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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의 '버블타임' 전략 [thebell note]

전효점 기자공개 2020-02-25 08:39:54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4일 07: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커 토너먼트에는 버블타임이라는 표현이 있다. 상금 순위에 들기 전 마지막 탈락자를 가려내는 시간이다. 200명이 참여한 대회에서 9위까지 상금을 준다면 10위로 탈락한 선수가 버블보이다. 버블타임에 직면한 선수들은 전략을 조정한다. 버블보이가 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무리수를 자제하고 칩을 아끼는 이른바 '존버 모드'에 들어간다.

요즘 국내 유통업계는 버블보이가 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포커 선수들 같다. 업계에서도 가장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던 쿠팡마저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롯데쇼핑은 본업인 백화점과 마트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선언했다.

대형사들이 작년까지 유혈이 낭자하던 치킨 게임을 일제히 멈추고 긴축모드에 들어간 이유는 간단하다. 작금이 버블타임이라는 인식을 공유했고 버블타임에서 살아남는 최선의 전략은 위험을 무릅쓰는 것보다는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는 데 암묵적으로 동의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도 과감한 행보를 지속하는 기업이 있다. 이마트다. 올해 들어 '솎아내기'가 이어지고 있는 전문점 사업을 제외하고 대부분 사업 영역에서 투자 확대를 예고했다. 올해 이후 계획 중인 투자만 연 평균 1조원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수년간 평균 영업 현금흐름(7000억원~9000억원)을 웃돈다.

투자처는 다양하다. 할인점 본업에서의 초저가 마케팅을 비롯해 스타필드 신규점 출점, 편의점 출점 확대, 에스에스지닷컴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구축 등 모두 큼직하다. 이익 창출 수준은 저하되고 있지만 투자는 축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올해만 해도 지난달 2000억원을 들여 미국 뉴시즌스마켓 인수를 마무리지은 데 이어 최근에는 물류 스타트업 메쉬코리아 지분 확보를 위한 예비입찰까지 참여했다.

시장의 우려가 짙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지난 주 나이스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무디스 등 국내외 신용평가사는 이마트 신용등급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투기' 등급에 해당하는 Ba1으로 강등했다.

버블타임에서 선수들의 목적은 오로지 한 가지다. 출혈을 최소화하고 생존하는 것이다. 점포 700개 중 30%를 철수하겠다고 선언한 롯데쇼핑처럼 제 살을 깎는 과감한 카드가 필요하다. 이마트의 한 가지 희망은 영업용 자산 가운데 자가 비중이 월등히 높다는 점이다. 자가 점포 비중은 롯데쇼핑이 55%인 반면 이마트는 80%에 이른다. 그만큼 자산 유동화를 통한 조달 여력이 더 높다는 의미다.

능력치를 초과해 지속되는 투자는 과감하다기보다는 무모하다. 이마트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투기가 되지 않게 하려면 이마트는 버블타임 투자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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