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10년만에 전산시스템 교체 2014년 KB사태로 지연, 내달 영업점 가동…10월까지 전 채널 순차적용
손현지 기자공개 2020-02-04 14:21:56
이 기사는 2020년 01월 31일 16: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국민은행이 10여년만에 새로운 전산시스템을 도입한다. 타임라인상 오는 10월을 기점으로 디지털뱅킹, 스마트폰 등 다양한 채널(옴니채널)을 한번에 묶는 이른바 심리스(seamless) 체제를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을 반영해 다양한 고객의 성향을 반영하는데 개인별 맞춤 마케팅까지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3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내달 3일 전국 영업점에 새로운 전산시스템을 가동시킨다. 그룹 차원에서 추진 중인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전략의 핵심 사업인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위한 '더케이(The K) 프로젝트'가 본 궤도에 오른 셈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모든 채널에서 수집된 고객 정보를 하나로 공유하는 방식"이라며 "고객들은 어느 채널을 이용하든 개인별 투자성향에 맞는 금융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국민은행을 이용하는 A고객이 콜센터를 통해 '리브M' 가입상담을 받으면 데이터로 자동 저장된다. 또 영업점에서 대출상담을 받았을 경우에도 관련 기록이 저장된다. A고객의 상담 기록이 전 영업점과 디지털 채널에도 공유되기 때문에 향후 PB들이 A고객 투자성향에 맞는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
더케이 프로젝트는 허인 KB국민은행장의 취임과 함께 본격화됐다. 사업비만 3000억원이 투입된 대형 전산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다. 국민은행은 2018년 10월 사업자(SK C&C)를 선정하고 작년 초부터 시스템 구상에 돌입했다.
눈에 띄는 점은 주전산기는 기존 메인프레임(IBM) 방식을 유지한 채 부분적인 시스템 보강에 나서는 방식으로 개편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최신 핀테크 기술을 활용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한다. 비대면이나 마케팅, 글로벌 등 핵심사업을 개편해 혁신성도 갖추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다.
이는 대다수의 은행들이 주전산기를 유닉스 기반으로 교체해온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국민은행은 기존 IBM 메인프레임을 유지해 안전성을 높이겠다는 목적이다. 유닉스는 유지 보수 비용이 저렴하고 호환성이 높은 특징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전산시스템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와 사고 위험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민은행은 2010년 이후 전산기 교체 작업이 한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기존 IBM과의 계약은 2015년 7월까지 유효했다. 2014년 주전산기를 IBM에서 유닉스 체제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이뤄졌지만 당시 KB사태가 불거지며 차질이 생겼다. 전산기 교체 비용을 두고 당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간 갈등이 불거졌다. 결국 경영진과 이사회 멤버들이 모두 교체되는 것으로 일단락 났다.
이후 주전산기였던 IBM 메인프레임과의 재계약을 진행했다. 유닉스 체제의 시스템으로 전환하는데 13개월 이상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였다. 이후 2016년에도 주전산기 교체 작업이 추진된 바 있다. IT컨설팅 업체인 AT커니가 선정돼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지만 인프라 구축 비용과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기존 체제를 유지했다.
또 다른 차별점은 '단계별 오픈' 전략을 꾀했다는 점이다. 1차적으로 지난해 10월 콜센터 채널을 중심으로 해당 전산시스템을 적용시켰다. 2차로 내달 중 전국 영업점 채널의 단말기에 일시 접목하며, 3차로 오는 4월쯤 해외사업 플랫폼에도 적용시킬 계획이다. 오는 10월에는 모바일뱅킹, 인터넷뱅킹, ATM기기 등 디지털 세대를 겨냥한 모바일 채널에도 관련 서비스를 도입할 방침이다.
더욱이 대규모 프라이빗 클라우드 인프라 구성을 계획했다는 점도 특이하다. 국내 은행권에서는 첫 시도로 신기술에 대한 유연성을 확보하고 상품이나 서비스의 '타임 투 마켓(Time to Market)'을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미래형 전산시스템을 도입해 각종 마케팅 프로세스와 고객대면 시스템을 고도화할 것"이라며 "안정성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플랫폼 구축, 빅데이터 플랫폼 확대 등 신기술 기반의 디지털 인프라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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