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 '애자일·겸직' 활용…사업 효율성 높이기 [2020 금융권 新경영지도] 디지털·IT·카드·경영기획 부문에 8개 셀 도입…겸직 임원 3명 눈길
손현지 기자공개 2020-02-17 14:20:12
[편집자주]
새해를 맞이하며 은행들이 조직 구성에 크고 작은 변화를 주는 건 일상적인 레퍼토리다. 변화를 다짐하고 새로운 포부를 밝히며 조직을 재정비하는 일이 해마다 반복된다. 하지만 이를 단순하게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도 있다. 무엇보다 은행 조직도의 변화는 한 해 경영 전략과 그 방향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 국내 주요 은행들은 2020년을 맞이해 조직도에 과연 어떤 변화를 줬는지, 또 그 의미는 무엇인지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4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대훈 농협은행장이 2연임에 성공한 뒤 가장 눈에 띄는 조직 변화는 '애자일(Agile)조직' 활성화다. 셀(Cell) 차원의 조직이 대거 신설됐는데 그룹 내 리스크, 디지털, 글로벌부문 산하에 촘촘히 자리잡고 있다.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간소화해 업무의 속도감을 높이기 위한 방책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겸직 체제를 확대하면서 농협금융그룹 내 9개 계열사와의 협업을 위한 기반도 마련하고 있다.농협은행이 올해부터 도입을 시도한 '셀' 조직체계는 작년 디지털전환(DT)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농협금융은 작년부터 디지털전략 수립을 위해 보스턴컨설팅(BCG)로부터 자문을 받고 있다. BCG가 제시한 여러가지 방안 중 이 행장이 선택한 조직 문화는 애자일, 일명 셀 조직이다. 디지털·IT부문 외에도 카드·경영기획부문에도 접목시켰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 행장이 셀 체계를 새롭게 시도한데는 신속하고 유연한 조직문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주효했다. 은행은 현재 농협금융그룹 내 수익센터로서 기능하고 있다. 이 행장은 취임후 순익을 두배 이상 끌어올려 2018년(1조2226억원), 2019년(1조4000억원) 연달아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올해도 이전에 부응하는 실적성과를 내기 위해 업무의 효율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셀조직은 은행쪽에서 시범적으로 추진한 뒤 향후 증권, 손보 등 계열사에도 단계별로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조직 효율성 전략 '8셀' 구축
농협은행 조직 뼈대는 전년 체제를 유지했다. 현재 14부문-35부-2국-1분사(5부)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작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마케팅부문 내 WM연금부가 2부서(WM사업부-퇴직연금부)로 쪼개진 것 뿐이다. 퇴직연금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부서를 분리했다. 그 외 농업·공공금융 부문 내 농식품금융부가 농업금융부로 이름만 바꿨다.
이에 비하면 조직 운영방식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다. 애자일 체계를 도입하면서 총 4개 부문에 8개 셀을 신설했으며 91명의 인원을 투입했다. 사업부문 별로 배치된 셀은 △경영기획(3개) △디지털금융(1개) △IT(3개) △카드(1개) 등이다. DT추진과제 중 하나로 셀을 오는 2023년까지 30개 이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직책도 단순화했다. 수평적 조직문화 조성을 위해 호칭을 'Cell리더'와 '파트너' 2개로 압축했다. 기존 M급(카드분사의 경우 3급)은 Cell리더로 통용키로 했다. 파트너는 3급과 4급, 전문직(데이터분석, 상품개발, UI/UX 등) 등의 직위를 아우른다. 복장도 비즈니스 캐쥬얼로 정해 유연한 조직문화를 마련했다.
애자일조직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과제 수행을 목표로 하는 조직이다. 수평적 구조를 취하고 있어 기존 보고단계를 줄였다는 점이 특징이다. 5~10명 등 소수 정예로 구성된다는 점에서는 태스크포스(TFT)나 유닛(Unit)과 비슷하지만 일시적으로 짜여지는 태스크포스(TFT)와 달리 사업실행 기획부터 마무리까지 책임지는 점이 장점이다. 절차보다 결과를 중시하기에 좀 더 연속성 있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체계로 평가된다.
셀 조직은 농협금융그룹 계열사 중에서도 농협은행에만 선제적으로 도입한 체계다. 은행사업의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주택 관련 대출이나 인터넷뱅킹 등 접목할 수 있는 내용이 다양했다. 더욱이 타 은행계 금융지주사와 달리 농협카드가 농협 내 '분사' 형태로 내재하고 있다는 점도 주배경이다. 카드도 비대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플랫폼 경쟁력 강화 전략이 필요한데 셀조직은 이를 지지할 수 있는 장치다.
◇겸직 임원 3명, '선택과 집중'
농협은행은 기본적으로 '부문' 체제를 취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그룹 차원의 매트릭스 체제는 구축하지 않은 상태이지만 부문제는 계열사간 협업을 도모하기 위한 장치로 풀이된다. 겸직 임원수도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가고 있다. 현재 겸직 임원은 3명이다. 송수일 부행장(CRO), 김남열 부행장, 김형신 부행장 등이 각각 리스크, 디지털, 글로벌 사업의 지주-은행 업무를 겸하고 있다.
농협은행이 독립출범할 당시인 2012년만 해도 겸직대상 조직은 리스크관리부문 뿐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년새 글로벌사업부문(2017년), 디지털금융부문(2018년) 임원도 겸직 대상자에 올랐다. 이는 겸직 그룹의 경영집중도가 전통적인 부분에서 디지털·글로벌 사업으로 옮겨간 것과 궤를 같이 한다. 단, 글로벌사업부문의 경우 은행 임원으로 배치되는 리스크·디지털부문과 달리 지주 소속 임원이 은행 사업도 총괄하는 구조를 이루고 있다.
계열사간 협업을 위해 겸직임원을 늘리고 있는 경쟁사에 비해서는 적은 편이다. 그러나 농협은행은 겸직 사업부문을 취하는 과정도 선택과 집중의 과정이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농협그룹의 특성상 1118개에 이르는 농축협단위조합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지역안배와 후배들에게 인사를 물려주는 관행이 관례처럼 자리잡고 있다. 임원의 임기가 1년으로 타은행 대비 짧은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된다.
대신 지주 차원에서 '협의체'를 운영하며 협업을 위한 실행력을 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시너지추진협의회 △고객자산가치제고협의회 △CIB전략협의회가 주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계열사간 협업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구체적으로 추진하는 게 목적이다. 사업별 담당자가 현안을 공유하고 소통차원에서 소모임 형식으로 운영된다.
농협은행은 지난 2016년 조선·해운 부실여신으로 빅배스를 단행했던 점을 반면교사 삼아 리스크부문은 그룹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 기업여신 심사 방침부터 펀드나 금융투자상품 판매상품 선정까지 한 방향성을 띈다. 글로벌과 디지털도 핵심사업인 역량강화 차원에서 지주와의 겸업을 선택했다. 해외 진출 기반이 미약한 농협은행으로서는 계열사와 협업이 절실하다. 농협금융은 오는 2025년까지 자산 6조원, 당기순이익 연간 1600억원, 해외 네트워크 13개국 28개 달성을 목표치로 설정했다.
작년 연말 인사에서 임원 변동 폭은 큰 편이었다. 준법감시인 포함 15명의 임원 들 중 10명이 바뀌는 물갈이 인사가 단행됐다. 보직을 유지한 임원 중 2명(송수일·장미경 부행장)만 담당 업무를 변경했으며 나머지 3명의 임원(김인태·박태선·김남열 부행장)은 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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