트리니티멀티스트레티지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을 운용해 100%를 웃도는 연간 수익률을 내기도 했다. 2017년은 전성기였다. IT 업종에 전문성을 가진 이 하우스는 탁월한 종목선정 역량으로 중소형주, 성장가치주 등에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하지만 전성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2018년들어 국내 증시가 다시 하락세에 접어들자 급격한 수익률 부진에 빠졌다. 그해 운용 중인 대다수 헤지펀드의 연간 수익률이 마이너스(-) 수치에 머물렀다. 트리니티멀티스트레티지펀드 수익률도 -43.81%로 악화됐다. 올들어 운용하는 헤지펀드 수익률은 전반적으로 개선됐지만, 오히려 환매가 지속됐다.
트리니티자산운용의 고민은 커져만 갔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매수해 오랜기간 보유하는 롱바이어스드 전략을 유지하기에 어려운 환경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2017년 급격하게 상승했던 코스피 지수는 2018년 급락한 이후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2019년에도 반등보다는 큰 변동폭으로 등락을 거듭하는 수준이었다. 주식 투자를 통해 성과를 내기 어려운 장세가 연출되면서 운용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금액도 1369억원으로 전체 운용자산의 절반아래로 떨어졌다.
트리니티자산운용의 실적도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3월 결산법인인 운용사는 2018년 3월말 기준 연간 영업수익 131억원, 영업이익 78억원, 순이익 61억원을 달성했다. 회계결산 기준으로 2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2017년 괄목할만한 성과로 대규모 순이익을 창출했던 것. 그러나 2019년 3월말 기준 연간 기준으로 영업수익은 18억원으로 감소했고, 순손실이 2억원 발생했다. 작년 9월말 반기 기준으로도 순손실이 지속되고 있다.
◇주식 투자 '한계', 독자생존 포기…SK증권과 시너지 기대
주식으로 승부를 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작년부터 대체투자로 투자영역을 확대했다. 대신증권 상품부서 출신인 유동훈 이사를 영입해 대체운용본부 이사 자리에 앉혔다. 그는 대신증권에 앞서 유진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을 거쳤다. 트리니티자산운용은 더불어 목표전환형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인컴형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일정 수준의 수익률을 달성하면 채권투자로 전환하는 구조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독자생존을 지속할 수 있는 돌파구는 아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트리니티자산운용 주주들이 SK증권에 지분매각을 추진하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SK증권은 트리니티자산운용 인수를 위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한 상태다. 금융당국의 승인이 떨어지면 인수작업을 마무리 할 계획이다. 트리니티자산운용은 SK증권에 피인수 되면 여러 측면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든든한 계열 판매채널을 확보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동안 SK증권은 트리니티자산운용의 헤지펀드를 판매하지 않았다.
또 대체투자와 관련해 협업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증권 IB가 발굴하는 대체투자 물건에 트리니티자산운용 헤지펀드가 투자하는 형태로 협업도 가능하다. 이 경우 양사는 중개수수료와 운용수수료 등을 챙길 수 있다. 반대로 트리니티자산운용이 발굴하는 투자물건에 대해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더 큰 SK증권이 투자자로 나서는 형태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SK증권에 인수될 경우 롱바이어스드 강자라는 하우스의 색깔이 변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국내 증시 부진이 지속될 경우 SK증권과의 협업을 통한 대체투자펀드 운용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작년부터 전체 운용자산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자산은 '주식'이 아닌 '혼합자산'으로 바뀐 상태다.
트리니티자산운용 관계자는 "주식투자에 특화된 하우스지만 시장환경이 우호적이진 않은 상태라 대체투자로 영역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며 "이 과정에서 주주들이 고민을 거듭해오다 SK증권과 니즈가 맞아떨어져 거래가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SK증권과 트리니티자산운용 입장에서 여러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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