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를 움직이는 사람들]건설경력 없는 김대철, 초유의 조직개편 시험대②재무통, 빅딜보다 리스크 관리 중점…해외 IT기업 수준 '민첩함' 이식 시도
신민규 기자공개 2020-01-13 10:00:00
[편집자주]
HDC는 글로벌 리딩 디벨로퍼의 역량을 보유한 국내 보기드문 종합건설그룹이다. 현대그룹과의 계열분리 이후 독보적인 행보를 보였던 HDC는 근래 가장 빠른 변화와 성과를 이뤘다. 지주사 체제로의 빠른 전환과 함께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재계 순위가 단숨에 수직상승했다. 더벨은 난관 속에서도 명실상부 그룹의 모양새를 갖추는데 성공한 HDC의 핵심인물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1월 08일 14: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대철 HDC현대산업개발 부회장은 명실상부 건설사 수장이지만 건설 경력을 갖고 있지 않다. 정몽규 회장과 함께 적을 옮길 때부터 그룹 재무통으로 성장했다. 전 수장들이 산업훈장을 받을 정도로 업계에서 유명했던 것과는 성장경로가 확연히 달랐다. 여전히 각자대표 체제로 권순호 사장이 손발을 맞추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무통이지만 무리한 빅딜보다는 안전에 방점을 뒀다. 제조업을 넘어 해외 IT기업 수준의 '애자일(Agile, 민첩한, 재빠른, 유연한)' 조직을 이식하는 과제가 시험대에 올라있다.김 부회장은 정 회장과 20여년 넘게 함께 했지만 건설부문의 경력은 이렇다할게 없다. 2002년 자리를 맡을 때에도 현대산업개발 기획실장으로 출발했다. 계열사 경력에서도 건설과 연관된 부문을 찾기 힘들다. 아이콘트롤스 대표를 역임했지만 건설부문 IT솔루션에 해당하는 사업분야라 한계가 있다.
전 현대산업개발 수장과는 대조되는 부분이다. 김정중 전 현대산업개발 부회장은 건축본부와 영업본부를 역임하다가 대표이사로 올랐다. 박창민 전 사장은 현역시절 현장소장 경험까지 갖춘 바 있다.
여전히 HDC현대산업개발이 각자 대표체제로 권순호 사장을 두고 있는 것은 김 부회장의 건설부문 공백을 채워주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그룹을 총괄하는 재무통이지만 김 부회장은 한 차례도 무리하게 인수합병에 뛰어든 적이 없다. 그만큼 신중하고 보수적인 경영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빅딜보다는 경영난으로 인해 기업가치가 떨어진 알짜 매물을 M&A 대상으로 검토해왔다. 대형 골프리조트인 오크밸리도 한솔개발이 수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다가 나온 매물이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한솔개발의 오크밸리를 580억원에 인수했다.
최종적으로 인수하진 못했지만 창동역사 역시 회생절차에 들어간 기업 중 하나였다. 창동역사의 경우 사업 수익성이 안맞아 딜이 성사되지 못했다.
성사된 딜은 대부분 사이즈가 작은 편이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계열사가 미래에셋캐피탈이 보유한 부동산114 지분 80.5%를 사들였을 당시 인수가격은 513억원 수준이었다. 오크밸리 역시 600억원을 넘기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역시 그의 평소 성격을 감안하면 고심이 컸을 것으로 예상된다. 2조5000억원이라는 금액은 그룹의 모양새를 완전히 바꿔놓는 규모였다. 그룹은 우선협상자 선정 이후 주식매매계약 체결까지 타이트하게 시간을 잡아 유례없는 의사결정을 마무리했다. 그룹 지급능력 외에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필요한 금액을 두고 수장 간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를 종합금융부동산 기업으로 올려놓기 위해 김 부회장이 신념을 쏟고 있는 분야는 '애자일' 조직문화 이식이다. 2017년 경영관리부문 사장으로 복귀할 때부터 관심을 쏟던 분야로 건설업계에선 첫 시도인 만큼 우려도 많은 편이다.
'애자일' 조직이란 건축, 설계, 판매, 견적 등 등위의 전문가가 한 팀에서 민첩하게 업무를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의 건설사가 사업 성격대로 건축, 토목, 플랜트로 나누던 것과는 개념부터 다르다.
김 부회장의 '애자일' 조직이 가장 먼저 투영된 곳은 박희윤 전무가 이끄는 개발운영사업본부다. 박 전무는 일본 최대 디벨로퍼인 모리빌딩 한국 지사장 출신이다. 그는 개발1팀에 영업, 설계 등 담당을 실제로 한팀에 모아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수차례 조직개편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의 조직은 일반 건설사와 확실히 달라졌다. 4개 본부는 개발운영사업본부, 수주영업본부, 건설사업본부, 경영관리본부로 편제돼 있다. 수주영업본부는 민수영업에 능한 이형재 상무가 맡았다. 건설사업본부는 올해 승진한 이현대 상무가 맡고 있다. 정경구 전무가 경영관리본부를 책임진다. 나머지 1단(아시아나항공미래혁신준비단) 28팀 1지사로 운영하고 있다.
김 부회장의 조직개편 시도는 현재진행형이다. 변화가 계속된 만큼 임직원들이 어디까지 소화해낼지가 관건으로 여겨진다. 상하 위계질서가 강한 건설업계 생리상 정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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