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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을 움직이는 사람들]지주사 재건 '중책' 맡은 살림꾼, 박경훈 CFO③지주 M&A 구상, 계열사 재무 관리 담당...그룹 컨트롤타워 역할

김현정 기자공개 2020-03-12 10:44:28

[편집자주]

우리금융에는 위기극복 DNA가 있다고 말한다. 1998년 외환위기로 인한 대규모 구조조정, 공적자금 투입과 관치 외풍, 지주사 해체와 재출범, 채용비리 사태로 빚어진 경영 공백, 최근 DLF 사태까지 많은 아픔을 겪으면서 더욱 성장하고 단단해진 인재들이 바로 우리금융 위기극복 DNA의 핵심이다. 이곳을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5일 14: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4년 해체된 우리금융지주를 2019년 재건하면서 우리금융그룹에 가장 중요했던 작업은 종합금융그룹으로 다시 도약시키는 일이었다. 증권사, 생보·손보사, 자산운용사 등 우수한 사업포트폴리오를 두루 심어내는 것이 가장 우선순위 과제였다. 그 작업을 맡은 인물이 바로 박경훈 부사장(CFO·사진)이다.

전남 신안 출신인 박 부사장은 1986년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우리은행 영업 2부 행원을 시작으로 금융권에 발을 들인 그는 주로 글로벌과 전략부문에서 업무를 수행했다.

1992년부터 8년 간 국제금융부에서 일한 박 부사장은 2000년부터 3년 동안 우리은행 싱가포르 지점에서 근무했고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지주와 은행 전략기획팀에서 일했다. 당시 전략기획팀 부장을 맡았던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2008년부터 4년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사무소장을 맡았다. 2012년에는 지점장으로, 2014년부터는 본점에서 자금부 부장으로 일했으며 2015년부터는 우리은행 전략기획부에서 경영전략을 담당했다. 2017년 우리은행 글로벌그룹 상무에 오른 뒤 2019년부터 지주로 넘어와 재무와 신사업 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금융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을 때 손 회장은 지주사를 소규모 조직으로 출범시켰다. 지주 인력 역시 최소화했다. 출발 단계에서부터 조직을 키우기보다 지주회사 기틀을 잘 마련할 수 있는 정예 요원으로 초기 인력을 꾸리겠다는 전략이었다. 단 두 명뿐이었던 부사장 자리에 박 부사장이 올랐고 당시 그는 상무 1년차였다. 부사장직이 6명으로 늘어난 올해에도 그는 여전히 지주에서 많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박 부사장의 직함 뒤에는 여러 롤이 뒤따른다. 그는 우리금융의 CFO이자 신사업총괄 관리자이자 공시책임자이자 내부회계관리자다. 그가 맡은 재무부문 아래 재무기획단과 신사업총괄, 회계부와 IR부가 나란히 놓여있다. 박 부사장은 이들 모두를 아우르는 역할을 한다.

그룹 M&A사업을 담당하는 사업포트폴리오부가 재무라인에 배치된 배경에는 원활한 신사업 추진을 위해 인수자금 조달 및 재무전략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는 손 회장의 판단이 작용했다. 손 회장은 이런 중책을 박 부사장에게 맡겼다.

실제로 박 부사장은 오랜 시간 그룹 신사업을 검토하고 추진하는 역할을 해왔다. 실무진 시절에 우리은행과 우리종금 합병, 우리증권과 LG투자증권 합병 등 굵직한 M&A에 참여했다.

2016년 경영기획단 본부장 시절 케이뱅크 비상임이사로 일했을 당시 금융당국에 다소 낯설 수도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콘텐츠와 상품에 대해 유연한 지도감독을 요청하기도 했다. 케이뱅크 투자를 결정했을 당시 인터넷전문은행은 상품혁신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케이뱅크를 도와 밑바탕을 다지는 일을 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우리카드 완전자회사 편입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우리금융은 우리은행 아래 우리카드 주식을 매입하면서 현금 6000억원가량과 우리금융신주 4210만여주(5.8%)를 지급하는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을 택했다.

당시 박 부사장은 우리은행이 보유하는 지주 주식 물량을 빠른 속도로 매각하면서 우리금융 주가의 발목을 잡던 오버행(주식 물량 대량 출회) 이슈까지 해결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지난해 7월 박 부사장이 우리카드 비상임이사로 선임됐을 당시 완전자회사 편입 작업의 성공적 마무리를 위한 조치라는 얘기가 많았는데 이를 잘 마친 셈이다.

이 밖에 지난해 우리자산신탁(옛 국제자산신탁)과 우리자산운용(옛 동양자산운용), 우리글로벌자산운용(옛 ABL글로벌자산운용) 등 인수합병 작업들도 박 부사장의 손을 거친 것이다. 특히 우리자산신탁을 놓고는 이사회 승인 시 우리금융 사외이사들도 “굉장히 좋은 매물을 좋은 가격에 산 것”이라며 결과물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룹 계열사의 재무현황 파악과 계열사 M&A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 핵심 역할을 맡은 데는 그의 깐깐하고 치밀한 업무처리 방식이 결정적이었다. 은행 관계자는 “합리적이지만 매우 꼼꼼한 성격”이라며 “여러 시나리오를 하나하나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스타일이지만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는 과감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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