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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남다른 이사 영입 절차…회추위 투명성 '1등' [이사회 분석] 3단계로 선출…윤종규 회장과 거리 두기

손현지 기자공개 2020-03-02 10:36:30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7일 1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금융지주는 금융지주사 중에서도 사외이사 진열을 꾸리는 데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사외이사 후보풀(Pool) 구성부터 최종 후보 지명까지 엄격한 절차를 거치고 장기 레이스로 진행한다는 게 특이점이다. 숏리스트(압축후보군)까지 약 2개월, 최종 후보 검증까지 3개월 넘는 기간을 투자한다.

올해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 라인업 구성도 이에 맞춰 깐깐하게 이뤄졌다. 업계의 주목도도 높았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임기가 오는 11월 만료됨에 따라 사외이사들이 차기 회장 후보 추천의 주체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KB금융 사외이사는 전원 이사회 내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구성원이다.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외부' 추천 경로 확대

KB금융에는 타사에선 찾아보기 힘든 엄격한 사외이사 선임 프로세스가 존재한다. 크게 4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주주·외부자문사 추천(후보군 구성)→인선자문위원회 검토(평판조회)→사추위 검토(자격검증·최종후보 지명)→주총 선임 등이다. 후보 추천만 3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각 단계별로 주체를 엄격히 분리해 운영하는 점이 특징이다.

1단계 후보풀(Pool) 구성 단계부터 남다르다. 롱리스트(Long List)에 주주들과 외부 서치펌(Search Firm) 등 외부경로를 통해 추천받은 인물들도 포함시킨다. 이는 사외이사들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모든 주주에게 1인당 1명의 자격요건에 후보추천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주주추천공모제)

타사가 주로 계열사 사외이사 경력자나 외부전문기관을 통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받는 행보와는 대비된다. 신한금융의 경우 올해 사외이사 선임과정부터 주주추천공모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KB금융이 주주추천공모제를 본격적으로 실시한 건 2015년부터다. 1998년 은행권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되면서 2002년까지는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한 바 있다. 당시 골드만삭스, ING생명, 국민연금기금 등의 주주가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던 전력도 있다. 그러나 2003년 은행법 개정으로 자취를 감춘 뒤 12년 후인 2015년부터 부활해 정착한 제도다.

실제로 이를 통해 KB금융 이사회에 입성한 사외이사들도 여럿 있다. 예컨대 이병남 전 사외이사는 KB금융 주주였던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이 추천해 최종 선출됐다. 2018년부터 KB금융 사외이사 대열에 오른 최명희 이사도 APG에셋매니지먼트 아시아의 추천을 받아 이사회에 입성한 경우다.

◇후보 지명까지 3개월,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

지난해 11월 중순경, KB금융은 홈페이지 공고를 통해 주주추천 공모 소식을 알렸다. 작년 12월 4일까지 접수된 후보를 롱리스트에 반영키로 했다. 원래 1월에서 10월까지만 후보추천을 받았지만 2017년부터 연중 상시로 바꿔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서치펌 추천 내역을 합쳐 1단계 후보군을 구성했다.

이렇게 마련된 롱리스트 후보 평가(2단계)는 외부전문가 집단인 '인선자문위원'이 담당했다. 이미 후보풀 구성을 외부경로를 통해 진행하고 있지만 제 3자의 심사를 통해 이중 검토하고 있는 셈이다. 1단계가 기존에 관리하던 롱리스트를 확대하는 과정이었다면 2단계는 평가를 통해 압축하는 과정이다.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2015년부터 KB금융이 선도적으로 도입한 시스템이다.

인선자문위원들은 올해 1~2월 내내 평판조회 등을 진행하며 압축후보군(숏리스트)을 추렸다. 자문위는 상위권을 중심으로 최소 5배수로 압축해나갔다. 현 KB금융 사외이사 7명 중 2명(박재하·유석렬)이 교체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최소 10명의 후보를 선발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숏리스트(압축후보군)를 사추위로 올렸다. 사추위원들은 숏리스트 후보들의 자격검증을 진행하며 평가를 통해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KB금융 사추위는 이달 25일 이사회를 열고 최종 후보(권선주 전 기업은행장, 오규택 중앙대 교수)를 지명했다. 사규상 주총 2주 전에 이사회를 열고 안건을 확정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했다. 후보풀 구성부터 최종 후보 지명까지 약 3개월이 소요된 셈이다.

이 모든 과정을 서포트하는 조직인 이사회 사무국(3명)을 별도로 구성한 점도 눈여겨 볼 만 하다. 단순히 사외이사 선임 전 과정을 이사회 내 사추위에만 맡기는 게 아니라 공정하게 진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둔 셈이다. KB금융은 2009년부터 이사회 사무국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KB금융의 후보풀 구성 과정이 '공개적'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란 평가를 내리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타 금융지주의 경우 회장 직속 비서실에서 이사회 사무국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며 "때문에 선임과정이 투명하지 못한 편인데 비교적 KB금융은 오픈형이며 체계적이다"고 설명했다.

◇윤종규 회장 임기만료 임박…사외이사 역할 부각

사외이사의 역량이 중시된 데는 올해 예정된 CEO 선임 건도 한 몫을 했다는 평이다. 윤 회장의 임기 만료일이 오는 11월 20일로 잡혀 있다. KB금융 이사회의 CEO 선임은 그 구조상 사외이사의 판단과 의중이 크게 작용한다. 후보 추천 절차에 공정성을 강조한 점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현재 KB금융의 이사회 내에는 총 6개의 위원회가 존재한다. 위원회 당 사외이사가 3~4명 가량 배치되지만 회추위는 예외적으로 7명 사외이사(유석렬, 박재하, 스튜어트솔로몬, 선우석호, 최명희, 정구환, 김경호) 전원이 포함된다.


특히 내달 26일 퇴임을 앞둔 유석렬 이사의 경우 회추위를 주도적으로 이끈 인물이다. 위원장으로서 CEO경영승계 프로그램을 내실화하는데 주력해왔다. 그룹의 지배구조 안정화 전면에 섰던 '위원장'이 내달 주총 이후 새로운 인물로 바뀌는 셈이다.

현재 사외이사들의 회장후보추천에 대한 권한은 2017년과 사뭇 다르다. 당시 윤 회장은 사추위, 상시지배구조위원회에 소속돼 있었다. 확대지배구조위원회(옛 회추위)는 지금처럼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돼 있었지만 윤 회장의 셀프연임을 우려하는 시선도 존재했다.

KB금융은 2018년 들어 회장 승계 계획과 후보 결정을 전담하는 조직인 회추위를 새로 꾸렸다. 회장은 회추위에서도 배제시켰다. 작년 회추위 멤버들은 9월말까지 총 4차례에 걸쳐 논의를 진행했다. 작년 4월 1차 회의에서는 회장 후보자군(롱리스트) 구성 원칙과 선정 절차를 수립했다.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회의에서는 롱리스트와 경영 현안에 대한 대해 토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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