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2월 13일 07시3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되 소극적으로 임하라.” 얼마전 만난 모 증권사 리테일 담당 임원은 이같은 비공식 지시가 윗선에서 내려왔다고 헛웃음을 지었다.라임자산운용에서 시작된 헤지펀드 이슈가 일파만파 커지자 증권사 전반을 아우르는 고위진이 내놓은 대응법이었다. 어차피 당장은 뚜렷한 묘안이 없으니 오버하지 말라는 주의 정도였다. 담당 임원은 조직 내 '웃픈' 상황에 황당함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증권사 리테일 조직은 비상 시국이다. 연일 사장 주재 회의를 열어 살얼음판을 걷는 고객 리스크 해소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줄소송은 물론 평생 고객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위기감은 상상 이상이다. 하지만 고객만을 부르짖다 자칫 회사 이익(TRS계약)에 반하는 누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TRS계약을 관할하는 증권사 PBS 조직 역시 분위기는 다르지 않다. 언론 등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투자금의 원활한 회수 등 사태 해결에 골몰한다. 내부 회의는 리테일 조직 못지 않게 이어진다. 개인이 아닌 회사 이익과 직결되는 만큼 언론 플레이도 여의치 않다. PBS 조직의 이익이 리테일 등 고객 손실과 맞물리는 치명성도 있다.
실제 증권사 PBS조직은 섣불리 나섰다가 고객 반감을 살 우려가 있어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다. 준비 중인 3자 협의체 구성에 은행, 증권사 리테일 및 운용사와 달리 PBS조직은 이미 난색을 표하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주주 및 회사 이익에 반할 수 있다는 배임 이슈를 논리로 내세워 타협이 어렵다는 분위기만을 흘리는 모습이다.
두 조직을 넘어 증권사 전반의 입장에선 ‘차이니즈월’의 존재로 각기 조직에서 판단하고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긋는다. 하지만 일련의 헤지펀드 사태에서 차이니즈월에 대한 의구심은 겹겹이 생겼다. 외형상 차이니즈월은 있지만 결국 모든 과정과 결정은 전사적 혹은 종합적 판단의 액션 플랜에 따라 이뤄질 것이란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적극성’과 ‘소극성’ 자체가 양립할 수 없는 표현이란 점에서 명확한 정리가 어려운 증권사의 속내가 드러난다. 선뜻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에서 두 조직을 아우르는 위치에 있을 증권사 고위 임원의 멘트는 가벼울 리 없다. 과연 현재 이슈 해결의 중심에 서있는 증권사 사장 등 최고위진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 지 진짜 속내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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