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 국내 주관 후보 'NH·한투' 점찍은 이유는 지난해 IPO 순위 나란히 1·2위…나머지 증권사 실적차 '극명'
양정우 기자공개 2020-02-03 09:50:56
이 기사는 2020년 01월 31일 14: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가 국내 상장주관사 후보로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낙점한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두 증권사는 지난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주관실적 순위로 나란히 1위, 2위를 차지했다. 이들 '투톱'과 나머지 증권사는 IPO 실적에서 극명한 격차를 보였다.통상 국내에서 조 단위 빅딜은 대기업 그룹 계열의 IPO가 주를 이룬다. 이런 계열사 딜은 그간 그룹사가 자본시장에서 호흡을 맞춰온 증권사를 중심으로 주관사 지위가 부여된다. 하지만 빅히트는 그룹 차원의 이해 관계까지 고려해 IPO 파트너를 고를 필요가 없다. 그보다 증권사가 갖춘 IPO 실력에 초점을 맞춰 상장주관사를 확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IPO 스타트' 빅히트, RFP 발송…국내 증권사, '투톱'만 공식 수령
빅히트는 최근 국내외 증권사에 상장주관사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해 IPO를 공식화했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선택을 받은 건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단 2곳뿐이다.
두 증권사는 IPO 시장에서 압도적 실적을 거둔 투톱이다.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해 IPO 주관순위에서 1위(1조850억원)를 차지했다. 한화시스템(공모규모 4026억원)과 SNK(1697억원), 지누스(1692억원), 현대오토에버(1685억원) 등 굶직한 딜을 싹쓸이했다.
지난해 공모 시장의 분위기는 암울했다. 현대오일뱅크와 이랜드리테일 등 빅딜이 줄줄이 좌초됐다. 이들 기업의 구체적 사정은 각양각색이지만 중도 포기의 배경엔 상장 밸류가 깔려 있다. 유통시장의 저조한 주가 흐름과 국내외 경기 침체의 신호에 제값을 받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 와중에 상장예비기업이 만족할 밸류로 증시 데뷔를 이끄는 데 성공한 셈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위(주관실적 7443억원)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연간 최대 규모의 공모를 시도한 롯데리츠(4299억원)를 주관했다. 그간 상장에 실패한 대형 리츠가 여럿이었다. 하지만 부정적 선입견 속에서 롯데리츠 IPO를 이끌어 한국 자본시장에 '리츠 돌풍'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대표적 IPO 명가로서 독보적 트랙레코드를 쌓아왔다"며 "빅히트는 국내 최고 IB에 상장 업무를 맡기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NH·한국, 공모시장 싹쓸이…나머지 증권사 '양극화' 심화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IPO 시장에서 절반(46%)에 가까운 딜을 수행했다. IPO 주관사로 이름을 올린 증권사의 수(24곳)를 감안할 때 독식 구조가 심화돼 있다. 3위인 대신증권(2812억원)과 실적 격차가 5000억원 수준에 달한다.
반면 3위와 8위의 실적 차이는 1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4위 KB증권(2729억원), 5위 미래에셋대우(2637억원) 등이 엇비슷한 격차로 순위를 잇고 있다. 투톱은 멀찌감치 앞서있는 가운데 나머지 증권사가 치열하게 순위 다툼을 전개하고 있다.
이런 양극화 구도는 단기간에 해소되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상장예비기업은 법인 일생에서 단 한 번 단행하는 IPO를 최고의 전문가에게 맡기고 싶기 마련이다. 이미 선두권에 오른 증권사 쪽으로 의뢰가 쏠릴 여지가 크다. 그만큼 상위 IB는 밸류에이션 도출, 위기 대응, 한국거래소 협의, 세일즈 네트워크 등 실전 경험을 쌓을 기회가 더욱 늘어난다. 역량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기 힘든 구조다.
다만 그룹사의 대기업 계열 딜은 단지 증권사의 IPO 역량만으로 상장주관사가 정해지지 않는다. 그룹 전체가 여신(금융그룹), 회사채, 유상증자 등 각종 딜을 통해 오랜 기간 신뢰를 쌓은 증권사를 선택한다. 주관 순위가 상위권이 아니어도 유독 친분이 두터운 쪽의 손을 들어줄 수 있다. 물론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대기업 커버리지 역량 역시 선두권이어서 대기업 IPO를 순조롭게 수임하고 있다.
빅히트는 상장주관사를 선정하는 데 별도로 신경써야 할 그룹 간 역학관계가 없다. IB업계에선 이번 주관 경쟁의 경우 결국 증권사의 IPO 역량이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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