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를 움직이는 사람들]이윤주 그룹 CFO, 고비에서 빛난 섬세한 살림꾼④32년째 재무 외길…그룹 재무개선 이끈 ‘일등공신’
정미형 기자공개 2020-01-21 07:38:38
[편집자주]
이랜드그룹은 1980년 설립돼 의류업계 최초로 프랜차이즈 매장을 통해 성장했다. 국내 기업으로는 중국에 가장 먼저 진출해 성공한 케이스로 손꼽히기도 한다. 패션 사업에서 유통, 레저, 외식까지 사업을 확장해 온 이랜드그룹은 2010년대 중반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힘든 시기를 겪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현재 재도약을 바라보고 있다. 더벨은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은 이랜드그룹을 있게 한 핵심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1월 16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랜드그룹이 기나긴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었던 데는 재무 조직의 역할이 컸다. 그 안에서도 그룹 살림을 총괄하는 이윤주 이랜드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전무, 사진)는 일등공신 중 하나다. 이랜드에서만 30년 넘게 재무 외길을 파온 이 전무는 꼼꼼하면서도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그룹 곳간을 책임져온 인물로 평가된다.경영학도였던 이 전무는 1989년 이랜드에 입사해 여성으로선 첫 그룹 CFO를 맡은 입지적인 인물이다. 2003년 이랜드 재무 부서장을 시작으로 2006년 이랜드그룹 본부 재무 본부장, 2009년 이랜드 중국법인 CFO, 2016년 이랜드리테일 CFO를 역임했다. 2017년에는 지금의 이랜드그룹 CFO로 자리했다.
◇중국서 사업 전략에 재무 분석 활용 '인정'
이 전무는 2009년부터 약 6년간 중국 이랜드 법인 CFO를 지내면서 탁월한 역량을 인정받았다. 당시 이랜드는 중국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던 시기였다. 중국에서만 1년에 1200~1500개의 매장이 문을 열었다. 승승장구하던 이랜드였지만 수익을 내지 못하는 점포도 존재했다. 이 전무는 이점을 놓치지 않았다. 점포를 오픈하는 동시에 비수익 점포 정리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중국 지역 전략에서도 이 전무는 뛰어난 재무 능력을 발휘했다. 중국은 발달 정도에 따라 일선 도시, 이선 도시, 삼선 도시 등으로 구분되는데 이랜드는 중국 진출 초창기에는 베이징, 상하이 같은 일선 도시 위주로 매장을 오픈했다.
그러나 이 전무는 재무적 분석을 통해 일선 도시에 매장을 내는 것이 결코 수익성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선 도시로의 진출 전략을 제시했다. ‘보여주기식’ 진출에 그치기보다는 재무적 분석에 의존해 전략을 세우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이 전무는 중국에서도 잘되는 것에 안주하지 않고 재무적인 측면에서 사업을 세세하게 들여다봤다”며 “재무적 분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업적으로 제안하고 전략적으로 나서는 CFO”라고 평가했다.
◇재무개선 이끌며 ‘신뢰 회복’ 중점
이 전무는 올해 초 이랜드그룹 인사에서 몇 안 되는 승진 인사에 이름을 올렸다.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매듭지은 공을 인정받아 기존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이 전무가 그룹 CFO로 자리한 2017년은 이랜드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한창일 때였다. 무리한 사업 확장에 수년째 유동성 위기에 시달려오던 이랜드그룹은 재무 건전성이 크게 악화되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부채비율을 대폭 줄여왔다. 이런 과정에서 케이스위스 등 핵심 자산의 매각 작업을 이 전무가 이끌었다.
이 전무에게 남은 앞으로의 과제는 그룹의 재무 안정화다. 재무구조 개선에 이어 안정적인 재무 상태를 유지하면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이미 그룹 차원에서 사업부별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재무 안정화를 꾀하고 있는 상태다.
기약 없이 연기된 이랜드리테일의 상장(IPO)도 그룹 CFO로서 책임져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이랜드그룹은 지난 2016년부터 이랜드리테일의 상장을 추진해왔으나 그룹 재무구조 등 이슈가 불거지며 계속해서 미뤄지다 지난해는 아예 상장을 철회했다. 이랜드그룹은 시장 상황을 봐서 상장 시기를 재검토한다는 입장으로 향후 상장 작업에 돌입할 시 이 전무는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선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이 전무는 그룹의 중요한 시기에 CFO로서 역할을 잘해냈다”며 “여성 CFO로서 섬세하고 꼼꼼한 장점을 잘 살리면서도 추진력을 두루 갖춘 인물로 꼽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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