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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파구 찾는 화학사]흔들리는 캐시카우, LG화학 불황 속 투자 명암내재화 전략 불구 석유화학 범용제품 공급과잉에 수익성 '뚝'

이아경 기자공개 2020-03-04 08:29:19

[편집자주]

달콤한 초호황기를 뒤로 하고 국내 화학사들은 너나 할것 없이 수익성 정체기를 맞이하고 있다. 일관적인 수익성 창출이 가능한 고부가가치 사업으로의 진출 욕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지만 화학사들은 선뜻 답안지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시황을 한 번에 뒤흔드는 중국 업체들의 등장도 위협이다. 더벨은 가지각색의 고민거리를 가지고 있는 국내 화학사들의 현주소와 그들이 직면한 과제 등을 다각도로 분석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3일 12: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전지, 첨단소재사업을 3대 핵심축으로 2024년 매출 59조원 달성 및 영업이익률 두 자릿수를 돌파해 '글로벌 톱5 화학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업황이 둔화되는 석유화학 비중을 낮추고 급성장하는 자동차전지 비중을 높여 실적 개선을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LG화학은 사업부문 다각화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석유화학 시황 악화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자동차전지 사업의 매출은 실제 급증하고 있지만 여전히 영업이익의 90% 이상은 석유화학사업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사업의 수익성 개선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은 이유다.

◇석유화학 증설에 2.6조 투입
LG화학 여수 NCC 공장 전경.

LG화학은 업황 둔화를 무릅쓰고 지난 2018년 석유화학사업에 총 2조6000억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기초원료부터 촉매, 최종 제품에 이르기까지 수직계열화를 강화해 불황을 견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LG화학은 내년 상반기까지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확장에 1조8060억원을 들여 80만톤을 증설한다. 증설이 완료되면 LG화학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330만톤으로 확대돼 국내 1위 지위를 굳히게 된다. NCC를 통해 가장 먼저 생산되는 기초유분인 에틸렌은 '석유화학의 쌀'로 각종 플라스틱 제품의 원료로 쓰인다.

같은 기간 고부가 폴리올레핀(PO) 시설 확장에도 6348억원을 투입해 80만톤을 증설한다. 아울러 범용제품 라인 전환을 추진해 2022년까지 고부가 PO 생산능력을 180만톤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경우 LG화학은 고부가 PO 분야 아시아 1위 및 글로벌 톱 3업체로 올라선다.

고부가 PO는 에틸렌 및 고기능, 친환경 특성의 촉매를 기반으로 생산되는 폴리올레핀 제품이다. 주로 기능성 필름 및 자동차용 플라스틱 소재, 기능성 신발, 고가공성 파이프, 전선케이블 피복재 등에 사용된다. LG화학, 다우케미칼, 엑슨모빌 등 일부 기업만이 핵심 촉매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어 진입 장벽이 높은 사업으로 분류된다.

LG화학 관계자는 "NCC 증설을 통해 PO 사업 확대에 필요한 에틸렌을 확보해 원가를 절감하고, 프로필렌 등 다른 기초원료를 내재화 해 수익구조를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급과잉에 수익성 '뚝'...가동률도 낮춰
<출처:한국석유화학협회, 한국신용평가>

고부가 제품 생산은 향후 알짜 수익원이 되겠지만 당장은 최대 생산 제품인 에틸렌의 수익성 악화가 뼈아플 수밖에 없다. LG화학을 비롯한 한화토탈, 여천NCC 등 국내 업체들은 물론 미국과 중국의 잇단 증설로 에틸렌의 가격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에틸렌 생산능력은 약 1200만톤이 추가될 예정이다. 이는 대략 2년치 글로벌 에틸렌 수요 증분을 충단할 수 있는 규모다.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한 미국의 에탄분해시설(ECC) 증설 물량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들어오고 있고, 우리나라 에틸렌을 대거 사들이던 중국은 올해와 내년 NCC 증설이 집중돼 있다.

정작 이런 공급을 흡수할 수요는 감소세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2019년 국내 총 수출액은 5424억 달러로 전년보다 10.3% 감소한 가운데 석유화학 수출액은 14.8% 줄었다. 수출 비중이 가장 큰 중국에서 최종 소비재의 생산이 줄며 원재료인 석유화학제품의 수요도 덩달아 감소한 탓이다. IMF는 중국의 GDP 성장률이 2017년 6.8%에서 지난해 6.1%로 하락했고, 2021년에는 5.8%로 떨어진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의 대표적 수익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차이)도 축소됐다. LG화학의 경우 올해 1월 초 에틸렌 스프레드는 톤당 131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평균인 톤당 172달러보다 24% 낮은 수준이다. 일반적인 손익분기점은 톤당 250달러로, 만들수록 적자인 셈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중국 수요가 더 둔화되면서 이달 스프레드 역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진다.

LG화학은 마진 악화로 NCC 가동률 조정까지 나선 상태다. 3월부터 대산공장과 여수공장의 NCC 가동률은 모두 100%에서 95%로 낮춰 운영된다. 역내에선 일본과 대만, 인도네시아 등에서 일부 가동률을 낮춰 감산에 돌입했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원가 구조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한국의 NCC가 가동률 하향을 검토한다는 것은 이제 범용 화학제품 판매를 통해 이익을 낼 수 있는 설비가 중동과 미국 등의 ECC 설비 밖에 없음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ECC는 석유보다 싼 셰일가스에서 추출한 에탄올을 원료로 에틸렌을 만들어 국내 업체들이 나프타를 이용해 만드는 것보다 절반 이상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신증설이 많아 업황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며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나프타 가격이 떨어지면 스프레드가 개선될 수 있겠지만 ECC 업체들과 비교하면 수익성은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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