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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투자' 20년 외길 뚝심 김영환 SV인베 부사장 [매니저 프로파일]정보 투명성이 성패 좌우, M&A조합 '멀티플 3배' 청산

박동우 기자공개 2020-02-06 08:00:18

이 기사는 2020년 02월 03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90년대 벤처 생태계가 싹틀 무렵, 김영환 SV인베스트먼트 부사장(사진·VC부문장)은 미지의 영역에 먼저 발을 들였다. 20년 넘게 벤처업계에서 한 우물을 팠다. 운용을 책임진 'SV M&A 1호 투자조합'이 2019년 한국벤처투자의 '올해 최우수 운용 펀드'로 선정되며 커리어의 한 획을 완성했다. 뚝심 있는 그의 투자 철학이 빛난 결과다.

◇첫 직장으로 VC 선택, 벤처기업서 신사업 주도 경험

김 부사장은 벤처캐피탈리스트의 길을 우직하게 걸었다. 시작점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서울대 화학공학과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했다. 그러다 우연히 학과 사무실에 붙은 한국종합기술금융(지금의 KTB네트워크) 심사역 채용 공고를 접했다.

그는 "대부분 전공과 맞춰 유공, 호남정유 등 고연봉을 주는 기업을 선택하던 시절, 전공이 적성과 맞지 않아 새 방향을 찾고 있었다"며 "국가 재원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공적 역할에 매력을 느껴 한국종합기술금융에 문을 두드렸다"고 회상했다.

2000년대 초반 정보기술(IT) 기반기업의 성장을 계기로 '제1 벤처붐'이 도래했다. 그는 KTB네트워크, 연합캐피탈(현 두산캐피탈), 한미열린기술투자(현 원익투자파트너스), 마일스톤벤처투자 등을 두루 거쳤다. 평생의 스승으로 모시는 VC업계 선배들과 함께 여성복 제조사 한섬, 언더웨어 업체 좋은사람들, 프로바이오틱스 기업 쎌바이오텍, 반도체 소재 생산기업 동진쎄미켐 등 50여건의 프로젝트 투자를 단행했다.

벤처 투자 경험을 쌓으면서 '좋은 투자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더 늦기 전에 현업에 몸담은 기업인들의 시각을 그 안에서 체득해야 유능한 투자가로 한 단계 성장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2002년 벤처캐피탈 업계를 벗어나 방송 콘텐츠 제작사 씨에이에이의 재무이사(CFO)로 자리를 옮겼다.

투자자 경력을 살려 회사가 유보한 잉여금으로 신규 사업을 탐색했다. 자회사를 세워 울산과 청주의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인수해 운영했다. 각각의 프로젝트를 재구조화하며 투자은행(IB)업계에서 1000억원 규모의 펀딩도 유치했다.

5년여 지난 2007년 김 부사장은 벤처기업 전문경영인 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현 직장인 SV인베스트먼트에 합류했다. KTB네트워크 출신 김희태 감사로부터 ‘실무에 능통한 투자팀장이 필요하니 도와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신생 창업투자사인 SV인베스트먼트가 130억원 규모의 1호 펀드를 갓 결성한 시점이었다.

그는 "기업공개(IPO) 컨설팅을 특화한 회사인 SV파트너스를 모체로 설립한 벤처캐피탈이라는 점에 주목했다"며 "국내 벤처금융 회수 시장의 특성을 정확히 읽은 박성호 SV인베스트먼트 대표의 기업가 정신에 깊이 공감했다"고 말했다.

◇내재적 가치와 시장 성장 교차점서 투자

공학도 출신답게 김 부사장이 눈여겨본 투자 섹터는 하이테크 기반 산업이다. 정밀화학부터 반도체 부문까지 고도화된 기술을 활용하는 분야에 주목했다. 바이오 업종도 핵심 투자 분야 중 하나다. 파이프라인의 확장 가능성이 눈에 띄는데다 밸류업 추세가 다른 업종과 달리 매우 활발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옥석을 가리는 선구안은 그가 대표 펀드매니저를 맡으면서 진가가 드러났다. '멀티플 3배, 내부수익률(IRR) 20%'라는 기록을 올린 'SV M&A 1호 투자조합'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9년 한국벤처투자가 주최한 시상식에서 가장 우수한 성과를 거두며 청산한 펀드로 인정받았다.

방탄소년단을 길러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15억원을 투자해 480억원을 회수했다. 항체치료제를 만드는 앱클론에 12억원을 베팅해 74억원을 회수하는 등 굵직한 엑시트 성과를 남겼다.

올해 청산하는 '2011 KoFC-KVIC-SV 일자리창출펀드 2호'와 '에스브이 과학기술신성장펀드' 역시 김 부사장의 작품이다. 두 펀드는 IRR 25% 안팎의 성과를 각각 낼 것으로 기대된다.

김 부사장이 성공적인 트랙레코드를 쌓은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기업의 내재적 가치와 시장 성장의 교차점에서 투자한다"며 자신만의 철학을 설명했다.

투자 심사 핵심 요소로 거론한 것이 '정보와 소통의 투명성'이다. 비상장 벤처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제한된 정보에 의존해 심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실과 목표를 가려 읽는 심사역 개인의 역량도 중요하다고 봤다. 피투자사의 경영진에 현존하는 데이터와 희망 섞인 의지를 나눠 알려달라고 단호하게 요청한다.

작년 말 코스닥에 입성한 브릿지바이오는 이사회 중심의 투명 경영을 지향한 덕분에 김 부사장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SV인베스트먼트는 밸류에이션이 300억원에 그친 시절부터 자금을 납입해 기업가치가 5000억원으로 불어날 때까지 꾸준하게 투자했다.

김 부사장에게 순탄한 여정만 있었던 건 아니다. 위기도 겪었다. SV인베스트먼트에 합류해 처음 핵심운용역으로 참여한 1호 펀드의 내부 평가가치가 급락했던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키코(KIKO) 사태의 여파로 평가가치가 -50%까지 주저앉았다.

신생 하우스였던 SV인베스트먼트의 명운을 가르는 펀드였다. 1호 펀드를 위기에서 구한 건 반도체 기판 제조사인 '사파이어테크놀로지'와 반도체 장비 생산업체인 '테라세미콘'이었다. 김 부사장이 발굴해 베팅한 두 포트폴리오는 투자원금의 10배로 엑시트하는 성과를 냈다. 6년간 존속한 해당 펀드는 15%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며 청산됐다.

한동안 최고투자책임자(CIO)로 VC부문을 이끌던 김 부사장은 최근 벤처투자 일선에 복귀했다. 2019년 12월 545억원 규모로 결성한 '에스브이 유니콘 성장 펀드' 대표 펀드매니저를 맡았다.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전통산업 영역이나 5G 모바일 섹터의 기업들을 살피는 중이다.

김 부사장은 "SV인베스트먼트의 성장 전략을 실행하는 현장 소장의 역할이 제게 어울리는 옷"이라며 "유망한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함께 펀드를 운용하는 유능한 팀장들의 역량을 드높여 VC업계를 대표하는 펀드매니저로 키우는 역할도 또 하나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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