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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고려한 KB국민은행, 5개그룹 신설 지주 밀착도 확대, 부서 세분화 방점…'비이자수익' 강화 차원

손현지 기자공개 2020-02-10 11:22:38

[편집자주]

새해를 맞이하며 은행들이 조직 구성에 크고 작은 변화를 주는 건 일상적인 레퍼토리다. 변화를 다짐하고 새로운 포부를 밝히며 조직을 재정비하는 일이 해마다 반복된다. 하지만 이를 단순하게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도 있다. 무엇보다 은행 조직도의 변화는 한 해 경영 전략과 그 방향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 국내 주요 은행들은 2020년을 맞이해 조직도에 과연 어떤 변화를 줬는지, 또 그 의미는 무엇인지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2월 05일 15: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이 연임 성공 후 꺼내든 카드는 KB금융그룹과의 협업 전략이다. 저금리 기조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하락 등 악화된 영업환경 속에서 허 행장은 윤종규 회장과 함께 KB의 지배구조 안정, 수익창출 등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리딩뱅크 지위를 사수하기 위해서라도 비이자수익 강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만 전통적으로 예대마진에 의존해왔던 은행으로선 계열사와의 협업 도모가 절실하다.

이러한 고민의 흔적은 올해 조직개편에도 반영돼 있다. 허 행장은 크게 '확대·세분화' 두가지 포인트에 집중했다. 먼저 그룹의 매트릭스 방향성(8부문제)에 맞춰 은행 내 '그룹'을 5개 신설했다. 경쟁사인 신한은행이 기존 22그룹 체제를 그대로 유지한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업무 중복이 생기지 않도록 세부 부서도 촘촘히 추가했다. 기존 12그룹 18본부 91부에서 올해 초 17그룹 19본부 98부 체제로 바꿨다. 다만 규모의 확대에 초점을 맞춘 건 아니다. 임원은 △부행장(6명) △전무(10명) △상무(4명) △본부장(22명) △지역영업그룹대표(16명) 등 총 58명을 유지했다. 업무 세분화에 더 방점을 둔 개편이라는 분석이다.

◇KB금융 매트릭스 영역 확대…은행 '그룹' 1217개 확대

국민은행이 신설한 5개그룹은 △글로벌사업그룹 △자본시장그룹 △데이터전략그룹 △스마트고객그룹 △기관고객그룹 등이다. 해당 조직은 모두 전통적인 영업방식과 달리 비이자수익원을 창출하는 곳이다. 작년까지 그룹보다 한단계 낮은 수준의 '본부'체제로 운영한 이유다.

먼저 글로벌사업그룹과 자본시장그룹, 데이터전략그룹은 KB금융의 매트릭스 운영방식 변화에 따라 신설된 조직이다. 지주와의 밀착도를 높이기 위해 임원들도 지주 부문의 총괄·부문장직을 겸직토록 한 점이 특징이다. 이와함께 그동안 전무·상무가 이끌어왔던 조직의 리더를 부행장급으로 선임했다.

먼저 글로벌사업그룹은 올해 KB금융이 부문제를 확대재편한 것에 부응해 탄생했다. 올해부터 지주는 기존 7부문제(디지털혁신·WM·CIB·자본시장·개인고객·SME·보험)에서 '글로벌부문'을 새로 추가해 8부문제로 운영키로 했다. 발맞춰 은행도 글로벌사업본부를 그룹으로 격상시켰다. 최창수 전무를 부행장으로 승진시키고 은행과 지주 글로벌사업간 시너지 확대를 고민토록 했다.



자본시장그룹은 파생상품영업본부가 신설되면서 규모가 커졌다. 기업고객 선물환거래 등 파생상품 거래 수요가 많아진 영향이다. 경영기획그룹 내에 있던 ALM(Asset-Liability Management)부도 자본시장그룹으로 넘어왔다. 리더도 기존 하정 자본시장그룹 전무를 부행장 직급으로 올려 선임했다. 하 부행장은 지주의 자본시장총괄직을 겸한다. 은행·증권의 코로케이션(Co-location)을 통해 전체 고유자산 운용 현황 점검, 모니터링 등을 진행하고 투자수익 관리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데이터전략그룹의 경우 기존 리더역할을 했던 윤진수 전무가 핸들을 쥔다. 은행-카드-지주를 잇는 데이터 협업 시너지를 고민하고 있다. 그룹의 체계적인 데이터 자산 구축과 활발한 데이터분석을 통해 고객 중심의 상품 및 서비스 지원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기관고객그룹도 비이자수익 창출의 일환으로 격상된 조직이다.

CIB고객그룹도 시너지 창출을 위해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토록 힘을 싣는다. CIB부문장은 김성현 KB증권 사장이 겸직하고 있지만 CIB총괄직은 우상현 국민은행 CIB고객그룹 전무가 겸하고 있다.

◇디지털 KB, 색깔 드러내는 허인 행장

허 행장은 임기 3년차에 접어들면서 디지털에 대한 차별화된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디지털 전환(DT)전략을 진행하며 파트너십그룹(PG) 체제 도입과 지역영업그룹 축소를 하며 오프라인 기반을 줄여왔다. 대신 정보기술(IT) 전문 인력으로만 운영되는 인사이트지점 개설과 더불어 금융권 최초로 MVNO사업자로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다만 수익측면의 가시적인 성과는 아쉬움이 남았다. 올해는 비대면 상품과 서비스 총괄 기능을 상품그룹으로 이동시키고 디지털라이제이션을 본격화하기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는 평가다.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는 "허 행장이 올해 디지털 부문에서 수익측면의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을 주문했다"며 "작년에 MVNO사업 인가 등을 통해 디지털라이제이션을 위한 기반을 닦았다면 올해는 실전에서 소비자들이 디지털금융을 체감하고 수익까지 직결되도록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특히 비대면 채널 경쟁력 강화차원에서 디지털전략그룹과 스마트고객그룹 운영에 기대를 걸고 있다. 데이터 분석 최신 기법 및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 신기술 도입에도 공동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신설된 디지털전략그룹의 경우 지주의 디지털혁신부문과 상당부분 연계돼 있다. 지주의 디지털혁신부문은 허 행장이 리드하며 디지털혁신총괄(CDIO, 한동환 부행장), IT총괄(CITO, 이우열 부행장), 데이터총괄(CDO, 윤진수 부행장) 등 총 3개의 총괄직으로 구성돼 있다. 3총괄 담당 인원 모두 은행과 겸직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그 중 윤 부행장이 이끌고 있는 데이터전략그룹이 주목할 만하다.

디지털전략그룹은 과거 산하에 데이터분석부만 있었으나 이제는 데이터기획부와 인공지능(AI)혁신센터가 추가됐다. AI혁신센터는 인공지능 기술을 데이터분석과 금융서비스 등에 응용하는 방안 등을 연구하는 조직이다. 이는 그룹의 DT전략과 맞물려 국민은행이 준비 중인 차세대 전산 '더 케이(The K) 프로젝트'와 연관이 있다. AI와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최신 기술을 접목해 혁신적인 정보기술(IT)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하고 고도화된 미래형 전산 시스템 도입에 일조할 예정이다.

스마트고객그룹도 그룹의 디지털 보폭이 커지면서 신설된 조직이다. 기존 디지털 사업의 일부 조직이었던데 비해 독자적인 사업영역으로 구축됐다. 인·아웃바운드 상담, 모니터링 텔레마케팅, 외국어상담지원, 인터넷·모바일뱅킹 등 비대면채널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또 KB스타뱅킹, 리브(Liiv), 스마트고객상담부 등의 업무도 도맡는다. 허상철 국민은행 남부지역영업그룹 대표가 전무 승진하면서 스마트고객그룹의 키를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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