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1월 13일 16: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제일제당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왔던 SKU 감축 등 경영 효율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부터는 제품 수가 줄어든 식품 부문을 중심으로 수익성 강화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증권가를 중심으로 잠정 집계된 작년 4분기 실적은 올해 전체 성과를 예상할 가늠자로 평가되며 더 주목 받는 모양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작년 하반기 총 1000개에 달하는 식품 관련 SKU(Stock Keeping Unit) 감축 작업을 단행했다. 수익성이 좋지 않은 제품들을 중심으로 생산 중단 작업을 속속 진행했다. 최근 1~2년 사이 글로벌 대형 M&A(인수합병)를 하며 덩치를 키웠던 게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작년 4분기 연결 매출액은 5조90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은 2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CJ제일제당 분석 보고서를 낸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이런 실적 예상치가 모아졌다. 물류 부문을 제외한 식품, 바이오 등의 매출액은 3조3000억~3조4000억원, 영업이익은 1200억~1300억원 수준이 제시됐다.

특히 식품 부문에 새로 편입된 슈완스컴퍼니 실적이 더해지며 연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0%, 15% 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기존 가공식품 실적은 줄어들 전망이다. 국내 공장에서 고정비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고, SKU 구조조정에 따라 재고 제품을 폐기하는 등 일부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바이오 사업부에서는 고수익 제품 트립토판과 핵산 증설 효과가 기대치를 하회해 실적이 전년 대비 소폭 밑돌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생물자원사업부는 베트남 돼지고기 가격이 회복세를 나타내 실적이 전분기 대비 상승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악영향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분위기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SKU 축소 등 수익성을 최우선에 둔 사업전략을 통해 식품 마진이 개선될 것"이라며 "최근 자산 유동화를 계기로 재무 건전성을 확보한 것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식품 영업이익률이 아직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해 올해 추이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4분기 실적은 올해 전체 성과를 예상해볼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는 구조조정 작업을 끝마치고 본격적으로 수익성 강화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SKU 감축 작업이 마무리 수순을 밟자 다시 신제품 출시에 나서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최근 슈완스컴퍼니 냉동피자 제품의 국내 유통망 공급을 시작한 게 대표적 사례다.

CJ제일제당의 실적은 그룹 전체 비상경영 체제 유지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평이다. CJ그룹은 CJ제일제당의 수익성 악화에 계열사 전체가 M&A를 지양하고 유휴 자산 매각을 고려하는 등 작년 하반기부터 비상경영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CJ그룹이 악화된 재무 탓에 외형 확장을 멈춰세웠지만 글로벌 사업 의지는 여전히 강하다"면서 "CJ제일제당이 올해 국내 식품사업에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경영 전략 방향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