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 IPO]국내 피어그룹 'NO'...밸류 찾아 '해외로'상장주관사 후보, 밸류 작업 한창…글로벌 기업 분석 '안간힘'
양정우 기자공개 2020-02-10 15:23:00
이 기사는 2020년 02월 07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의 상장주관사를 노리는 증권사가 일제히 글로벌 기업 분석에 매달리고 있다. 주관사 제안서의 핵심인 밸류에이션에서 국내 엔터테인먼트사는 피어그룹(비교기업)으로 적당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탓이다. '월드 클래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가치를 제대로 담으려면 글로벌 기업을 비교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판단이다.다만 밸류에이션 피어그룹에 알맞은 해외 기업을 찾는 것도 녹록치 않은 일이다. 국내 엔터사와 같이 아이돌 그룹 육성(인큐베이팅)을 사업 모델로 삼는 업체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증권사마다 BTS의 세계적 파급력과 콘텐츠 가치를 모두 담는 색다른 접근법을 동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엔터 3사, 피어그룹 부적합…글로벌 팬덤 보유, BTS 유일
증권사 IB가 상장예비기업에 제출하는 상장주관사 제안서는 결국 밸류에이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IPO 파트너를 최종 선택하는 오너 입장에선 보유 지분의 가치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다만 상장사를 피어그룹으로 선택해 밸류(Relative Valuation)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설득력있는 논리가 필요하다.
빅히트의 경우 비즈니스 모델이 가장 유사한 건 국내 엔터사 '3사(JYP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다. 연예인 지망생을 직접 뽑아 육성한 뒤 정식 그룹으로 데뷔해 얻는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다. 이들 기업을 피어그룹으로 삼아 상장 밸류를 구하는 게 가장 수월한 방법이다.
문제는 BTS가 글로벌 팬덤을 지닌 월드 클래스 그룹이라는 점이다. 팬덤의 볼륨은 엔터사의 기업가치를 결정한다. 수익 구조(제품매출, 공연수익, 출연료수익, 광고모델수익, 로열티수익 등)의 기반이 팬덤이기 때문이다.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 대규모 팬덤을 보유한 건 BTS가 유일하다. 한국과 아시아 지역에 매출을 올리는 국내 엔터사를 비교 대상으로 삼으면 제값을 매겼다는 평가를 받기 힘들다.
결국 해외에서 피어그룹을 찾아야 한다는 게 빅히트의 IPO 파트너를 노리는 증권사의 공통된 결론이다. 좁게는 해외 엔터테인먼트 기업, 넓게는 글로벌 문화콘텐츠 기업까지 분석 대상을 넓혀가고 있다. 현재 상장주관사 후보는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씨티글로벌마켓증권, JP모간 등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향후 상장을 위한 투자설명서엔 국내 엔터사가 피어그룹으로 포함되겠지만 핵심 가치를 이끄는 건 결국 글로벌 비교기업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피어그룹 찾기 '올인'…BTS, 뮤지션서 문화콘텐츠로 접근
하지만 빅히트의 피어그룹으로 적합한 기업을 해외에서 구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한국 특유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을 외국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빅히트를 비롯한 국내 엔터사는 연예인 지망생을 어린 시절부터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해 인기 그룹으로 키워낸다.
그나마 일본 대형기획사인 에이백스(AVEX)가 유일무이하게 비슷한 사업 모델을 갖추고 있다. 국내 엔터사의 원조 격으로 불리는 기업이다. 하지만 제이팝(J-POP)의 인기가 추락하면서 현재 위상은 국내 엔터사에 크게 못 미친다. 더구나 수익 구조에서 음반 유통의 비중이 높아 빅히트의 피어그룹으로 거론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상장주관사 후보는 획기적 아이디어로 밸류에이션에 접근할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BTS를 단순히 뮤지션이 아닌 문화콘텐츠로 넓혀 보는 방안이 나올 수 있다. 음반과 음원 사업이 아닌 콘텐츠 비즈니스로 확장하면 굶직한 글로벌 기업을 피어그룹으로 삼는 게 가능하다.
BTS의 주요 앨범은 일반 그룹과 달리 연속성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갖고 있다. 'LOVE YOURSELF-HER', 'LOVE YOURSELF-WONDER', 'LOVE YOURSELF-TEAR', 'LOVE YOURSELF-ANSWER' 등 순차적으로 발표하는 앨범이 서로 스토리를 잇는 서사 구조로 짜여져 있다. BTS가 글로벌 팬덤을 확보한 비결로도 꼽힌다. 이런 콘셉트를 빅히트의 콘텐츠 역량으로 풀어낼 수 있는 셈이다.
시장 관계자는 "BTS를 콘텐츠 지적재산권(IP)으로 삼아 기업가치를 매기는 접근법도 나올 수 있다"며 "증권사 IB마다 빅히트측의 마음을 사로잡을 비책을 마련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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