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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역할’ 다시보기 [thebell note]

이민호 기자공개 2020-01-20 08:00:43

이 기사는 2020년 01월 16일 08: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이즈에셋자산운용은 최근 영세어민들의 노후선박 교체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펀드를 내놨다. 선박을 발주한 어민이 발주대금의 10% 수준인 계약금만 지불하면 펀드에서 잔여대금을 지급하고 어민은 인도받은 선박을 담보로 수협중앙회로부터 받은 대출금으로 상환하는 구조다.

또 다른 한 운용사는 토종 한우품종인 칡소를 대량사육하는 프로젝트에 자금을 공급하는 일명 ‘칡소부활펀드’를 구상했다. 육질이 우수하지만 멸종 위기에 몰린 칡소를 개량하고 사육하는 데 필요한 시설자금을 농가에 지원하고 출하 시 판매대금을 수취하는 구조를 짰다. 이와 유사한 펀드로는 참치 종자구입비와 사료비 등 양식비용을 지원하는 BNK자산운용의 ‘참치펀드’가 있다.

이들 사례는 모두 기존 금융지원 프로그램이 부재한 곳에서 헤지펀드가 새로 수익 기회를 만든 상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헤지펀드의 궁극적인 목표인 수익 추구를 위해 과거 메자닌과 부동산에 갇혀있던 대체투자의 개념을 넘어 자금 수요가 있는 다양한 분야를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있다. 더러 이 과정에서 공익에도 기여하는 긍정적 외부효과가 발생한다.

국내 자본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한 헤지펀드이지만 지난해부터 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잇따라 터지며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국내 전체 헤지펀드 설정액은 8월말 35조원을 넘긴 이후 넉달 연속 감소했다. 특정 상품이나 운용사를 넘어 시장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되고 있고 더 강하게 제시되는 운용규제가 헤지펀드를 옥죄고 있다.

시장 불신은 특히 새로운 투자처와 수익구조를 제시하는 헤지펀드에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운용사는 담보물을 여유있게 설정하고 2년 이하 만기에 연 4~5%의 기대수익률을 제시하며 회수 전략까지 확보하는 등 상품성 있는 조건을 맞춘다. 하지만 기존에 없던 투자구조에 대한 수익자들의 거부감은 위축된 시장상황에서 더 뚜렷해져 출자를 꺼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때일수록 규제 일변도나 막연한 불신보다 모험자본의 공급이라는 헤지펀드 본연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 기존 금융권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가장 유연하게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플레이어는 헤지펀드가 틀림없다. “자금이 필요한 곳에 레버리지를 일으켜주고 성장의 과실을 공유하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는 어느 운용사 대표의 말을 되새겨 이제는 다시 육성에 초점을 맞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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