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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준법감시위 '오너까지 견제 가능할까' 이사회와 별도로 운영돼 독립성 강조…기존 법무팀 컴플라이언스 역할과 차별화 관건

윤필호 기자공개 2020-01-07 07:50:50

이 기사는 2020년 01월 06일 12: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투명경영 차원에서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단순히 보면 최근 대기업들이 만들고 있는 컴플라이언스위원회(준법위원회) 신설 대열에 합류한 모양새다. 더 나아가 국정농단 재판과 관련해 사법당국이 요구하는 준법 통제 시스템에 대한 대답이다.

준법감시위의 역할은 현재 삼성전자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와의 관계 정립에 달려있다. 다른 대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이사회 산하에 컴플라이언스위원회를 두거나 독립적으로 운영하더라도 자문 기관 수준을 담당한다면 그 역할은 최소한에 그치게 된다.

이사회와 별개로 나름의 의사결정 구조를 갖게 된다면 준법감시위원회의 역할은 무시하기 힘든 수준이 된다. 한마디로 오너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최종 감시자 역할을 하게 된다면 무게감이 사뭇 달라진다. 현재 분위기론 후자에 가깝다.

준법감시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사법부의 권고를 계기로 시작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 정준영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열린 3차 공판에서 '정치 권력으로부터 또 다시 뇌물 요구를 받더라도 응하지 않을 그룹 차원의 답을 4차 공판이 열리는 오는 17일까지 가져올 것'을 주문했다.

뇌물을 주고 받는 행위는 오너와 관련된 일일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한국 정치 경제 시스템에서 정치 권력이 대기업 오너에게 뇌물을 요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과거 재벌들은 이를 거절할 명분과 시스템은 없었다. 삼성이 추진하는 준법감시위원회의 역할은 결국 이 같은 뇌물 수수에 대한 오너의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달려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준법감시위원회는 외부인사 6명, 내부인사 1명으로 구성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위원장으론 김지형 전 대법관(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이 내정됐다. 김 전 대법관은 대법원장 시절 약자의 편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고, 퇴임 이후에는 각종 사회 갈등에 뛰어들어 조정 역할을 수행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특히 삼성 백혈병 이슈에서 조정위원회를 맡았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김지형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
준법감시위원회의 역할과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김 전 대법관은 오는 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준법감시위를 설명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향후 위원회 구상과 운영방향 등을 밝힐 전망이다.

업계의 관심은 이사회와 관계 형성에 쏠려 있다. 위원장으로 선임된 김 전 대법관은 삼성그룹의 준법감시와 통제 기능 강화를 위해 독립성에 방점을 찍었다.

법무법인 지평 관계자에 따르면 김 전 대법관은 삼성 준법감시위와 관련해 "삼성그룹의 준법감시 및 통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독립적으로 구성될 기구"라고 소개하고 "삼성그룹의 준법경영 강화 및 변화가 한국사회에 중요한 문제라는 인식으로 맡았다"는 입장을 내부적으로 밝혔다.

이사회 산하에 배치하기 보다는 독립된 기구로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 이사회와 준법감시위원회의 역할이 어떤 식으로 나뉠지는 구체화되지 않았다. 이사회의 주요 안건을 준법감시위원회가 보고 받을지, 혹은 양자간 의결 충돌이 생길 경우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업무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특히 감시와 견제 기능을 강화하다가 경영상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딜레마에 빠질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삼성은 준법감시위의 독립성을 보장하되 법률 자문과 권고 수준의 역할을 부여하는 균형점을 찾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에 앞서 대기업들은 지난 몇 년간 잇따라 컴플라이언스위원회를 신설했다. 대부분 기존 지배구조 해체 이후 이사회 중심의 경영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설치했다. 사회적으로 높아진 투명경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법조계 인사를 초빙해 견제와 감시 역할을 맡겼다. 이사회 중심 경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컴플라이언스위원회가 주요 중심축으로 떠올랐다.

롯데그룹은 2017년 민형기 전 헌법재판관을 위원장으로 컴플라이언스위원회를 신설했다. 위원회는 신동빈 회장의 직속 기구로 운영하면서 법률 자문, 계열사의 준법경영 실태 점검·개선 업무를 맡았다.

한진그룹의 경우 2018년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을 위원장으로 컴플라이언스위원회를 구성해 그룹 차원의 자문기관으로 두고 있다. 한화그룹 역시 비슷한 시기 이사회 중심 경영을 내걸고 컴플라이언스위원회를 신설해 자문과 준법 지원 역할을 맡겼다. 위원장은 외부 인사인 이홍훈 전 대법관이 맡았지만 이사회 산하에 두고 있다.

대부분 대기업들의 준법감시위원회 혹은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는 자문 역할에 그치거나 이사회 산하에서 조언을 하는 수준이다. 삼성이 추진하는 준법감시위원회는 이보다 더 큰 권한과 독립성이 보장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에도 법무실 하부 조직인 준법감시제도 태스크포스팀(TFT)에서 만든 준법감시팀(Compliance팀)이 역할을 하고 있었다"며 "해당 업무는 대부분 영업비밀과 기술유출, 개인정보보호와 공정거래 등의 점검에 국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준법감시위원회는 이보다 폭 넓은 분야에서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며 "경영 효율과 준법 감시란 두가지 상반된 가치를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 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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