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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연초특수 명암]발행량 '또' 역대 최대…'연초면 통한다' 학습효과①기업 경기부진, 불확실성 대비 선제조달…수요 감소 징후는 우려

이지혜 기자공개 2020-03-09 13:42:56

[편집자주]

일반적으로 1분기 공모 회사채 시장은 연초특수를 누린다. 북 클로징 후 지갑을 닫았던 투자자들이 자금집행을 재개하면서 수요 우위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올해도 시작은 괜찮았다. 2월 중순까지 공급량 폭발은 여전했다. 그러나 최근 저금리 지속, 코로나 19사태 등으로 수요 위축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연초 효과의 조기종료 여부와 부채자본시장에 퍼지고 있는 수급 불안 우려의 현실화 가능성을 진단해 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5일 15: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모 회사채 발행량이 봇물을 이뤘다. 기관투자자가 자금집행을 재개하는 ‘연초효과’ 특수를 노린 기업들의 수요가 꾸준했다. 올 들어 2월까지 발행된 공모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많았다. 2019년 역시 공모채 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는 점에서 올해 성장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기관투자자의 투자재원이 충분한 영향도 컸지만 무엇보다 발행사의 의지가 강했다. '연초에 수요예측 흥행 가능성이 높다'는 공식이 업계에 자리잡으면서 발행사들의 학습효과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올해 실적전망이 흐린데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선제적으로 자금을 마련하려는 시도도 적지 않았다.

◇1~2월 발행물량, 역대 최대…빅이슈어 선전

5일 더벨 플러스에 따르면 올 들어 2월까지 발행된 공모채는 모두 14조7190억원이다. 2019년 같은 기간보다 23.7%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기록을 갈아치웠다. 올해 공모채 발행 증가폭은 2017년 이후 가장 크다. 2월 발행량이 10조1570억원으로 1월(4조5610억원)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지난해에는 1월에 발행이 몰리고 2월에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1월 말 설 명절이 끼면서 기업들이 공모채 발행시점을 2월로 조정한 영향이 컸다.
출처: 더벨 플러스
SK그룹의 존재감이 강력했다. SK그룹은 올해까지 2년 연속으로 ‘최대 빅이슈어’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올해 공모채 발행물량은 2조19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SK하이닉스의 몫이다. SK하이닉스는 1조6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발행하며 LG화학, 포스코에 이어 ‘1조클럽’에 든 것은 물론 단일회차 기준 최대 이슈어가 됐다.

LG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의 공모채 발행량도 올해 크게 증가했다. LG그룹은 1조9100억원, 현대차동차그룹은 1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7.4%, 35.9% 증가했다. 화학(9000억원), LG유플러스(4000억원), LG전자(3000억원) 등 주력계열사들이 활약한 덕분이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도 현대제철에 이어 현대건설, 현대위아, 현대글로비스가 공모채를 발행했다. 특히 현대글로비스는 그룹 핵심계열사로서 올해 처음으로 공모채 시장에 데뷔해 주목을 받았다. LG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의 공모채는 모두 5조5000억원으로 전체 발행량의 37%가 넘는다.

◇“연초에 잘 된다” 학습효과, 실적악화 대비 수요

연초효과를 노린 기업들의 조달 수요가 높았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에 공모채를 발행하면 수요예측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학습효과가 생겼다”며 “증권사들도 이런 점을 발행사에 적극 홍보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기관 투자자들은 추석이 지나면서 연간 투자계획을 서서히 마무리한다. 하반기로 갈수록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공모채 발행량도 줄어들면서 스프레드가 벌어지는 이유다. 그러다 연초가 되면 투자자들은 자금집행을 재개함과 동시에 금리 메리트를 누리고자 수요예측에 적극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 이때문에 공모채 수요예측 경쟁률도 높아지고 흥행가능성도 커진다.

실적 악화에 대비해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자금을 확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올해 산업전망이 전반적으로 흐린 데다 코로나19 사태로 불확실성도 높아졌다”며 “실적 악화 및 현금흐름 제약 등에 대비해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저금리 기조가 이어진 점도 공모채 발행의 유인이다.

실제로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는 2020년 산업전망이 어둡다고 바라봤다. 세 곳 모두 올해 산업전망이 ‘긍정적’ ‘우호적’인 곳은 없다고 분석했다. ‘부정적’이거나 ‘비우호적’이라고 바라본 산업 수도 절반가량이나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침체되고 항공, 유통업종 등이 타격을 받으면서 불확실성을 대비한 기업들의 조달 수요가 높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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