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 리포트]현대차그룹, 와이어링하네스 대란…협력사 확대할까'신종코로나' 습격에 타격받아 사실상 비상경영, 기존 납품사 외 우군 확보 가능성 제기
김경태 기자공개 2020-02-05 08:30:25
[편집자주]
최근 가장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는 산업군이 자동차산업이다. 내연기관 차량의 글로벌 수요가 둔화하고 있고 친환경차 시대 진입 전 과도기 상황에서 로컬 뿐 아니라 글로벌 수요가 동시에 둔화하며 어려움을 겪는다. 각종 환경 규제 등 다른 변수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카마게돈'이라는 말도 나온다. ‘격변기’라는 단어가 부족할 정도로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서 완성차업체들의 판매량과 실적에도 희비가 엇갈린다. 철강업체 등 유관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의 기로에 놓인 자동차업계의 현주소를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2월 04일 16: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폐렴)'로 인해 현대차그룹이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협력 부품사들이 자동차의 주요 부품인 와이어링 하네스(Wiring harness) 공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생산 중단과 감산 조치에 나서고 있다.현대차그룹은 국내와 동남아시아 등 다른 지역에서 부품을 공급받으려 계획하고 있다. 협력사들이 해외의 다른 법인에서 추가 생산해 공급하는 경우 물류비 등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고 현대차그룹에도 영향이 이어질 전망이다.
그간 협력사가 아니었던 제조사에 도움을 받는 방안도 제기된다. 국내에는 현대차와 기아차 외에 다른 완성차업체를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는 와이어링 하네스 제조사들이 있다. 다만 다수의 부품사들이 중국에 법인과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이들 역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중국에 진출하지 않았더라도 규모가 작아 현대차그룹이 원하는 만큼의 수량을 받기에는 부족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서 생산 '와이어링 하네스'가 발목, 쌍용차도 영향 받아
현대차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부품 수급 차질로 인해 생산 속도 조절에 나선다고 밝혔다. 우선 완성차 생산 라인별로 탄력인 휴업을 실시한다. 기아차는 화성공장과 광주공장 감산 등으로 부품 부족에 대처하며 이번 주에는 공장을 가동키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 성(시) 정부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춘절 연휴를 9일까지 연장함에 따라 와이어링 하네스를 생산하는 국내 협력업체의 중국 공장 가동이 중단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세부 휴업 일정 등은 사업부별로 협의를 진행키로 했다. 순차적으로 휴업에 돌입해 이번 주 금요일(7일)에는 울산 1~5공장, 아산공장, 전주공장 등 국내 모든 공장에서 생산이 중단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휴업에 따른 임금은 근로기준법에 의거해 평균임금의 70%를 지급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사실상 비상경영에 가까운 행보를 하게 된 것은 와이어링 하네스의 수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현대차에 이 부품을 공급하는 주요 업체는 경신, 유라코퍼레이션, 티에이치엔이다. 중국에서 생산해 공급하는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
자동차부품업계에 따르면 3개사 외에 현대차와 기아차에 해당 부품을 공급하는 곳으로는 동아전장, 유라하네스, 태성전장이 있다. 이곳들 역시 중국에 법인을 보유하고 있어 앞선 3개사와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고, 악영향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쌍용차도 현대차와 기아차처럼 직접적으로 큰 악영향을 받고 있는 완성차업체다. 쌍용차는 이달 4일부터 12일까지 평택공장 가동을 멈춘다고 공시했다. 와이어링 하네스를 공급하는 레오니와이어링시스템코리아의 중국 옌타이 공장이 중국 정부의 권유로 9일까지 가동을 중단하면서 부품 확보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자동차부품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를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는 와이어링 하네스 제조업체로는 제다하네스, 타이코에이엠피, 패커드코리아 등이 있다. 이 중 제다하네스는 중국에 법인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미국계 기업인 타이코에이엠피 역시 마찬가지이다. 패커드코리아는 중국에 법인을 갖고 있다.
◇기존 협력사 국내·해외 공장 활용 계획, 우군 확대 여부 '주목'
현대·기아차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중국 외에 국내와 동남아시아 등에서 부품 조달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 협력업체가 중국에서 생산을 재개하면 부품 조달에 소요되는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등 생산 차질이 최소화되도록 다각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현대·기아차의 주요 부품사들이 동남아를 비롯한 다른 해외법인 쪽에서 부품을 조달해 공장을 다시 정상 가동한다면 다행이지만, 부품사와 현대·기아차 모두 물류비 등 비용 증가로 인한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이 조금 더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위해 협력사를 다변화하는 작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현대차와 기아차 외에 쌍용차, 한국지엠(GM), 르노삼성 등 다른 완성차업체의 협력사였던 곳들과 접촉해 우군으로 끌어들이면 물량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다른 부품사들과의 협력과 관련해서는 현재 정해진 바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부품사들을 대상으로 접촉한다하더라도 시간이 걸리는 점이 있다. 실제 쌍용차의 경우 레오니와이어링시스템즈코리아 외에도 제다하네스 등 다른 협력사들이 있다고 알려졌지만, 공장을 중단하는 사태를 맞이 했다. 부품사들이 최대한 공장을 가동한다고 하더라도 현대차와 기아차, 쌍용차 등 완성차업체들을 만족시킬 만큼 생산물량을 급격하게 늘리기는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중국에 진출해 이번 사태에 영향을 받는 곳들이 많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이 발간한 '2019년 자동차산업편람'의 해외법인 현황은 조합 회원사를 기준으로 만들어졌는데, 이 외에도 와이어링 하네스 제조사 중 에스모, 레오니와이어링스스템즈코리아, 아시아, 에코캡 등이 중국에 법인을 두고 있다. 즉 중국에 법인이 없고, 국내와 다른 지역에서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춘 부품사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국내 부품사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다변화하는 방안이 있다. 이번에 한국지엠(GM)과 르노삼성은 그나마 타격을 덜 받았는데, 국내에서 인연을 맺고 있는 부품사들 외에도 모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를 통해 다른 글로벌 업체로부터도 부품을 조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부품사들을 이끌고 함께 사업을 펼치는 구조를 이어왔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변화는 힘들 수 있지만, 이번처럼 비상 사태가 발생할 때 조금 더 숨통을 틔어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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