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 리포트]해외법인 보유 車부품사, 90%가 '신종코로나' 사정권144개사 중 125개사 중국 법인 보유, 전방위 악영향 현실화될 수도
김경태 기자공개 2020-02-05 08:30:10
[편집자주]
최근 가장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는 산업군이 자동차산업이다. 내연기관 차량의 글로벌 수요가 둔화하고 있고 친환경차 시대 진입 전 과도기 상황에서 로컬 뿐 아니라 글로벌 수요가 동시에 둔화하며 어려움을 겪는다. 각종 환경 규제 등 다른 변수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카마게돈'이라는 말도 나온다. ‘격변기’라는 단어가 부족할 정도로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서 완성차업체들의 판매량과 실적에도 희비가 엇갈린다. 철강업체 등 유관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의 기로에 놓인 자동차업계의 현주소를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2월 04일 10: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로 인해 현대자동차그룹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중국에 진출한 자동차부품사들 역시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 공급 문제가 불거진 와이어링 하네스(wiring harness) 외에도 다양한 부품을 생산하는 부품사들이 중국에 법인을 보유하고 있어 직접적인 악영향이 예상된다. 현재 이와 관련한 정부 차원의 별다른 지원책이 확정되지 않아 부품사들이 고심이 깊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해외 법인 가진 부품사, 대부분 중국 현지 법인 보유
국내 자동차 부품사들의 모임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서 발간하는 '자동차산업편람'에 따르면 작년 8월 협동조합에 가입한 회원사를 기준으로 해외에 법인을 보유한 업체는 총 144개사(중복 제외)다. 이 중 다성을 비롯한 19개사를 제외한 125개사가 중국에 법인을 갖고 있다. 해외에 법인을 가진 전체 부품사의 87%에 해당한다.
현지 법인으로 따지면 10개사 중 9개사가 진출한 셈이지만, 협동조합에서 만드는 편람이 매년 1회 발간돼 작년 8월 이후 새롭게 중국법인을 설립한 기업이 있을 수 있다는 점과 법인이 없더라도 판매를 하는 등 사업적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거의 전부가 중국 시장의 상황에 영향을 받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중국에 법인을 보유한 대표적인 부품사로는 현대차그룹의 일원인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 현대트랜시스가 있다. 이 외에 한앤컴퍼니가 인수하고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이 지분을 보유한 한온시스템이 있고, 다른 굵직한 중견 부품그룹들도 중국에 깃발을 꽂고 있다.
다수의 국내 부품사가 중국에 법인을 설립한 자체적인 배경으로는 인건비를 비롯한 고정비 절감 효과를 꼽을 수 있다. 중국시장의 규모가 큰 만큼 현대차와 기아차 외에 새로운 고객을 발굴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중국 완성자동차업체 뿐 아니라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자동차기업에 납품하는 기회를 만들려 노력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현대차그룹과의 협력 때문이다. 대부분 현대차와 기아차에 납품하는 부품사들로, 현대차그룹의 중국 시장 진출에 발맞춰 효율적인 협업을 위해 현지에 법인을 세웠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발주에 따라 납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로 꼽힌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중국시장에서 선전할 때는 같이 성장할 수 있었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박근혜 정부 시기이던 2016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태가 생기면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중국 판매량은 급감하기 시작했고 현지법인들은 손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에 영향을 받은 부품사들의 현지 법인 실적도 악화했다.
이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초기 예상보다 심각하게 진행되면서 중국에 진출한 부품사들에 악영향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요 부품 중 하나인 와이어링 하네스 공급에 차질이 불거지면서 현대차와 기아차가 공장 가동, 감산 등 비상 경영을 시작했다. 부품사의 어려움이 현대차그룹에 영향을 미치고, 다시 부품사에 되돌아오는 악순환 구조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 문제가 불거진 와이어링 하네스 외에도 중국에 진출한 부품사들은 다양한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다른 부품들의 제조에도 영향이 생길 경우 현대차그룹과 부품사 모두에 더 심각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정부 차원 '신속 지원' 필요성 대두
일각에서는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악영향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자동차부품업계에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자동차부품사들은 최근 글로벌 수요 둔화로 인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고질적인 저마진 구조로 인해 위기를 뚫고 나갈 만큼 현금이 넉넉한 곳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에서는 2018년 12월 '자동차부품산업 활력제고방안'을 공표하고 완성차업체, 신용보증기금과 함께 재원을 조성해 유동성 위기에 처한 부품사를 지원하고 있지만 이와는 별도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악영향에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자동차부품업계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사태가 불거진 이후 자동차산업을 담당하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등에서 별다른 지원책이 확정되지 않았고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자동차부품사들이 일차적으로는 최대 고객인 현대차, 기아차와의 유기적인 협업으로 위기를 타개해야 하겠지만, 전방위적인 '부품 대란'으로 번지기 전에 산업부를 비롯한 정부 차원에서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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