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홀딩스 CFO, 제주항공 이사회 합류 이유는 주총서 이성훈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재무구조 손 대겠단 의미"
유수진 기자공개 2020-02-26 08:01:05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5일 16: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 이사회에 애경그룹 지주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합류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주인공은 AK홀딩스에서 재무와 기획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이성훈 상무다. 이 상무는 다음달 제주항공 주주총회에서 기타비상무이사에 선임될 예정이다.이를 두고 항공업계에서는 애경그룹이 주요 계열사인 제주항공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포석을 깔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CFO가 직접 이사회에 들어오는 만큼 최근 악화되고 있는 제주항공의 재무상태와 무관치 않을 거란 분석이다. 현재 추진 중인 이스타항공 인수 후 재무구조 안정화 작업을 직접 지원하기 위한 목적도 있을 거란 관측이다.
제주항공은 다음달 25일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이 상무를 기타비상무이사에 선임하는 안건 등을 처리할 예정이다. 지난해 주총에서 대대적으로 이사회를 재정비한 덕에 올해 이사 선임안은 이 1건이 전부다. 작년엔 이석주 대표이사를 포함해 4명의 사내이사 및 3명의 사외이사 선임안을 통과시키며 이사회의 과반을 새롭게 구성했다.
이 상무는 현재 지주사인 AK홀딩스에서 경영기획팀장을 맡고 있다. 그룹의 재무와 기획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CFO다. 1973년생으로 올해 48세인 이 상무는 영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애경유지공업(현 AKIS) 재무팀에서 근무했던 재무통(通)이다. 2018년 말 정기 인사에서 상무보로 승진하며 처음 임원을 달았다. 현재 AK홀딩스 이사회에서 사내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이 상무가 재무 전문가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항공시장의 확대와 함께 승승장구하던 제주항공이 지난해 공급과잉과 보이콧 재팬 등의 여파로 최근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2012년 이래 매년 흑자 규모를 키워오던 제주항공은 지난해 2분기부턴 3분기 연속 적자를 면치 못했다.
심지어 올해는 더 심각하다. 연초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하늘길이 마비되고 예약 취소가 잇따르면서 적자 폭이 더욱 확대될 처지에 놓였다. 탑승률이 바닥을 친 국내선·국제선 노선 운항을 중단하고 경영진이 임금 30% 이상을 자진 반납하는 등 위기경영체제에 돌입했으나 정상화 시점이 불투명한 상태다. 지금의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비용 절감만으로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 상무는 이사회를 통해 제주항공의 주요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며 재무 건전성 확보와 자금 조달 방안 마련에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완전자본잠식이 예상되는 이스타항공 인수 후 재무 전략을 짜는데도 재무 전문가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실탄 부족으로 고배를 마신 이후 곧장 이스타항공 인수 작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시장에선 제주항공의 재무여력에 대한 우려와 의심의 눈초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한 LCC업계 관계자는 “지주사 임원이 이사회에 합류한다는 건 해당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라며 "특히 CFO가 온다는 건 재무구조에 손을 대겠다는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AK홀딩스 등기임원이 제주항공 이사회에 진입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2015년 상장 이래 이번이 두 번째다. 작년 주총에서 AK홀딩스 경영개선팀장을 맡고 있던 박찬영 상무가 기타비상무이사에 선임된 것이 첫 사례였다. 이전까지 제주항공 이사회는 사내·사외이사 외에 기타비상무이사를 별도로 두지 않았다.
당시 박 상무의 제주항공 이사회 합류는 사실상 지주사의 콘트롤타워 역할 확대 의지로 해석됐다. 박 상무가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효성 법무실에서 준법지원팀장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규제 및 내부통제 전문가였기 때문이다. 그는 애경그룹에 입사한 후 리스크 관리를 총괄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이번에 이 상무가 이사회에 합류하더라도 이사회 멤버 구성이나 총수가 바뀌진 않는다. 박 상무가 지난해 12월 사내이사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말 임원인사에서 애경산업으로 소속이 변경되며 9개월 만에 제주항공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았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박찬영 이사의 사임으로 이사회 내 빈자리가 생겼다"며 "그 자리를 이성훈 이사가 채운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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