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1월 28일 07시2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금융권에서 유독 KB금융의 동태를 살피는 질문이 많다. 열에 아홉은 푸르덴셜생명 M&A다. 알려져 있다시피 생명보험업은 신자본규제(IFRS17·K-ICS)와 금리 하락에 따른 이차역마진으로 끙끙 앓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KB금융은 여타 사업권역보다 다소 존재감이 미약했던 생명보험업 강화를 위해 어느 때보다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실 KB금융의 생보사 인수는 오래 전부터 ‘풀다 만 과제’다. 2013년 ING생명 인수 때엔 우선협상자로 선정되고도 이사회 반대로 무산됐다. 당시 ING생명을 1조8000억에 거머쥔 MBK파트너스보다 높은 대금을 베팅한 터라 아쉬운 사례로 회자된다. 지난해 6년만에 다시 ING생명 인수 실사에 참여했지만 가격 이슈로 신한금융의 인수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KB금융은 퀀텀 점프가 필요할 때마다 M&A 승부수로 판도를 바꾼 남다른 DNA로 주목받았다.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과 2016년 현대증권(현 KB증권) 인수는 비이자수익 다변화로 그룹 펀더멘탈을 다질 수 있었던 단초였다. 올해도 어김없이 저금리·저성장의 비우호적인 영업환경 속에서 비은행업 비중을 늘려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KB금융의 칼끝이 푸르덴셜생명을 정조준한 건 나름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짙게 내포돼 있다. 작년 9월 지급여력비율(RBC)이 515.04%인 푸르덴셜생명은 변경되는 회계 이슈에 따른 추가 자본확충 부담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평가다. 국내 생보사와 달리 자산·부채 간 듀레이션 관리를 잘해왔다는 점도 구미를 당기는 요인이다.
이제부터 중요한 건 승자의 저주와 오버페이 논란을 피하는 합리적인 수준의 밸류로 딜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현재 골드만삭스는 3조원대 거래대금을 블러핑하며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더욱이 프로그레시브 딜(경매 호가식 입찰)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푸르덴셜생명의 보험계약가치와 향후 PMI 등을 지혜롭게 안배한 베팅전략은 필수다.
대형 PEF들과의 만만찮은 인수경쟁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도 주목된다. 금융사는 PEF의 주된 투자섹터가 아니었지만 MBK파트너스가 장기채권 운용중심으로 ING생명을 밸류업해 신한금융에 넘긴 선례를 만든 게 시초가 됐다. 단순히 블라인드펀드 사이즈에 맞는 조(兆)단위 우량매물을 보기 위함이 아니라 주가가 빠질만큼 빠져서 지금이 인수 적기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다만 미국 푸르덴셜이 한국 시장을 빠져나가는 출구전략을 택한 건 불투명한 보험업황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국내 보험업계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 KB금융이 모처럼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못다 푼 과제에 결과를 내고 이에 못지않은 과정을 만들어낼지 새해 빅딜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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