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유동성 위기]상환지연 아름드리 무역금융펀드, 연쇄손실 가능성은"무역업자 채무 불이행, 단발성 악재"…라임 무역금융펀드와 구조 달라
허인혜 기자공개 2020-02-27 08:02:34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5일 16: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름드리자산운용의 일부 무역금융펀드에서 상환 지연 가능성이 발생했다. 무역금융을 지원받은 채무자가 제때 상환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채무자의 대출채권 부실이 불가피하면서 이 자산에 투자한 아름드리자산운용의 펀드도 손실 가능성이 높아졌다.하지만 개별 채무자로부터 발생한 이벤트성 부실로 펀드 전체 혹은 아름드리자산운용 전체로 부실이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가 자사에 설정된 모펀드에 수백개의 자펀드를 두며 연쇄부실의 연결고리를 만들었다면 아름드리자산운용의 상환지연 펀드들은 단발성으로 설정된 일부 재간접펀드에 그쳐서다. 게다가 해당 펀드는 자산 만기에 맞춰 폐쇄형으로 모집됐다는 점에서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와는 다르다.
◇아름드리, '대체투자 7호' 상환 지연 가능성 고지…"매출채권 분쟁 여파"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아름드리자산운용이 운용하고 신한은행이 신탁 형태로 판매한 일부 무역금융펀드에서 상환 지연 가능성이 발생했다. 해당 상품은 '대체투자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7호'로 아름드리자산운용은 판매사인 신한은행에 최근 상환 지연 가능성을 고지했다. 7호는 240억원 규모의 1년 만기 폐쇄형 상품으로 2019년 5월 설정돼 2020년 5월 상환 예정이었다. 1차로 5개월 만기채권에 투자해 10월 정상 상환을 받은 뒤 같은 채권에 재투자를 했다가 매출채권 회수가 지연된 상황이다.
7호 펀드는 홍콩 SPC가 발행한 채권에 투자한다. 홍콩 SPC는 아름드리자산운용의 투자 원리금 상환과 수익 추구를 위해 아그리트레이드인터네셔널이 할인해 판매하는 매출채권을 인수했다. 아그리트레이드인터네셔널의 매출채권은 기발생 매출채권으로 제품구매자에게 물건을 미리 건네고 차후 대금을 받는 방식의 계약이다. 홍콩 SPC는 만기 후 제품구매자에게 회수된 자금을 양도 받을 권리를 지니고, 이렇게 돌려받은 자금과 수익을 아름드리자산운용에 지급하면 펀드 상환의 기본 구조가 마무리된다.
이번 상환 지연은 복수의 제품구매자 중 일부가 아예 돈을 갚지 않으면서 촉발됐다. 쿼드 커머더티 제네바는 아그리트레이드인터네셔널과의 계약 분쟁으로 거래 금액을 상환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450만달러(약 50억원) 수준이다.
쿼드 커머더티 제네바는 아그리트레이드인터네셔널에서 구매한 물건도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값의 재화를 아그리트레이드인터네셔널에 판매도 했다는 주장이다. 아그리트레이드인터네셔널 역시 쿼드 커머더티 제네바에 돌려줄 금액이 남아있으니 각각 거래 금액을 건네는 대신 물건으로 갈음하자는 이야기다.
쿼드 커머더티 제네바와의 분쟁으로 투자금 회수가 지연되면서 아름드리자산운용과 홍콩 SPC는 아그리트레이드인터네셔널과 쿼드 커머더니 제네바의 다툼과는 별개로 아그리트레이드인터네셔널이 지급보증을 이행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아그리트레이드인터네셔널의 법정관리가 매출채권 상환 지연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짚었다. 하지만 아그리트레이드인터네셔널의 부실은 신용보증에 영향을 미칠뿐 직접적인 상환 구조와는 연관성이 높지 않다. 아그리트레이드인터네셔널은 최근 유럽 ESG 투자 규제에 따른 은행의 대출 제한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지며 법정관리를 신청한 바 있다. 아그리트레이드인터네셔널은 팜(Palm)유와 석탄 등을 취급하는 무역회사로 'ESG 투자배제 모델' 기준에 속한다.
◇연쇄손실 확률 낮다…아름드리 "홍콩 SPC 공조로 자금회수 계획"
이같은 구조를 바탕으로 이해하면 아름드리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가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처럼 대규모·연쇄 손실을 맞을 가능성은 낮다. 유관 펀드가 소수에 그치고 펀드의 구조도 폐쇄형으로 짜였기 때문이다.
아름드리자산운용의 아그리트레이드인터네셔널 유관 펀드는 7호와 9호 두 펀드에 그친다. 7호 펀드의 설정액은 240억원, 9호 펀드의 설정액은 230억원이다. 아름드리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전문투자형 사모집합투자기구의 설정잔액은 1조3300억원으로 대체투자 7호와 9호 펀드의 설정액은 3.53% 수준이다.
전체 설정액은 470억원이지만 총 금액 모두 상환이 지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그리트레이드인터네셔널 매출채권의 지급의무자가 쿼드 커머더티 제네바 외 3사로 분산돼 있어서다.
폐쇄형 재간접으로 짜인 펀드의 구조도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와 다르다. 폐쇄형 구조는 한 펀드의 어려움이 다른 펀드로 전이될 확률이 개방형보다 낮다. 라임자산운용은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의 비유동성 자산 투자비중이 높으면서도 펀드를 개방형으로 운용해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었다.
악재를 촉발한 아그리트레이드인터네셔널과 쿼드 커머더티 제네바도 재무 구조가 흔들렸던 피투자사가 아니다. 아그리트레이드인터네셔널은 유럽 ESG 투자 규제로 유동성 위기를 맞기 전까지만해도 국제 신용평가사 익스페리언(Experion)의 싱가포르 지점에서 'DP1' 등급을 받았다. DP1 등급은 향후 1년 내에 부도가 날 가능성이 0.1%에 그치는, 자금 유동성과 채무 상환 능력이 탁월한 회사에게 부여되는 등급이다. 쿼드 커머더티 제네바 역시 아그리트레이드인터네셔널과의 분쟁만 겪을 뿐 재무구조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시각이다.
아름드리자산운용은 상환 지연 가능성을 인정하고 싱가포르 아그리트레이드인터네셔널의 매출채권을 매수한 홍콩 SPC와 공조하며 매출채권 자금을 상환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아그리트레이드인터네셔널의 현지 재판을 모니터링하는 한편 아그리트레이드인터네셔널 Ng Xinwei 대표이사와의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
아그리트레이드인터네셔널은 아름드리자산운용을 대상으로 세 단계의 신용보증을 약속했었다. 상환에 문제가 발생할 때에는 △아그리트레이드인터네셔널이 매출채권을 되사거나 △대표이사가 채무를 이행하고 △중국 태평보험에 가입한 보험금으로 상환하는 등이다.
아름드리자산운용은 홍콩 SPC가 고용한 국제 법적대리인 시몬스앤시몬스를 통해 차이나 태평보험에 보험금 청구를 준비 중이다. 아그리트레이드인터네셔널이 법정관리에 들면서 사실상 약속한 신용보증을 지키기 어렵다고 봐서다. 보수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태평보험의 심사 기한인 180일을 모두 채우면 7호 펀드 만기는 미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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