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설립단장'이 하나은행 사외이사로 남기명 공수처 설립단장, 노무현 정부 당시 법제처장…사외이사 겸직할 듯
이은솔 기자공개 2020-03-05 11:05:06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3일 08: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은행이 현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준비단장인 남기명씨를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의외의 인사라는 평이 많다. 단장에 임명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남 사외이사는 준비단 업무와 하나은행의 사외이사 업무를 겸직할 것으로 관측된다.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달 20일과 26일 두 차례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완료했다. 임기가 만료된 3명의 사외이사 중 2명은 재선임하고 남기명, 유재훈 사외이사를 신규 추천했다. 추천된 후보는 이달 19일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된다.
신규 추천된 남 이사는 1976년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법제처에서 30여년 동안 근무했다. 1986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입법조사관을 시작으로 법제처 행정심판관리국 국장, 법체처 차장(차관급)을 거쳤다. 2007년 노무현 전 정부 당시 27대 법제처장(장관급)을 맡아 개헌 관련 실무를 했던 법률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2012년부터 하나금융과 하나은행의 사외이사를 맡아 온 황덕남 이사가 추천했다.
현재 남 이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 준비단장을 맡고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에 마련된 공수처 설립준비단은 올해 7월까지 공수처 출범을 위한 제반 사항을 지원하고 초대 공수처의 기틀을 잡는 역할을 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5일 남 이사를 단장으로 위촉하고 같은 달 10일 공식적으로 설립단을 발족했다.
남 이사는 공수처 준비단장과 하나은행 사외이사직을 겸직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나은행은 사외이사 후보의 겸직 업무에 대해 '현 국무총리소속 공수처 설립준비단장'이라고 기재했다. 남 이사는 현직 공무원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공무원법상 겸직 제한을 받지는 않는다.
남 이사가 공수처 설립준비단장으로 위촉된지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외의 인사라는 평이 나온다. 사외이사는 경영 전반 업무에 대해 수시로 보고받아야 하기 때문에 직무 수행을 위해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할애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공수처 준비단 인원은 10명 남짓이어서 업무가 과중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위 공직자 수사를 위해 독립된 기구를 표방하는 공수처 설립단장이 사외이사로서 사기업의 경영 사항을 관리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우려도 있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남 이사의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 따로 전달받은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남 이사 추천 이유에 대해 "법제처장을 역임해 행정규제와 법률 분야에 전문성이 인정된다"며 "금융분야에서 소비자보호와 건전성 관리가 강조되고 법적·행정적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를 감안할 때 남기명 후보자는 관련 분야에서의 풍부한 경험으로 하나은행의 안정적 성장과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함께 신규 추천된 유재훈 이사는 금융위원회 대변인과 기획재정부 국장을 거쳐 2013년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을 역임했다.
이달로 임기가 만료되는 세 명의 사외이사 중에서는 고영일, 황덕남 이사가 재선임됐다. 지난해 감사위원장과 리스크관리위원장을 맡았던 김남수 이사는 재선임되지 않았다. 임기가 내년까지인 김태영, 이명섭 이사를 포함해 하나은행의 사외이사는 5명에서 6명으로 한 명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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