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보인 신동주, 영향력 확대 시동걸까 아버지 빈소 지키며 상주 역할…손에 쥔 8600억 활용법 관심
이충희 기자공개 2020-01-21 08:24:35
이 기사는 2020년 01월 20일 15: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격호 명예회장 타계로 오랜 기간 롯데그룹 오너가를 관통해 왔던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지분 상속을 둘러싼 이슈들의 재점화 가능성이 커지자 롯데지주 우선주가 20일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그룹주들은 동반 강세를 보였다.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이번 상을 계기로 외부에 다시 존재감을 심어줬다는 평이다. 신동주 회장은 아버지 빈소가 차려진 19일 저녁 서울 아산병원에 처음 나타났고, 20일 아침에도 일찍부터 모습을 드러내는 등 상주로서 역할에 충실하는 모양새다.
◇롯데지주 지분 매입할까
최근 롯데그룹과 재계의 가장 큰 관심은 신동주 회장이 쥔 막대한 현금이 어떻게 활용될 지에 쏠리고 있다. 신동주 회장은 2017년~2018년 롯데지주 출범 당시 계열사 분할 합병에 반대하면서 총 8475억원 규모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지난달엔 코리아세븐 주식매수청구권까지 행사하며 156억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롯데를 둘러싼 관계자들은 신동주 회장이 이 돈으로 롯데지주 주식을 매입하게 될지 특히 관심을 보인다. 상법에 따르면 3%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주총소집권과 회계장부열람권, 이사해임 건의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 롯데지주는 한국 롯데 계열사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어 신동주 회장이 이 지분을 확보할 시 그룹 경영에 상당부분 관여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신동주 회장의 롯데지주 지분율은 0.2%다. 이날 시총 4조원을 돌파한 롯데지주 지분 2.8%를 추가 매입하려면 약 1100억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동주 회장이 그간 주식매수청구권으로 확보했던 자금력을 고려하면 충분히 지분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아버지 신격호 명예회장으로부터 받게 될 상속분을 포함하면 신동주 회장 보유 지분을 훨씬 더 늘어날 수 있다. 고 신격호 명예회장은 롯데물산(6.87%)을 포함해 롯데쇼핑(0.93%), 롯데제과(4.48%), 롯데지주(3.10%), 롯데지주우선주(14.20%) 등 한국 롯데그룹 지분을 상당수 보유했다.
재계 관계자는 "아버지 타계를 기점으로 과거 형제의 난이 다시 재조명 받는 분위기"라며 "신동주 회장이 상속분에 더해 롯데지주 지분을 더 사들일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조금씩 흘러나온다"고 말했다.
◇호텔롯데 상장 앞두고…시나리오 분분
신동주 회장이 이같은 방식으로 활동을 재개하면 신동빈 회장에게 확실히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롯데는 올해 그룹 지배구조 개편 마지막 퍼즐로 호텔롯데 상장을 예고하고 있다. 일본 주주들에 쏠려 있는 호텔롯데 지분을 희석시켜 외부 영향력을 최소화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호텔롯데 지분 99%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 등이 보유하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는 광윤사가 지배하고 있고, 광윤사의 최대주주는 바로 신동주 회장이다. 호텔롯데 상장이 마무리되면 오랜기간 끌어왔던 형제의 난에서 신동빈 회장이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
이 상황에서 신동주 회장의 한국 롯데 지분 확대는 호텔롯데 상장에 또다른 분쟁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동주 회장이 한국에서도 경영에 간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 충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일부에선 신동주 회장이 동생과 화해를 원했던 상황을 고려해 더이상 분쟁을 만들지 않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 주주들이 자본 차익을 챙길 수 있다는 점은 신동주 회장의 반대 명분을 없앴다는 분석도 있다. SDJ코퍼레이션 측은 최근 상황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재계의 이런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SDJ코퍼레이션 홍보 관계자는 "호텔롯데가 상장한다고 해도 일본 주주들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난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신동주 회장은 롯데지주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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